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이유로 이혼 생각이 드는데요..
32살 여자이고
회사에서 부당 해고를 당했습니다
꽤 오래 일한 곳인데 5인 미만 사업장이고
퇴직금도 안주고 실업급여도 못 받게 해서
열악한 상황이라 사장 상대로 소송하고 있습니다
근데 저는 배우자가 어려울 때
옆에서 편이 되어주는게 부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남편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네요
아이는 없는 상태이고 한살이라도 젊을 때
이혼하는게 나을거 같아서 얘기를 꺼냈더니
저를 그냥 철없고 한심한 사람 취급을 하네요
‘내가 바람을 폈냐, 폭력을 썼냐 욕을 했냐?
잘못한게 없는데 너 기분 나쁘단 이유로
이혼을 한다는게 말이 되냐?
열두살짜리 애도 안 그런다.’ 가 남편의 입장입니다.
지금 해고 당한지 3개월차고
소송하면서 구직 활동도 열심히 하곤 있지만
취업이 바로 되진 않는 상태이고
실직으로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
부담주기 싫은 마음에 힘든 내색도 안했고
한달에 공동생활비 55만원도
미룬적 없이 꼬박꼬박 다 냈어요
그리고 집안일도 제가 다 했습니다.
(원래는 맞벌이라 반반 합니다)
저희가 2주에 한 두번은 외식을 하는데
보통 번갈아가며 냈습니다.
처음 해고 당하고는 남편이 위로해준다며 2번 사더니
그 이후에는 다시 번갈아가며 냈고
(남편이 저에게 이번엔 니가 계산하라고 하고 나가버림)
평소에는 5만원 미만으로만 밥을 먹는데
제가 살 차례에
남편이 갑자기 소고기 오마카세를 가자며
저보고 저보고 예약을 하라고 했고
나는 지금 수입이 없기 때문에
1인당 10만원이나 하는 식당을 계산하긴 힘들다고 했더니
“그럼 또 내가 사라고? 에휴 알았다”
하고 본인이 예약하더라요.
평생 서로 번갈아가며 샀고
이번에 처음 두번 연속 계산한건데
무슨 평생 혼자만 사온 것처럼 얘기하는지
어이가 없었는데도 심신이 지친 상태라
별말 없이 넘어갔는데
오마카세 먹는 동안 남편이 내내 한숨쉬고
“나는 언제쯤 마누라 덕 보냐”
하길래 더더욱 못 먹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도 묘하게 저를 무시하는 발언이 있었고
(남편은 절대 아니라고
제가 자격지심이 있어서 그렇게 들린거라고 함)
저는 안그래도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남편 그림자만 봐도 숨이 막히고
남편 퇴근 시간만 되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손톱을 물어뜯거나
남편이 오면 급한일 생긴척 밖에 나가서
공원을 혼자 배회하는 등
혼자 힘든 시간을 꽤 보냈습니다.
평소에 남편에게 애교도 많이 부리고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집에서는 그냥 완전하게 입을 닫았고
남편도 이에 대해서 별말 없었습니다.
한번이라도 저에게
“많이 힘들지, 나한테 기대”
이런 말 해줬다면 이혼 생각 저도 안 했죠.
문득 혼자 공원을 정처없이 걷다가
노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을 보고 울면서 결심했습니다.
그날 남편에게 헤어지는게 좋지 않을까 했더니
남편은 화를 내더라고요.
저는 우리가 사는게 부부 같지가 않다,
나는 당신에게 이제 어떤 것도 기대가 안 된다,
마음이 떠난거 같다고, 담담히 얘기했고
남편은 쌓인게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지
어린애처럼 기분 나쁘다고
이혼 얘기 꺼내는게 말이 되냐,
당신이 지금 자격지심 있는 상태라
별거 아닌 말에도 상처받고 기분 나쁜거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
남편이 갑자기 일 그만두고 백수되면
너도 초조하고 기분 나쁠거다,
다른 한쪽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데
내가 너한테 몇마디 한게 죽을 죄 진거냐?
다른 집이었으면 오히려 내 쪽에서
먼저 이혼 얘기했을거고
나는 오히려 묵묵하게 당신을 기다려준거다,
실직한 배우자한테 잔소리 안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 해야한다.
라는게 남편 입장이었습니다.
공동생활비 꼬박꼬박 입금하고
보험이나 휴대폰 요금도 각자껀 각자가 내고 있는데
무슨 경제적 부담이 커졌단 말이냐 했더니
제가 계속 실직 상태면
언젠가는 공동생활비도 못내고
자기한테 경제적으로 온전히 기대지 않겠냐고 하네요.
익명으로 글 올려보라고
그럼 제가 엄청 욕 먹을거라고
남녀 바꼈으면 이혼 사유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상처받을까봐
자기는 돈으로 눈치 준적 없다고 하는데
그동안 남편이 저에게 했던 말이나
행동들이 눈치 준게 아니라고 하니 저도 할말이 없네요.
저는 남편에게 더이상 기대할게 없고
기대하고 싶지도 않고
마음이 아예 떠난 상태입니다.
만약 아이라도 있었다면,
아이를 낳아서 제가 일을 쉬고 있었다면
또 얼마나 눈치주고 괴롭힐까 하는 생각에
자다가 경기까지 일으켰습니다.
글쓰며 느낀건데
남편한테 마음이 뜬걸 넘어서 구역질이 날만큼 싫어졌습니다.
이 사람과 같이 늙어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남편 말대로 남편이 저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쓴건 아닙니다.
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도 사람이 이렇게 싫어질 수도 있나 싶습니다.
엄마에게 이혼할거라 얘기 했더니
엄마가 이혼 경험 있으시기 때문인지
저에게 섣불리 결정하지 말고
차라리 속에 있는 솔직한 마음 다 꺼내놓고
울고불고 크게 싸워보기라도 하래요.
그리고나서 한달이든 반년이든 더 살아보고는
그래도 남편이 달라진게 없다면
그때는 헤어져도 별말 안하시겠다는데
엄마 말대로 하는게 맞을까요?
지금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도 힘들어서
경제적으로 아껴야 하는건 맞지만
일단 소송 끝날 때까지는
따로 살려고 원룸 알아보고 있습니다.
집은 남편이 해와서 남편 단독 명의고
혼수는 제가 다 채웠는데
아깝지만 그거 그냥 다 줘버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