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만난 여자친구가 바람피고 있었던 걸 촉으로 알아낸 남자의 결말..

다른 남자와 잔 입술과 몸으로

내게 보고싶다 말하며 내 품에 안겼단 걸 알게 된 순간

역겨워서 토가 나올 정도였다

며칠내내 먹은 것도 없는데 토가 계속 나와.

배신감과 수치심에 죽으려고 마음도 먹었어.

그래서 그 날의 일이 왜곡되기 전에

어딘가에 보관을 해야하기 때문에 글을 적음.

여자친구와는 300일 가량 만났고,

쾌활한 성격에 가치관이 참 바른 사람.

아이처럼 웃는게 예뻤어.

그 사람 옆에 붙어만 있어도 행복했고

빨리 결혼하고 싶단 마음뿐이었지.

그 날 이전까지는.

사건의 개요는 그래

연휴 근무가 끝나고 침대에 자고 있는데

약속시간보다 빨리 찾아온 그 사람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머리 많이 길었네?” 하는 다정한 소리에 잠에서 깼어.

그리고 인스타에 여행가기로 했던 곳을 보여준다길래

옆에서 보는데, 그러다 못볼껄 본거야.

나 평소 여자친구 핸드폰 절대 안 보거든.

근데 카톡목록에 있는 남자 메세지를 봐버린거지.

“잘자요ㅎㅎ”

별거 아닌 내용인데 뭔가 촉이라고 해야될까?

그런게 왔던거 같아

처음엔 회사동료랑 술 먹다가 알게된

업계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이상하잖아

연휴에 저렇게 연락한다는게.

그래서 내가 보여달라고 했어

웃으면서 자기 의심하지말래.

안 보여주면 의심할거 같으니 보여달라했어.

그러니까 인상 굳으면서

이걸 너가 보면 오해할 것 같다고 보지말래.

적정선에선 오해 안할테니 보여달라고 했지.

근데 갑자기 자기 의심하는거

기분 엄청 나쁘다고 하더라고.

나는 얘 환경이 사람 많이 만나는 직업이어도,

의심 그런거 한번도 안해봤거든.

전화 안 될 때 걱정돼서 한 번 했었나?

그냥 이 사람은 그런 일이랑 거리가 멀거라 생각했어.

항상 올바른 행동이랑 올바른 얘기만 했었거든.

아무튼 결국 핸드폰 열고 봤어

그런데 바로 벗어둔 양말부터 신더라고.

뭐지? 하면서 그 사람 카톡을 열어봤는데

그냥 누가봐도 썸타는 사이의 카톡이더라.

나한테 “웅” “응” 단답하던 카톡들과는 달리

많은 내용들과 이모티콘.

대충 2월꺼까지 봤으니까 근 세달 넘게 나눴던 카톡들.

그중에서도 내가 충격받고

지금도 잠 못자는 이유는 세가진데.

첫째는 그 남자가

‘남자친구 있으면 만나면 안돼요?’ 라고 했던 말과

그 대답에 ‘왜 자꾸 그러세요 탐나게’

했던 여자친구의 말.

둘째는 집 위치가 어디냐는 말에

평소에 엄마가 위험하다고

남자친구한테도 알려주면 안된다던 집을

순순히 말하던 그 여자의 카톡.

마지막으로 새벽 4시 30분경

‘잘자고 있어서 먼저 나가요ㅎㅎ’ 란 그 남자 카톡.

여자친구의 변명은 집 앞에서 대화하다가

방에 불이 꺼져서 자는 줄 알고 그렇게 보낸거래.

내가 ㅂ신인걸 뒤늦게 알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ㅂ신 취급을 하니까 화가 너무 나더라고.

그러면서 “끝난거지? 끝난거잖아” 하면서

되려 성질을 내길래 그냥 나가라했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남자 얘기도 들어봐야 될거 아니야

남자친구 있는거 알면서 만나자한건 무슨 생각이었냐고.

그래서 다시 와달라했어.

그 사이에 카톡은 다 지워놨더라.

그 남자한테 전화하라했지.

근데 수화기 너머로 그 남자가 다정하게

여자친구 이름 부를까봐 그냥 내 폰으로 했어.

여자가 욕하진 말아달라면서 폰을 키더니

그 남자 번호를 보여주더라.

화가나서 떨리는 손이랑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

나 누구 남자친구인데 누구 맞냐.

남자친구 있는거 알면서 왜 그랬냐 두마디 하니까

‘저랑 할 말이 아닌거 같은데요’

하고 끊고 차단해버리더라.

여자친구한테 다시 걸어보라고 했는데

여자친구 전화도 안 받더라고.

다시 물었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뭘 잘못해서 그랬냐고 두 번 물었어.

이해가 안 갔거든.

나는 정말 내가 해왔던 연애중에 가장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러니까 나 만나기 전부터 알았던 사람이고

그땐 그 오빠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대.

거기서 말을 끊었어야 했는데..

그 오빠가 좋다고 말하더라.

미안하다는 말 그런 말이 아니라.

그 오빠가 좋다는데 더는 못듣겠어서 나가라했어.

혼자 앉아서 생각을 해보니까

그간 이상했던 점들이 퍼즐이 맞춰지더라고.

주중에 잦아진 술자리,

약속장소는 전부 을지로.

없어진 체취와 바뀐 샴푸향.

갑자기 살찐거 같다며 시작한 운동.

안하던 피아노 연습실을 다니고,

평소완 달리 같이 가자고 물어보지 않는 클래식 공연 검색.

너네집 바뀌어있던 내 칫솔.

누구누구 언니가 갑자기 와서 나가본다던 저녁들은

다 그 남자랑 갔던거였더라고.

심지어 나랑 헤어진 그 전날도.

얼마나 오랫동안 바람피고 있었던 건지

감도 안와서 어디서부터가 거짓이었을까

그게 가장 힘들었어.

다음날 잠 한숨 못자고 담배피려고 나가보니

문 앞에 작은 쇼핑백이 놓여져있는데

안에 편지와 돈봉투가 걸려있더라고.

전부 자기합리화 뿐인 내용들,

가식으로 가득찬 편지와 돈 봉투에 담긴 백만원.

무슨 의미일가

돌려줘야 하는데 돌려주러가는 길이

한 때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 길이

이젠 무서워서 돌려주질 못하겠네.

그냥 사람이 다 무섭다.

하나같이 다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