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도 날씬해본 적이 없었음
학창시절부터 뚱뚱하다고 왕따 당하고
특별한 일 없으면 무조건 집에 박혀서 애니만 봤음
맨날 쳐먹고 싸고 누워있고
일해서 번돈 전부 군것질이랑 야식에 꼴아박고
유일한 취미가 애니인 오덕 새끼였음
그러다 “덤벨 몇 킬로까지 들 수 있어?” 라는
애니가 있길래 캐릭터가 귀엽게 생겨서 보게 됨
그냥 오덕새끼들 제발 운동 좀 하라고 만든 애니가
거기서 거기겠지 뭐 하고 별 생각 없이 봤음
근데 애니를 보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봤더니
돼지 하나가 옷 벗고 서있는데
그냥 내 자신이 존나 한심해보였음
근데 담날도 똑같이 걍 쳐먹고 애니보고 그랬음
그렇게 몇주가 지나고
옆동네에 운동장 하나가 오픈한단 소식을 듣고
무료체험 기간이라길래
그냥 찍먹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가봤음
스피닝 하는 곳이었는데
1곡 조차 제대로 못 달리고 지치더라
그냥 그 내 모습이 너무 한심했음
그래서 내가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듬
살면서 제대로 노력도 안해본 새끼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계속 들었음
그렇게 현타온 상태로 페달만 천천히 밟으면서
폰으로 애니나 보고 있었는데
나 보란듯이 이런 대사가 나옴
갑자기 이 말 한마디에 미친듯이 힘이 나기 시작했음
오프닝 가사에도
“노력하는 그대는 아름답다” 라는 말이 나옴
그래서 집가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나 스스로도 바뀌고 싶으니까
무료체험도 가보고 그런거 아니냐
시도라도 해본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그냥 진짜 제대로 한번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음
옛날에도 헬스장 1개월 끊어놓고
3일 나가고 안 나간 뒤에
“그래도 시도는 했다” 하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포기했었는데
이 악물고 다음날부터 계속 운동해보기로 마음 먹음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가서
어떻게든 페달 밟고 달리다보니까 2곡 정도는 달려지더라
별 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변했구나 싶어서
고개 숙이고 울면서 달렸음
이게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로 그냥 페달만 존나 밟음
그리고 그 날 수업 끝나고 관장님이 오더니
“자주 오네?”
“네..”
“솔직히 첫날에 한번 해보고 안올 줄 알았거든ㅋㅋ”
“아..네..”
“실제로 그런 사람이 대부분인데 멋있다”
라고 하는데
갑자기 이 말 듣고 감동 받아서
쓸데없이 눈물 많은 놈이라 샤워실에서 또 질질 쳐 짬
운동하면서 이렇게 감동 받은 적이 처음이었음
그래서 무료체험 끝나자마자
3개월 끊고 제대로 달리기 시작했음
야식 참았음
7시 이후로는 입에 먹을거 절대 안댔음
식단도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그냥 살 안 찌는 음식 위주로만 먹음
운동보다 먹는거 참는게 열배는 힘들더라
그렇게 1개월 정도 하고 나니까
몸에서 오덕 때랑 다른 기분이 듬
자고 일어나면 머리랑 허리도 안 아프고
구부정 했던 허리랑 어깨도 펴지기 시작함
애니 보는거 말곤 매일 우울함의 연속이었는데
더이상 우울한 감정도 잘 안듬
그냥 기분 암만 좃같아도 죽어라 뛰다오면
스트레스 다 풀렸음
중간에 포기하고 싶으면 애니 떠올리면서
“노력하는 그대는 아릅답다” 문구 생각했음
뚱뚱하다고 학창 시절에 상처도 많이 받았고
우울증도 계속 시달렸었어서
엄마,아빠,누나가 나한테 터치도 잘 안하고
말 거는 것도 되게 곤란해 하셨는데
자세도 펴지고 얼굴에 턱선이 점점 보인다면서
매일매일 칭찬 해주셨음
그래서 1kg 1kg 빠질 때마다 기분이 더 좋아짐
그냥 사람 새끼가 되고 있는 것 같더라
그렇게 정상체중 찍고나서 진짜 방에서 존나 엉엉 울었다
한 평생을 돼지 오덕으로 살았는데
왜 뚱뚱한 사람들이 다이어트 끝나고
눈물 흘리는지 조금 알겠더라
지금음 다이어트 빡세게는 안하고 식단만 하는 중임
이제 알바 인생 때려치고
다시 학교 갈 준비도 하고
사람 새끼 될 준비 열심히 하고 있음
공부도 제대로 안해본 놈이라 글 솜씨도 쓰레긴데
끝까지 읽어준 사람들 진짜 고맙다
아 그리고 애니 마지막에
이런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이 목표 달성했는지 저러고 완전히 끝남
이 장면 보면서 엄청 많은 생각이 들었음
내 자신이 너무 싫었는데
이제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