회사에 장애인 직원 2명 있는데 둘이 남매임.
둘 다 자재관리부.
우린 좋소라 자재관리부가 물류까지 겸함.
우리회사에 다닌 지도 벌써 3년 가까이되나?
보면 맨날 둘이서 웃고있음.
바람에 낙엽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거만 봐도
둘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웃고있음.
둘 다 내 부하임ㅋㅋㅋ
사장보고 대장이라고 해야될텐데
나보고 대장이라고 함.
출근도 나보다 항상 빨리해서
내가 출근할 때까지 꼭 건물 안 들어가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음.
내가 회사입구에 보이기 시작하면
대장!!이라며 둘 다 뛰어옴.
그리고 항상 내 앞,뒤에서 걸음.
옆에서 걸으라해도
부하는 대장을 지켜야 돼요 라며
남동생이 앞에서 걸어가고
내가 가운데 내 뒤를 그 누나가 따라옴.
그리고 내가 어머니한테 인사드리면
어머니도 인사해주시고 집으로 돌아가심.
이 둘이 하는 일은 잡무+오전 지게차 상하차임.
둘이 맨날 하하호호 바보처럼 웃고다녀도
지게차 운전할 때만큼은 나름 진지함.
포터가 오면 웃던 것도 멈추고
표정부터 엄청 진지해짐.
남동생이 운전을, 그 누나가 신호수 역할을 함.
남동생의 지게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누나는 목에 걸고있는 호루라기를 막 불면서
주변사람들한테 가까이오지마! 가까이오지마!
소리치고 다님.
말 안듣고 무시하면
옆에서 호루라기 휘리리리릭!!!
계속 붐ㅋㅋㅋㅋㅋ
이 순간만큼은 얘네가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이 어마어마함.
간격도 일정하게 차분하게 아주 잘 적재함.
빈파렛트 쌓는것도 아주 잘함.
항상 가지런하게 삐뚤삐뚤한걸 못참나봄.
이게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일임.
나는 항상 이 둘을 지켜보고있고
업무가 끝났다고 따봉이라고
엄지손가락 딱 보여주면
남동생은 지게차 주차하고
누나는 기사님들한테 안녕히가세요 라고 인사함.
단시간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그런지
작업 끝나고 나면 얘들이 숨이 엄청 차있음.
헥헥 거릴정도?
그러고 주변 길바닥에 둘 다 드러누움.
내가 얘들아 그런 곳에 누우면 안된다~
코코아 뽑아줄게 가자.
그리고 코코아 하나씩 뽑아주면서
휴게실에서 티비보고있어~
라고하면 오전업무 끝!
그렇게 오전업무가 끝나고 좀 기다리다보면
점심시간에 어머니가 도시락 싸들고 오심.
밥먹고 약도 먹어야되나봄.
그리고 오후 업무엔 주로 잡일이라 부르는데
청소를 주로 함.
얘네들은 3시30분까지가 근로시간임.
집에 갈때는 내가 집까지 태워주고
한 15분거리?? 집앞에 가면 어머니가 나와계심.
항상 대장 내일봐! 라며 헤어짐.
그러다 오늘 출근했는데
둘 다 출근 안한건지 보이질 않는거임.
?? 오늘 쉰다고했었나? 아니면 늦나? 싶어서
계속 기다려봤는데도 안오더라.
어머니께 전화해봐도 전화도 안 받으시고,
사무실가서 퇴사했냐? 물어보니
그건 또 아니라하고
왜 안오는건지 아무도 모르더라고.
얘네도 폰이 있긴한데
거의 3년을 같이 있었는데
얘네들 폰번호가 내 폰에 없더라.
폴더폰 같은거 메고 다니는 거는 알고 있었는데.
주로 어머니쪽으로 연락을 많이 하다보니까
회사도 어머니 번호만 있고,
이력서 뒤져서 겨우 전화걸었음.
없었으면 어쩔뻔.
근데 안 받더라고.
오늘 뭔 일이 있나보다 하고 오전업무보고있는데
11시쯤에 저 멀리서 둘이서 뛰어오더라고ㅋㅋㅋ
지각한거 혼 좀 내줘야겠다 싶어서 화난척했는데
애들이 가까이 오니까
아주 눈물콧물 범벅이더라
울면서 뛰어오고 있더라고.
개놀래가지고 뭔일이고?? 무슨일 있어? 물어보니까
다짜고 돈이 필요해! 돈 좀 주면 안돼??
라면서 계속 울면서 돈돈 거리길래.
아니 그래 돈 내가 줄게 얼마나 필요한데?? 라니
몰라! 필요해! 시간이 없다며 빨리 가야한다고.
아 참 얘네월급은 어머니께 보내는 걸로 암.
가끔 어머니께서도 월급 며칠 전날에
현금으로 받을 수 있냐 물어보셔서
현금으로 받아가신 적도 있고.
그 중에 일부분 30만원 정도를
만원짜리 30장으로 바꿔서 월급날에 봉투에
참잘했어요! 대단해요! 도장 찍어서
얘네들한테 고생했다! 라며 주면
얘들이 이걸로 맛있는 거 사먹거나
장난감사거나 그러거든
얘기가 이상한데로 샜네.
암튼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니
출근하다가 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주변 사람들이 119에 신고해줘서
병원에 실려가셨더라.
어머니는 입원중이시고,
돈관리를 어머니가 하시고
매월 10일이 월급인데,
애들도 자기가 받은 용돈 다 써서
수중에는 몇천원이 전부고,
병원에서 회사까지 용케도 찾아왔네 라니까
택시타고 집에 간다음
집에서 회사까지 뛰어온거더라;;
평범한 애들이었으면 병원에서 회사까지
택시기사한테 가달라고 할텐데,
평범한 애들이었으면 엄마 가방에 있는
지갑에서 카드꺼내서 병원비 계산 했을텐데,
집에서 내려서 차타고 15분거리에 있는 회사까지
늘 엄마랑 같이 걸어서 출근하던 길로
헐레벌떡 뛰어온 게 뭔가 좀 마음 아프더라.
그 출근하는 길이
장애있는 그 애들의 하루일과중 하나였고
3년간의 기억이라고 생각하니
회사에선 나보고 이번주는
병원으로 출근해서 애들 돌봐라고 함
병원비는 회사에서 전액 내주고
나는 이번주 시급 2만원으로 쳐주시겠다함.
사장님이 애들 2주 휴가 주고
필요하면 더 연장하라 하시고.
어머니도 정신차리셔서 나는 좀 전에 집에 왔는데,
그냥 뭔가 마음이 좀 그렇다.
어디 얘기할데도 없고.
다음주부터 얘들 휴가인데
좀 많이 허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