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군대 갔을 때
투명인간 최상병이란 사람이 있었다
내가 일병 말쯤에 그 사람이 전역했으니까
상꺾? 좀 넘었던 것 같음
이등병땐 그냥 말 한마디 해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일병 달고나니까 슬슬 부대사정 알게 되잖아
일병 달고 다른 사람들처럼 개무시하면 쫌 그래서
다가가서
형 그냥 형이라고 부를게요 했더니 응! 하더라
걔도 존나 외로웠던가봐
군생활 내내 내무실 병사들은 커녕
간부도 말 안 걸어주니까..
그냥 휴가 한번 나가면 다음 휴가 나갈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한다고 보면됨…
가끔 형 형 거리면서 담배도 같이 펴주고 하니까
부대내에서 유일한 친구가 나니까
피엑스에서 담배도 사주고
라면도 사서 관물대에 넣어주고 그러더라
솔직히 쫌 감동함
아 맞다 얘도 사람이였지.. 불쌍하다.. 란생각도 들고
여튼 걔도 자기가 왕따인데
내가 자기랑 같이 노는거 소문퍼지면
나도 왕따 당할 거라고 나 무시 해달라고 그러더라…
역시나 두세달 지나니까
걔 동기들이나 생활관 애들이 와서 물어보더라
걔랑 왜 같이 다니냐고
걔 병_신인거 모르냐고
그래서 돈 뜯어먹을라고 친한척 하는거죠 ㅋㅋ이러면서
넘겼는데
자괴감 들고 그러더라
나는 걔네 소대도 아니고 생활관도 아니라
그 사람이 좀 모자라고 하는짓 병_신이긴해도
피해 받은게 없어서 그랬을진 몰라도..
그러다가
그사람 말년휴가 나갔다가 복귀하기 전날에
행정반으로 전화와서 물어보더라
내일 자기 말년복귀하고 다음날 바로 전역인데
자기 군생활하면서 유일하게 먼저 말걸어준게 나 하나라고
너무 고마우니까 선물하나 사주고 싶다고
갖고싶은거 말해달라더라
솔직히 장난인지 알고
아이스커피 먹고싶다고 했는데
복귀하면서 맥심 아이스커피 타먹는거
1000개입짜리 한박스 사와서
주고 가더라…
나 때문에 그 20키로 박스를 들고
부대까지 왔을꺼 생각하니까
아C발 존나 미안하더라
그것도 이등병도 아니고 말년병장이 한여름에…
전역하는날 아침에 나는 식당청소 해야해서
가는거 못봐서 좀 걸렸었는데
저녁에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길래
받았더니
술쳐먹었는가
꺽꺽 울면서 고맙다 그러길래
잘살라고 해주고 끊었음
그리고 기억속에서 그 사람은 점점 잊혀져갔지
그리고 1년후
나 병장달고 분대장일때
택배 왔다고 찾아가라길래
뭐지? 보낼 사람도 없는디?
하고 행정반 가봤더니
최명준……….
그사람 이름이였음
받는사람 – 내이름 일병…ㅋㅋㅋ
아이스커피 300개짜리였나…
C발 뜯어보고 울뻔
여름되서 생각나서 보내봤다고
혹시 전역했는지 모르겠네
전역했으면 의무소대 아무나 받으세요
이런식으로 편지 써져있고…
자기 전역할때 내가 일병이여서 일부러 그렇게 보냈다고
와 존나 진짜 감동이더라
여튼 받고 바로 싸지방가서
페북이랑 전부 다 찾아봤는데
SNS 안하는지 못 찾겠더라
중대장이랑 행보관한테 사정사정해서 생기부 뒤져서
주소 알아내서
연락 닿고싶다 답장 꼭 남겨줘라 라고 장문으로 편지 보내보고
전화도 해봤는데
전역하고 다 바꾼건가 전화도 안 받고
여튼 C발 군대가서 존나 내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이다
내가 사람 한명 살린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