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름 경청도 잘하고 역지사지도 잘하고
이해심도 부족하진 않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이 있습니다
크기가 굉장히 큰대요.
한 1미터 50은 넘는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부터 방 사진이나 프사 이런걸 통해
이 인형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는데요.
지금 저랑 여자친구가 함께 살진 않지만
예식장도 잡아놨고 양가인사 드렸고
구해놓은 집에 각자 짐 조금씩 채워넣는 중이거든요.
어느날 퇴근해서 짐채우러 가보니
그 인형을 갖다가 놨더라구요
그런가보다 하고 다음에 저 인형은 누가줬길래
저렇게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머뭇거려요.
그 찰나의 순간에,
아.. 그건가 했는데 맞았어요.
전남친이 준 인형이라네요.
연애 초반, 전남친이 여친한테 헌신을 했고
헤어진 뒤에도 계속 질척이는 태도를 보여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했고
딱 잘라내지 못하는 여자친구 태도 때문에
제가 당시 좀 힘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솔직히 7년도 더 된 일이고
저도 무덤덤해져서 막 분노심이 들끓고 그러진 않았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리 시간이 지난 물건이지만
내가 이 물건의 출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알게된 이상 신혼집에 두진마라
다시 본가에 갖다놔라 라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싫어 이러는겁니다.
의외의 답변에 제가 당황을 해서
왜? 왜 싫어? 물어보니
이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이야
난 이 인형 자체가 좋아
누가 줬는지 굳이 떠올리지 않으면 모르고
전남친 얼굴도 기억이 안나
저 인형에 담긴 추억 같은 것도 없어
난 그냥 저 인형이 좋은거야
그래서 여기 두고싶어 하더라고요?
살짝 이해가 안갔지만
그래도 좋게좋게 말하려고 말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전남친이 준 물건을
신혼집에 두는건 좀 아니지 않냐고.
그럼 저건 갖다놓고
내가 저 크기의 똑같은 인형을 사주면 되는거지?
물어보니까 돈 아깝게 왜 그런 의미없는 소비를 하녜요.
다시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대요.
계속 그렇게 말씨름을 하다가
내 입장도 생각을 해보라고
자기 같으면 전남친이 준 인형이란걸 뻔히 알고있는데
다른곳도 아니고 신혼집에서 자기랑 붙어있으면서
이 인형을 보고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여자친구는 오히려
아니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니까?
어떤 감정도 미련도 없다니까?
내가 저 인형 보면서 전남친을 그리워하고
그런게 아니라니까?
나는 그냥 저 인형 자체가 좋은거라니까? 이래요
그래서 그럼 계속 둬보라고
내가 몰래 갖다버리겠다고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어떻게 그런말을 하냐고 울먹거리더니
갑자기 우는거예요;
제입장에선, 아니 이게 울일이야?;
아니 이게 싸울일이야?; 싶은거죠.
진짜 어이가없고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 할까요
와 진짜 기가찬다 기가차 싶은거죠.
와 진짜 아무튼 그래서 여자친구가
다시 자기차로 인형 끌고갔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뒤에서 쫄래쫄래 따라오던
저에게 한마디 하더라고요
우리 결혼하는거 다시 생각해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는거예요.
그러고 휙 가길래 그냥 멍하니 보고있었어요
카톡으로 진심이냐고 물어보니까
자긴 진심이래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어요
어제 그렇게 소동 치루고 오늘 제가 연락 안하니까
지도 연락안하더라고요 ㅋㅋㅋㅋ
진짜 어이가없어서 이게 무슨일인가 싶네요
혹시 제가 잘못된생각 하고있는건가요?
저거 이해하는게 정상인가요?
아무리 이해를 해보려 짱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이해가 안되거든요..
출처를 알고 있는 이상
누가 줬는지 모른다하면 또 모를까
이미 전남친이 준거란걸 알고있는데 어떻게 이해를 하죠;
추가글
일하면서 짬짬히 댓글들 봤습니다
여자친구 28살이고 저는 35살입니다
나이차가 다소 나다보니
원래였으면 짜증내고 같이 싸울거
그냥 넘어가주고 이해해주고 맞춰주고 했어서
안하무인인 면이 좀 있습니다
제가 잘못한거고
너무 우쭈쭈해주며 만나온 잘못이 큰 것 같고
여자친구가 공주님 대접받는 연애를 해오다보니
좀 어린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와 교제하며 노력하는 모습
고치려는 모습이 보여 결혼결심한건데요
이런일이 터져 좀 씁쓸한 마음입니다
댓글에서 어떤분이 그러셨습니다.
연애면 그냥 풀어주면 그만인데 결혼은 아니라고요.
저도 세살먹은 어린애 아니니까 그말에 동의합니다
웬만하면 거의 져주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연락 안하고있고
여자친구 역시 카톡도 안하고 잠잠합니다
이 텀이 길어질수록 실망감이 커질 것 같은데
여자친구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을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냥 지금 제 생각은
저도 이 결혼은 좀 무리지않나 생각합니다.
내가 너무 붙들려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절대 맞춰주지는 않을 생각이고
꼴랑 인형 하나 때문에 결혼 다시 생각하자는
어이없는 말을 뱉은 부분.
아마 그부분도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베프한놈에게만 딱 고민을 말해봤는데
아무리 어린 나이라지만
여자친구분 그건 좀 아니지않냐 라고 합니다
평소 쉽게 말안하고 진중한놈이 그러니까
저도 수긍이 되는 부분입니다.
각자 생각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