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 임신 했을 때 동네 병원에 감.
동네가 작아서 산부인과도 별로 없지만 다 건물이 후짐..
내가 간 병원도 큰 병원은 아니었지만
동네 언니들이 시설이 괜찮다해서 갔음.
그리고 “거기가면 꼭 1과 선생님께 진료받아!”
라고 해서 1과로 접수함.
한참을 기다렸다가 들어갔는데
임신 확인하고 선생님이
“오 임신이네 축하해~ 축하해~
와 좋은일이다 축하받을 일이네.”
웃으면서 계속 반말하심..
뭐야 초면인데 자꾸 반말해..
근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으로 그러시니 그냥 넘어감..
그 뒤로도 진료 때마다 반말과 존댓말을 자꾸 섞어서 하심..
아 원래 그런 스탈이시구나~
나이도 많으시니 그러신가보다 하고 넘어갔음..
병원 갈 때마다 진료시간이 길어서 대기하고 있으면,
간호사들이 진료실 왔다갔다 하고
문열릴 때 안이 보이잖음..
의사쌤이 환자들 부둥켜안고 같이 울고 있을 때도 있었고
진료실이 떠나가라 하하하하 같이 웃고 있을 때도 있었음..
시간이 지나면서 느낀게
선생님이 아니라 엄청 친한 옆집 할아버지 느낌이었음.
매번 진료 때마다 나혼자 가니까
쌤이 남편이 많이 바쁘냐길래
회사일이 많이 바쁘다 했더니
“아무리 바빠도 나중에 육아는 같이 해야돼~” 라고 함..
“오 맞는 말씀이에요” 하면서 엄지척 했더니
손가락 브이 그리시는 신세대 할아버지..
그러다 막달이 돼서 태동검사 하러 갔는데
옆옆 배드 산모가 끙끙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
한참 태동검사 중이었는데,
커텐이 쳐져있어서 보이진 않고
1과쌤 목소리가 들림.
쌤: 보호자분? 직업이 프로그래머 인가요?
보호자: 네? 아닌데요..
쌤:아 올라올 때마다 게임하고 있길래 직업인 줄 알았네.
게임만 할거면 게임방을 가시지~
끙끙하던 산모가 막 웃음
그리고 나중에 의사쌤 갔는지
그 산모 남편이 무슨 말을 저딴 식으로 하냐는 둥 투덜거림.
산모가 선생님이 틀린말 하셨냐고.
아파죽겠는데 짜증나게 하지말라고 함..
나는 예정일이 되어서도
나올 기미가 안 보여서 유도분만 하기로 함.
태동검사하고 관장도 하고
가족분만실로 들어가서 촉진제 맞음.
쪼그려앉기, 걸어다니기, 내진 등등
반복하다보니
슬슬 무시무시한 진통이 오기 시작함..
나중에는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아픔.
의사쌤이 왔다갔다 하시면서
“아직 아닌데..아직 안됐는데..
조금만 더 힘냅시다 알았지?” 하심.
회사 급한 일만 마무리하고 조퇴한 남편이 뒤늦게 도착.
너무 아프니까 내 의지랑 상관없이
“아파..너무 아파..” 중얼중얼 하면서
울기도하고 소리도 지르고 했음..
남편이 옆에서 계속 봐주고 있다가
나중엔 지가 짜증을 냄.
“그렇게 아파? 쫌 참아봐
너만 애낳는 것도 아닌데” 이럼.
진짜 아픈데 짜증나고 빡치고
그런데 말은 안나오고..
근데 남편 저렇게 말하는 걸 의사쌤이 들어오시다 들었나봄
쌤:누구예요?
나:남편이요.
쌤:아 하도 남처럼 말하길래
지나가던 아저씬 줄 알고 쫓아내려고 했지.
산모분만 애 낳는거 아닌건 맞는데
말 그렇게 하는 사람 남편분 밖에 없어~
저 옆방 거긴 남편이 울고 있드라
이 보호자분은 간 크시네.
그러다 평생 따순밥 먹을 일 없어져잉~
이러심
웃긴데 너무 서러워서 의사쌤 팔 붙잡고 펑펑 움..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꺽꺽대느라
말도 제대로 못함서 ㅋㅋㅋㅋㅋ
그냥 째달라는 내 간절한 부탁에도
“할 수 있어~”를 외치시는 쌤 덕분에
겨우겨우 무사히 자연분만에 성공하고
내 아기를 가슴 위에 얹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했음..
신기하게도 아기를 낳은 순간부터
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신도 말짱해짐.
선생님 감사합니다를 몇번이나 했음.
옆에 있는 남편한테 쌤이
“자 남편분은 산모한테 여보 감사합니다 3번 외치세요” 하셨음..
작은 조리원도 같이 딸려 있는 병원이라
남편이 오며가며 선생님이랑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쌤이 우리 남편에게
“오~ 나쁜남편이다~”라고 함..
지금 나는 둘째를 임신중이고
또 같은 의사쌤께 진료를 받음.
웃으면서 “나쁜 남편 좀 다정해졌나봐.
둘째 임신한거 보면” 하심.
“쌤 덕분에 착한남편 됐어요” 했더니
엄청 좋아하셨음
동네 언니들이 왜 무조건 이 쌤을 찾아라 했는지 정말 알 것 같음.
끝은 어떻게 마무리 해야하지..
아 모르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