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때 이야기임.
우리 3생활관 안에는
아침 6시반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기계 비프음? 같은 소리가
5분동안 끊이지 않고 울렸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려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선임은 이 소리가 시계 알람소리 같다고
자기 일병때부터 들렸는데
아직 아무도 못 찾았다고..
이제는 다들 익숙해 졌다고 했다.
나쁜점만 있는 것은 아닌게
기상나팔 울릴 시간에 같이 맞춰울리니
크게 신경쓰이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다 문제는
같은 생활관 병장이 전역하고 시작됐다.
모두가 잠든지 얼마 안된 12시.
연등이 끝나고 모두가 조용히
생활관에서 잠을 청할 시간이였다.
그 때 울리는 날카로운 시계알람소리는
3생활관과 양 옆 생활관에서
자고있는 사람들의 깊은잠을 깼다.
모두가 잠을 포기하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침대를 다 들고
관물대도 다 뒤집어봤지만
이 갑자기 찾아온 악몽의 근원지는
쉽게 찾을 수 없었고
5분이 지나, 드디어 알람이 꺼졌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시 깊은 잠에 빠지며
누군가는 꿈을 꾸고있을 새벽 2시
또 문제가 터졌다.
또 그 소리가 들려왔다.
기상나팔을 듣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
나는 내가 훈련소에 다시 왔나 생각하며
일어나 소리가 나는 시계를 찾았다.
하나둘 씩 일어나
입에서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이제는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각자 시계 알람 다 끈거 맞냐며
고참은 짬찌들의 시계 알람을 확인했다.
하지만 짬찌들은 A급이라
그런 실수는 하지않았다.
그렇게 2시간마다 울리는 시계알람..
그렇게 우리는 매 2시간마다 울리는 알람소리에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6시반이 되었다.
삐- 삐- 삐- 삐-
날이 밝았다.
햇빛이 커튼을 난도질한다.
생활관 방송스피커에 후후 소리가 들린다.
곧 기상나팔을 틀으려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소리일 것이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앉아있었다.
마치 내 생각을 공유한 듯
내 옆자리 맞선임도 조용히 일어나 앉았다.
그의 입은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빠빰 빠빠빠 빠빠라빠빠
빠빠빰 빠빠빠 빠빠빰 빠라바라빰
점호를 나간 후
밥까지 먹고 돌아오니
이 미친 시계가 또 울리고 있었다.
마침 주말이었고
화가 끝까지 차오른 우리들은
생활관을 다 뒤엎기로 했다.
관물대를 뒤집고
침대를 발가벗겨 프레임 안을 확인하고
티비농을 열어 안에 있는 모든 내용물들을 꺼냈다.
생활관 중앙탁자에는 면도기 트럼프 카드
보드게임 등 갖가지 물건들이 올라왔고
전부 다 열어봤다.
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2시간이 또 지나고
난장판이된 생활관에서 또 알람이 울렸다.
텅 비어버린 생활관 덕분에
소리의 발원지가 좁혀졌다.
바로 하늘..
우리는 소리의 근원지가 천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의자를 밟고 텍스를 하나씩 건드려봤다.
우리는 곧 고정되어있지 않은 텍스를 발견했다.
텍스를 들추고
머리를 어둠속으로 들이밀었다.
그 어둠 속으로 다가갈 수록
알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동시에 먼지와 공포심도 몰려왔다.
나는 와류로 인해 코에 들어오는 먼지로
콜록거리며 머리를 들이밀고
손전등을 이용해 어둠을 밝혔다.
그곳에는 소리의 근원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
그것은 어제 전역한
병장의 카시오 시계.. 였다.
이 ㅆ발새끼가
시계에 알람 맞춰두고 숨겨두고 간 것이다.
고려대 나온 새끼가 이런일을 할지 몰랐다.
우리는 이것 때문에 한숨을 못잤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고참은 전역한 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찾았어? 고생했다~”
고참은 카시오 시계를 귓구녕에 박아줄테니
면회는 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고
6시반 알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상태를 보니 다들 잘 잔것 같았다.
안도하며 점호를 준비했다.
다행히 헤프닝으로 끝났다며
모두 그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다른 생활관에 전했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우리는 이 짓을
누군가 전역할 때마다 반복하게 될거라는 것을..
진짜 악몽은 그 후부터 였다.
마음의편지에서 까지 등장하여
전역할 때 행보관이
시계를 찼는지 안 찼는지 확인하며 보내기 전까지
악몽은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