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친구한테 들은 일이라 가물가물한데
하여간 썰 함 풀어봄
이 친구놈이 파오후 땅딸보인 나랑은 다르게
키도 180 조금 넘고 마른 체형임
근데 이새끼 특징이 겁대가리가 진짜 없다는 거.
전생에 무슨 범고래새끼였는지 겁대가리가 없음
여튼 이 친구놈이 길을 가는데
어떤 참한 아주머니가
저기 청년 몸이 허해보여 하더래
한 30 후반에서 40 중반까지 외모인데
눈꼬리는 약간 처지고
눈웃음을 치면서 말을 건네는데
한복 입은 몸매를 대충 봐도 호리호리한데
글래머하기는 엄청나서
친구 눈에는 너무 이뻤다라는거야.
가는 길 붙잡길래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봤는데
조상님이니 뭐니 복이 어쩌니 얘기 하는 거 듣고
아 그 도를 아십니까 그거구나 싶더래
이런 참한 아주머니가 증산도인지 뭔지
사이비에서 호주머니 탈탈 털리고
길거리에서 사람들 붙잡고
이러고 있다고 상상하니 엄청 안타깝더래.
그래서 뭐 그까이거 한번 갑시다 하면서
친구가 아줌마를 따라감.
여기까지 들으면 뭔 정신으로
사이비를 지 발로 걸어들어가나 싶을건데
얜 들어가는데 조상님 그딴건 안중에도 없고
그냥 자기 붙잡은 아줌마 더 볼 생각 밖에 안했다함.
당시 멘탈이 수능도 끝나서
그냥 진짜 뭐든 상관없는 상태라
시간도 넉넉하니
안그래도 업는 겁대가리에서 대가리까지 상실했나봄.
하여간 어떤 건물 들어가서
아줌마가 친구보고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는데,
돌아보면 건물 입구에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지키고 있던게 생각나서
슬슬 겁이 나더라는 거야.
방 꼬라지도 무슨 누우면 발바닥이랑 머리가
벽에 닿을 정도로 작고
왠지 혼자 들어가 있으면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아줌마는 코빼기도 못 보고
이상한 말만 듣다 끝날 것 같아서
친구가 그 아줌마 보고
그냥 자기랑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다함.
아줌마 그 말 듣고 곤란해하다가
잠깐만, 하고 밖에 나가더니만
어떤 인상 좋은 누난지 형인지 데리고 들어옴
인상이 좋건 말건 개뿔이
그 새끼는 아줌마만 쳐다봤다 그랬지만
치성이니 조상님의 복이 제사가 어쨌느니
이야기만 줄창 하다가
3시간 정도 지나서 형인지 누나인지 나가고
아줌마랑 같이 건물에서 나왔는데
아줌마가 여기서 언제언제 모여서 공부하니깐
시간될 때 꼭 나오라고 하는데
친구새끼가 아줌마 붙잡고
저 도를 좀 더 알고 싶어요 ㅇㅈㄹ 하면서
근처에 카페 가자고 계속 졸랐대
전도사 입장에서 새신도가
같이 커피 마시자는데 어쩌겠음
아줌마는 알겠다면서
둘이서 근처 스타벅스로 감.
얘가 거기서 주문한 게 가관인데
아줌마가 아메리카노 먹는다고 하니까
그거를 벤티로 샷 추가해서 시킴.
존나 뜨거운데 쓰기는 엄청 써서
아줌마 좀 더 붙잡아갖고
얘기 더 오래 하려고 그랬다는데
생각해보면 존나 괘씸한 놈임.
가정 꾸린 유부녀를 얼굴도 모르던 남정네가
밤 9시까지 붙잡고 있었던 거잖음?
근데 이게 문제가 아닌게,
걔랑 아줌마랑 이야기 꽃 피우다보니까
서로 개인적인 사정까지 털어놓게 되더래
친구놈은 겁대가리 상실한 놈이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서 없었겠지만
아줌마는 존나 복잡한거야.
친구놈 전도하기 9년 전에 아들 하나 낳아서
남편이랑 잘 살고 있었는데,
지금 몸담고 있는 곳에 너무 깊숙히 들어가버려서
제사니 뭐니 하다가 가정 파탄나서
남편이랑 이혼하고 양육권 분쟁하는데
남편한테 양육권 넘어가버려서
아들램 얼굴 보지도 못한다고 훌쩍훌쩍 울더라는거야
남편은 사이비에 빠진 사람하고는 연락 안하겠다면서
선을 그어갖고 아들 볼 생각 추호도 못하고 있다던데
갑자기 이 친구새기가 뭐가 생각이 퍼뜩 난건지
남편 전번 좀 달라고 했다함.
아니 이 새기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는데
이 아지매는 또 이새기한테 번호를 주네? 뭐지?
그러고선 지 전화로 그 아줌마 전남편한테 전화 걸고
당신 전 부인 OO씨랑 여기 스타벅스 OO점에 있다고,
오늘부터 사이비 탈출했으니
시간 괜찮으면 나와달라고 했다함.
아줌마도 벙쪄서 친구놈 쳐다보는데
이 새끼 하는 말이
벙쪄서 자기 쳐다보는 모습이
그렇게 이뻤다고 회상하더라
아무튼 보통 사람 같으면
가정 파탄난 마당에 또 바짓가랑이 붙잡고
귀찮게 할까봐 안 나올 텐데
전남편이 나옴.
친구놈은 남편분 보더니만
OO씨 아저씨 얘기 많이 했다고
서로 상처가 많으니 서로 위로 좀 하라고 하고
아저씨 줄 톨 사이즈 아이스아메리카노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대
이것도 똑똑한게
빨리 얘기하고 가라고 톨 사이즈 주문했다더라ㅋㅋ
주문한 거 받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까지
한 3분 정도 걸렸다는데
이미 이야기가 끝났는지 서로 울먹거리고 있더래
친구놈도 괜히 코끝 찡해져서
아저씨한테 아메리카노 주면서
이야기 길텐데 천천히 대화하라고 할라 그랬는데
아저씨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서
친구놈한테 고맙다고 하고
아메리카노 받고 자리를 떠남.
친구가 앉아서 아줌마한테 속은 시원하냐고 물어봤는데,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그렇게 섹시하더라
라는 회상을 쳐 하더라
여튼 아줌마는 덕분에 고마운데
이제 뭘할지 모르겠더래.
종교도 마지못해 다니는 거라고 하고
돌아가기는 싫은데
이제 어떡해야하냐고 울먹이면서 친구한테 묻는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줌마한테 갈 곳 있냐고 물어봤다함.
당근빠따 없지.
사이비가 그 당시에도 얼마나 설쳐댔는데.
나중에 들었다는데
아줌마 거기서 소리소문도 언질도 없이 사라지니까
웬 남정네들이 그 아줌마 친척집에 들이닥쳐서
다 뒤지고 다녔다더라
여튼 어차피 살던 곳도
그 증산돈지 돈까쓴지 하는 곳에서 준 곳이라
그냥 몸만 나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하길래
친구놈 그 아줌마 보고
지 고등학교 상경해서 자취하면서 사니까
지 자취방으로 오라고,
며칠간은 걔네들 눈 피해서 사는 건 문제 없을거라고 함.
그래서 아줌마가
처음에 전도할 때 줬던 주소는 뭐냐고 물으니까
천연덕스럽게 당연히 지 원수진 놈 주소랑 번호라고
별일 없을거라고 얘기하니까
아줌마 고개 끄덕이면서 납득함
지가 그렇게 참하다던 전도꾼 아줌마 만난지
하루만에 기어코 지 자취방에 들여보낸거.
아줌마 한복 입은 그대로라 너무 튀니까
걔가 가는 길에 아줌마 옷 갈아입으라고 옷도 사줬는데
청바지에 스웨터를 입으니까
진짜 자기가 생각했던 그 모습이라
좋아서 코피 쏟을 뻔 했다고 하더라
게다가 그날 밤에 엄청 진국이었다면서 좋아하는데
어땠는지 당사자한텐 실례라면서 끝내 묘사는 안 했음.
친구놈 집이 잘 살아서 용돈도 필요한만큼 받았는데
아줌마 전화기 부수고 새로 사주고
어찌저찌 교단에서 추적할만한 건 다 수정했다 그러고
하여간 지금은 그 아줌마랑 친구놈 잘 사는 중.
얘가 머리도 좋은게
2년 전에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더니
부모님한테 아줌마 소개시켜드리고
과속으로 낳은 아들딸내미 손주들 보여주고
뺨싸대기 거하게 맞고 그대로 결혼함
(결혼식 안 했음)
두달 후면 셋째도 본다더라 징하기도 하지
친구놈 당시에 19살이었고 부인분은 38살이었음.
지금 이렇게 보니까 나이차 장난 아니었네;
인증할 방법이 없어서 인증은 못하는데
주작질 할만큼 내가 그렇게 똑똑한 사람은 아님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