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지랖이 넓은 성격인데
그날은 유독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다
5호선 전철을 타고 서서 집으로 가다가
문득 왼쪽을 쳐다봤는데
“어? 소매치긴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어떤 아저씨가 젋은 아가씨 엉덩이에 손을 대고
쭈물쭈물하고 있더라
그거보고 망설임 1도 없이 밀치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했더니
“죄송합니다 제가 술에 취해가지고..”
라고 하면서 머쓱한 표정으로 그냥 넘어가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멱살 꽉 잡고
“됐고 일단 내리세요” 하면서
옆에 있던 아가씨한테도 내리세요 한 뒤
같이 내리게 됐는데 내리자마자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라면서 자꾸 도망가려고 하더라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데
틈만 보이면 도망가려고 하길래
실랑이 하다가 몸으로 벽에 밀어넣어놓고
겨우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근데 경찰이 바로 오는게 아니니까
그 아저씬 도망가려고 하고
나는 못 도망가게 하고 이 짓을 한참을 했다
근데 이 상황을 제 3자가 보면
웬 젊은 사람이 나이 먹은 어른 멱살 붙들고
해코지 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더라
결국에 한 커플이 나한테 다가오더니
왜 그러시냐고 그러지말고 놓고 얘기하라고 하는데
그 와중에 타인한테 상황 설명하는 것도 웃기고
그 피해자 분한테도 실례인 거 같아서
그냥 가던 길 가라고 했는데
한참을 나 붙잡으면서 쫑알쫑알 그러면 안된다고 하길래
안 그래도 힘쓰고 있어서 정신없는데
짜증이나서
“아니 지금 성추행범 붙들고 있는거니까
그냥 가던길 가라고요” 라고 했다
그랬더니 여친한테 어른공경 하는 모습으로
점수 따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는데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그래도 어르신한테 그러는거 아니예요;;”
이 지랄을 하는데
이 말 듣고 진짜 열받아서 실소가 터지더라
그러고 내 빡친 표정 봤는지 그냥 쌩 가버렸고
그러던 와중에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 아저씨한테 이 사람 잡고 있어달라고 한뒤
천천히 상황설명을 했고
그 아저씬 계속 내가 뭘 잘못했냐고 소리지르더라
옆에서 말 없이 지켜만 보던 피해자 분이
경찰이 오니까 힘이 나셨는지
“아저씨가 막 만졌잖아요!!!” 하고 소리치더라
경찰이 나한테 아저씨가 목격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같이 서로 가서 조서 작성해야 하는데
시간 괜찮으시냐 하길래
막차 시간 다 오긴 했는데
그땐 정의감에 물들어 있을 때라 알겠다고 했다
그 와중에 그 가해자 아저씨
지 마누라랑 통화 중이던데 전화기 너머로
왜 아직까지 안 들어오냐고 소리 지르는거 보고
진짜 마음 같아서는 전화기 뺏고
당신 남편 성추행 현행범으로 잡혔따고 얘기해주고 싶더라
암튼 상황 마무리 되고 경찰서로 이동하려는데
그 피해자 분이 어머니랑 통화를 하더니
“저 그냥 집에 가면 안되나요?”
라고 경찰한테 물어보더라
그 소리 듣고 어이가 없어서 뻥쪘다
아 나 혼자 뻘짓 한건가?
별일 아닌데 내가 일 키운건가?
잠깐동안 회의감과 함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경찰이 “아가씨 한분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금껏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고
차별 없이 그냥 넘어가면 재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해주더라
근데도 피해자는 막무가내로
“아니 그냥 집에 갈래요” 하더라
가해자는 이런 상황도 모르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소리 지르고 있고
경찰이 피해자분 한참을 설득하다가
나만 조용히 따로 부르더니
피해자분이 처벌을 원치 않으시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피해자가 괜찮다는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고 했는데
그때 경찰 표정이 나한테 엄청 미안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 뒤에 경찰관이 가해자한테 가더니
“아저씨 얼른 사과하세요” 하고
약간 강압적인 말투로 말했는데
가해자 아직도 상황파악 못하고
“난 잘못한게 없다니까” 이 지랄을 하니까
경찰도 열이 받았는지
“아저씨 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는다니까
그냥 사과하고 가시라고요!”
하고 소리치더라
그러니까 그 새끼 바로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술에 취해가지고..”
태도 180도 바껴서 사과하고
나한테 악수까지 청하더라ㅋㅋ
더러운 손 잡기 싫어서 악수 그냥 쳐냈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가 되고 골 때리는게
가해자, 피해자, 나
이렇게 같은 전철 다시 타고 집으로 갔다ㅋㅋ
존나 어이가 없어서 멍 때리는데
피해자분이 그래도 고맙다고
연락처 한번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더니
며칠 뒤에 그 분 어머니가 전화오셔서
감사하다고 밥이라도 한끼 사드리겠다고 그러더니
뭐 불편해서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로 연락 없더라ㅋㅋ
암튼 그날 집에 와서 엄마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 했더니
괜히 남 일에 왜 끼어들어서 고생이냐고
앞으로는 절대 모르는척 하고 지나가라 하길래
방구석 여포답게
만약 누나한테 그런 일 생겼는데
도와준 사람한테 똑같이 말할거냐고 그랬더니
아무말도 안 하시더라
근데 나도 이날 이후로 오지랖 내다버렸음
엄마 말처럼 남일에 끼어드는거 아닌 것 같음.
대충 요약하고 끝낸다
1.전철에서 성추행범 발견하고 온몸으로 도와줌
2.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는다함
3.가해자, 피해자, 나 셋이 같은 전철타고 집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