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대에는 싸바싸바맨이 한명 있었다.
간사함의 극치에 달한 자인데,
얼마나 싸바싸바를 잘하는지
간부들이 같이 당직서고 싶은 부관으로 언제나 꼽아주곤 했다.
이 싸바싸바맨의 아부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는데
싸바싸바맨이 전입 온 당시부터 중대왕고를 달 때까지
단 한번도 TV연등을 시켜주지 않았던 1소대장이
그가 처음으로 연등쇼부를 치러 갔을 때
자신의 신념을 버린 전설이 있다.
그의 방식은 정말 심플했는데
1.간부들이 피우는 담배를 각각 기억하고 있다.
중대한 쇼부가 있을 때 먼저 사다 바친다.
2.간부들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각각 기억하고 있다.
중대한 쇼부가 있을 때 먼저 사다가 바친다.
3.간부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각각 기억하고 있다.
중대한 쇼부가 있을 때 먼저 사다가 바친다.
- 흡연장에서 간부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바로 자판기에서 자기 커피를 뽑으면서,
‘한잔 드십니까?’ 하고 물어본다.
그리고 간부들이 현재 관심있는 자기개발 분야들을 기억해뒀다가
그 주제에 대해 야부리를 턴다.
1.간부가 토익을 공부하고있다면 문제집을 추천한다.
2.간부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주말에 사지방에서 보충제나
다이어트 보조제를 검색해보고 추천한다.
3.간부가 최근에 어떤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면
사지방에서 검색해보고
그 게임에 대해 엄청 궁금한 척 한다.
그는 훈련이나 이론이나 후임들 다루는 부분이나
전부 폐급 수준이었는데
조선시대 한명회도 울고 갈 아부력으로
많은 간부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싸바싸바를 안 받아주는 간부들에게는
존나 미움을 받았다.
싸바싸바 하나로 존나 유명하니
거의 훈련할 때나 쉴 때나
쇼부의 담당자는 그로 굳혀져 있었는데,
다른데보다 특히 TV연등쇼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당직근무가 없는 날이면
그는 중대원들에게 과자를 모아오게 한 뒤
그날의 당직사관이 좋아하는 과자를 한 세개쯤 추려 들고
전투를 앞 둔 장군마냥
비장하게 행정반으로 걸어들어가서
‘아이구 우리 X소대장님
어떻게 금요일 당직을 맞아버리셨습니까아~’
하는 간신배 특유의 목소리로 싸바싸바를 시작한다.
마치 왕을 대하는 내시같은 느낌으로.
그리고서는 한 15분정도 회화를 하는데
‘수고 많으십니다.’ 와
‘아이구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습니까?!’가
거의 대부분의 회화를 담당한다.
그가 행정반에서 위풍당당하게 걸어나오면
각 소대 최고짬들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정황을 살피고 있다가
‘자, XXX의 장렬한 탄원으로 인해,
우리 중대는 새벽 2시까지 TV연등을 실시한다.’
하는 알림이 전 중대에 퍼지고
중대원들은 그때만큼은 싸바싸바맨을 환호한다.
그의 동기는 언제나
‘진짜 왜 그렇게 사냐 아부쟁이새끼’ 하고
그를 타박하곤 했는데
말년엔 그의 싸바싸바덕을 많이 보게 되어
‘이새끼 사회나가면 정치인 하겠는데’ 라며
태세전환을 했다.
음.. 그 아부쟁이 새끼는 결국 정치인은 못되고
지금 인터넷에 군대썰이나 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