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탓만 하던 남자가 ‘아버지 인생’으로 딱 일주일 살아보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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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26살 백수다.

군대를 전역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세상은 날 받아주지 않았다.

고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비정규직 알바뿐이었다.

‘세상 참 엿 같다…’

조만간 이 알바도 그만 둘 생각이다.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반말이나 찍찍 내 뱉는 사람들..

동전을 던지고 가질 않나..

손님 왔는데 친절하게 인사 안하냐고 소리를 지르질 않나..

‘씨x놈들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그래 가난하게 태어난게 잘못이지.

집안 잘 만나서 편하게 사는 놈들이 부러웠다.

고급차에 여자를 태우고 다니는 애들을 보면 자괴감에 빠졌다.

‘나도 금수저로 태어났다면..”

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다.

대부분 슬퍼했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가난함을 물려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보통 아버지들은 유산이라도 남겨주지 않는가?

왜 난 가난을 물려받아야 하지?

그 날 난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아버지를 욕했다.

차라리 아버지가 없는 게 마음이 편하다.

최소한 집에서 게임 할 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알바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아무도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식당일을 하셨고

하나 뿐이 없는 여동생은 철없이 남자를 만나며 클럽을 다녔다.

‘엿 같은 집안.. 지긋지긋 하다.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 참 게임을 하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 늦은 시간에 엄마가 집에 들어오신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엄마가 방문을 열었다.

“언제까지 게임만 할 거니…”

간섭하는 엄마의 말에 열이 받았다.

“나가”

“현석아..”

“나가라고”

엄마가 천천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아 씨x 짜증나네 열심히 일하고 왔는데

게임 몇판 하는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을까?

다시 게임에 집중하려는데 엄마가 또 방문을 열었다.

“아.. 씨x 또 왜!”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현석아.. 이건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내일 아버지 기일이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계속 게임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놈의 게임 좀 그만하면 안 되겠니?”

엄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의 말에 화가 났다.

“아 씨x 내가 뭐! 일 끝나고 와서 게임도 못해?”

“게임이 밥 먹여주니? 이제 취직해서 결혼도 하고 그래야지!”

열이 받아 게임을 껐다.

“취직? 누가 받아줘야 취직을 하지

나 같은 고졸 누가 받아준다고 그래?

그리고 아버지 기일?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흙수저 집안 물려줘 놓고 기일 까지 챙겨주라고?”

“현석아.”

“그리고! 엄마가 언제부터 아버지 기일 챙겼어?

지금까지 안 챙기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데?

그냥 평소대로 해 어색해 죽겠으니깐..”

“엄마도 후회되는 게 많아서 그래…”

“나가 게임해야 하니깐”

“혹시 생각 있으면 말해줘..”

“나가라고..”

방문이 천천히 닫혔다.

‘아 씨x 열 받아.. 계속 게임에 집중했다.

아까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가고 있었다.

‘아 존나 재밌네..

이제 곧 있으면 브론즈 탈출이네’

문소리가 들렸다. 새벽 쯤 동생이 들어온다.

생각해보니 이년이 오늘 내 지갑에서 돈을 빼 갔다.’

동생 방으로 들어갔다.

“야 x발 내 지갑이 니 ATM이냐 왜 멋대로 돈을 가져가?”

“나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깐 닥치고 나가라..”

“뭐? 닥치고 나가? 네가 오늘 죽고 싶은 거구나?”

빡치는 마음에 여동생의 머리채를 잡았다.

“악! 씨x놈아 놔라”

동생이 내 정강이를 발로 새게 찼다.

존나 아팠다. 다리를 문질렀다.

“아!!!! 씨x” “동생한테 돈 주는게 그렇게 아깝냐

하여간 오빠가 되가지고 수준하고는…”

“너 말 다했어? 클럽이나 다니면서 돈 빼가면 어느 오빠가 좋아하겠냐?”

“한 살 차이가 밖에 안 나면서 꼰대처럼 굴지마.. 편돌이 주제에..”

“씨x 너 진짜 혼나 볼래?”

싸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엄마가 들어왔다.

“도대체 왜들 그러니”

“하아.. 씨x 이놈의 집안 지긋지긋해 빨리 나가던지 해야지..”

열이 받아 방을 나왔다.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와 외투와 지갑을 챙겨 집 밖으로 나왔다.

‘능력 있는 아버지만 만났어도…’

담배를 피기위해 담배를 꺼냈다.

담배가 없었다. ‘하아 또 사야 하네..”

일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노래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며 걷고 있었다.

횡당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아래에 무언가 번쩍거렸다.

가서 자세히 보니 500원짜리 동전이었다.

입으로 불어 먼지를 털어내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 때 옆에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환한 불빛을 하며 달려오고 있는 트럭이 보였다.

“뭐야 씨!”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 어디야..

“안녕하세요!”

한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어우 씨 깜짝이야 누.. 누구세요?”

“여긴 천국과 지옥으로 가기 전 거치는 심사 장소입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내가 죽은 건가?

“개소리 아닙니다. 그리고 죽은거 맞습니다.”

“뭐야.. 마음속으로 한말인데..”

“죽으면 마음속에 있는 말도 다 들립니다.

뒤에 보시면 알겠지만 시간이 없어 빨리 진행 할게요.”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사가 서류를 보며 내 인생을 검토하고 있었다.

“음.. 인생 참 막장으로 사셨네요.

공부도 안하고 매일 게임만 하고.

학교 다닐 땐 사고뭉치에 부모님께 패륜까지.. 지옥이네요.”

“네? 잠시 만요. 지옥이라뇨.. 제가 그렇게 산건 다 아버지 때문에..”

천사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랑 현석씨 인생이랑 무슨 상관이죠?”

“아버지가 그 모양이니 제가 그렇게 산거 아닙니까!”

“하하 재밌네요. 아버지 때문에 현석씨 인생이 그런 거였다?”

“네 흙수저로 사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다 그렇다고 할걸요?”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여튼 이 서류로는 지옥 가셔야 할 것 같아요.

도장 찍을게요.”

“아 자.. 잠시만요.. 지옥은 아닌 것 같은데요..

지옥으로 갈 건 저희 아버지죠. 제가 아닙니다.”

도장을 찍으려던 천사의 손이 멈췄다.

“끝까지 이러시네.. 좋아요 그럼.. 한번 확인해보죠…”

“확인이요..?”

“정말 아버지 때문에 현석씨가 그렇게 살았는지..

현석씨 눈으로 직접 확인 해봐요.”

“확인해 보나마나죠. 어디 한 번 봅시다.”

“자신만만 하시네요. 그럼 일주일 동안 행운을 빌게요.”

천사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서서히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뭐야! 어디로 가는 거야..”

헉… 헉.. 잠에서 깼다.

꿈이었구나.. 옆에선 엄마가 자고 있었다.

‘왜 여기서 주무시지? 그리고 여긴 안방인데..’

부엌으로 와서 물을 마셨다. 내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우려는데 침대에 사람이 있었다.

‘누구지?’ 가까이서 얼굴을 살펴봤다.

그건 바로 나였다.

‘뭐야 씨x!!” 놀란 마음에 내 방을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로 왔다. “뭐지.. 내가 왜 저기에…”

거울을 보고 경악했다.

“아..? 아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10년 전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럼 확인해 본 다는 게..?”

“안녕하세요!”

까.. 깜작이야.. 꿈에서 봤던 남자였다.

“많이 놀라셨죠?” 식탁에 앉아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

“그러니깐.. 일주일 동안 아버지 삶을 살라는 얘기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성실하게 마치시면 지옥은 안 가실 거 에요.”

남자가 웃었다.

‘어떻게 저런 얘기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거지..’

“근데 왜 하필 이런 방법이죠?”

“그거야 해보시면 알겠죠..?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가장의 역할에 의무를 다하셔야 합니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시면 그대로.. 아시죠?”

“아.. 네네 그 뭐 어려운 일이라고.. 걱정마…”

남자가 사라졌다.

머릿속으로 10년 전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셨고 몇 시에 나가고 몇 시에 들어 왔는지..

‘이렇게 쉬운 걸로 천국과 지옥이 결정 돼?

사후세계도 별나군.. 그 때 아차! 하는 마음에 시간을 확인했다.

5시.. 아버지는 이 때 쯤 일어나 일을 나가셨다.

가방끈이 짧았던 아버지는 따로 일자리가 없으셨다.

새벽에 나가 그 날 하루하루 일을 얻었던 거로 기억한다.

안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버지가 일 하러 나갈 때 옷을 찾았다.

‘여기 있네..” 어렸을 때부터 봐온 아버지의 옷 이렇게 눈앞에서 자세히 본 적 없었다.

‘이 옷이 이렇게 낡았었다..”

옷을 입고 집밖을 나오는데 자고 있는 가족들에게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이게 아버지의 삶이었으니깐

노력하지 않으니 이렇게 일하러 가는 거지.

아버지가 공부라도 열심히 했다면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집 밖을 나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김씨 왜 이리 안와! 이제 차 올 시간이야”

아빠와 20년 동안 같이 일했던 이씨 아저씨였다.

“아 지금 가고 있습.. 아니 가고 있어 어디로 가면 돼?”

이씨 아저씨가 가려준 곳으로 갔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불을 쬐며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날씨였다.

뭐 이정도 쯤이야..

그 때까진 별 거 아닐 거라 생각했다.

다양한 차가 왔다.

“인삼 밭 5명 타세요.”

“대추 밭 12명 타세요!”

“지하철 공사 10명!”

쉬운걸로 고르자…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사무직으로..

“혹시 여기 컴퓨터 좀 하시는 분 있나요?”

이거다 싶어서 손을 들었다.

“저.. 저요!!” 그 때 이씨 아저씨가 내 손을 잡았다.

“뭐하는거야 김씨! 저거 몇 푼이나 준다고…”

“아니 쉽잖아요..”

“뭔 소리를 하는 거여 김씨!

저런 거 돈 안 된다고 나한테 그래놓고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씨 아저씨가 말했다.

“기다려봐 자네가 좋아하는 차 곧 오니깐..

어 저기 오네!” 봉고차 한 대가 들어왔다.

“한강 건설 12명 타세요.”

“어서 타자고 김씨!”

노가다? 저걸 힘들어서 어떻게 하라고;

내가 머뭇거리며 서있자 이씨 아저씨가 날 재촉했다.

“뭐해! 어서 안타고..”

“아.. 네.”

뭐 이렇게 힘들 일을 자처해서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쉬운 일 하면서 살면 될 것을..

뭐 노가다 쯤이야..

군대에서 진지공사도 해봤고

벽돌 몇 개 나르는 것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가니 건설현장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자 일 시작합시다.”

소장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했다.

“가지고 김씨!”

“저.. 저기.. 아침밥은 안 주나요?”

이씨 아저씨가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어허.. 오늘 왜 이려?

매일 아내가 아침 든든하게 차려준다고 자랑하던 사람이!”

‘ㅋㅋ엄마가 아버지에게 밥을 차려준다고?’

지금까지 인생 살면서

엄마가 아버지에게 아침 밥 차려주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아내 자랑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작업복을 입고 일이 시작됐다.

벽돌을 등에 메고 옮기고.. 또 옮기고..

군대에서 했던 진지 공사보다 5배는 힘들었다.

다리가 부셔질 듯이 아팠다.

겨울이었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 졌다.

‘씨x 언제까지 하는 거야..”

점심시간이 다가왔을까 시계를 확인했다.

9시 15분이었다. 시간이 정말 안 갔다.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이씨 아저씨가 우유를 건넸다.

“마시면서 해 김씨! 근데 오늘 표정이 왜 그려! 매일 웃는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웃는다고?”

“오늘도 야간까지 할 거지?”

“네? 야간이요..?”

“김씨 오늘 참 이상하네.. 야간작업 하면 돈 더 준다고 같이 하자 조르던 양반이..”

아버지의 생각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돈 몇 푼 벌려고 이렇게 까지 하다니..

천사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니 일단 알겠다고 했다.

도저히 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 할 때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이씨 아저씨가 도시락을 챙겨줬다.

미칠 듯이 배고팠지만 숟가락을 들 힘도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밥을 먹었다.

‘이걸 일주일 동안 하라고?’

얼마나 노력을 안했으면 이렇게 살고 있을까..

고등학교 때 공부라도 해서 좋은 대학가지.

다른 아버지들은 편하게 회사 다니면서

따뜻하고 시원하게 직장 생활 하는데.

아버지의 삶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준 요구르트를 마시며 아버지를 더더욱 원망했다.

‘이러니 내가 흙수저로 살고 있지..’

오후 작업이 시작됐다.

손이 저리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지만 계속 일을 시키니 안 할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은 짧았고 일하는 시간은 많았다.

하루라는 시간이 이렇게 긴지 몰랐다.

편의점 알바 할 때는 휴대폰하며 시간을 보내도 하루가 길다 생각했는데

이건 그 시간 보다 몇 배는 더 길게 느껴진다.

‘씨x 언제 집에 가는 거야…’

저녁시간이 다가 왔다.

이번에도 이씨 아저씨가 도시락을 챙겨주며 말했다.

“어째 오늘은 아들, 딸 자랑 안하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자랑..?”

“오늘 참 이상해 김씨.. 맨날 가족사진 보여주면서 자랑했자너~”

옷에 손을 넣어보니 뭔가가 잡혔다.

꺼내보니 가족사진이었다.

‘참나.. 언제부터 가족을 생각했다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한심하고 우습게 느껴졌다.

감성팔이나 하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한척 괜찮은 척 하고 다니다니..

사진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야간작업을 시작했다.

몸이 부셔질 것 같았지만 지옥에 가기 싫어 버텼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소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소장의 손에 봉투가 들어져 있었다.

‘얼마나 받을까?’

한사람씩 봉투를 받았다.

나도 봉투를 받았다.

‘이렇게 뼈가 빠지게 고생했는데.’

봉투를 열어 돈을 새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끝이었다.

“뭐야 이렇게 일하고 겨우 10만원?”

내 말을 들은 이씨 아저씨가 당황했다.

“왜 그래 김씨..”

화가 났다.

사람 이렇게 굴려 먹고 겨우 10만밖에 안준다고?

“저기요!!” 이씨 아저씨가 내 입을 막았다.

“오늘따라 정말 왜 그래 김씨!!

우리 야간 써주는 것도 소장님 덕인데..”

소장이 내 쪽을 쳐다봤다.

이씨 아저씨가 웃으며 수습했다.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돌아 다시 갔다.

겨우 10만원 이라니.. 겨우 10만원이라니..

아침부터 나와 일했는데 고작 10만원이라니..

이씨 아저씨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온몸에 힘이 없었다.

‘난 아버지와 달라. 따뜻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겠어..”

치킨 집에 들렀다.

“얼마죠?”

“2만 5천원입니다.”

‘뭐 이렇게 비싸..’

힘들게 돈을 벌어서 그런지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다.

오늘 벌었던 돈으로 계산했다.

치킨은 사들고 가는 길에 생각했다.

‘그래 가장이라면 이렇게 가정적으로 치킨도 사들고 가야지..”

난 아버지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처럼 한심한 가장의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들어왔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아 아니 다녀왔어~”

아무도 반겨주지 않았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놓고 간 거 있어..? 대리운전은?”

‘아 맞다..’

아버지는 아침에 일하시고 밤엔 대리운전을 나가셨다.

이렇게 힘든데 대리운전까지 해야 하다니.

여동생이 방에서 나왔다.

“나 돈 좀 줘 내일 필요해”

들어오자마자 돈 얘기라니

어렸을 때부터 동생 철없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 못했다.

오늘 번 돈을 꺼내자 동생이 빠르게 가져갔다.

돈을 새보더니 말했다.

“아 씨 이걸로 부족한데..”

그리고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진짜 너무 한 거 아니냐..’

손에 들고 있던 치킨이 굉장히 민망하게 느껴졌다.

‘그래 과거의 나에게 치킨이나 먹이자!’

어릴 적부터 난 치킨을 좋아했다.

나 자신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내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고등학교시절 내가 보였다.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 모습을 내가 볼 수 있다니, 반가운 마음으로 나를 불렀다.

“현석아! 치킨 먹어라~”

어릴 적 난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휴 등신.. 저러니깐 편의점 알바나 하지..”

한심한 나에게 말했다.

분명 밥도 안 먹고 저러고 있을 것이다.

“야 컴퓨터 게임 그만하고 치킨 먹어”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뭐?”

“언제부터 치킨 사들고 왔다고 갑자기 친한 척이냐고”

“너 말이 좀 심한 거 아니냐?”

순간 머릿속에 과거의 아버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그땐 그 말이 그렇게 심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화가 나면 아들이 아버지에게 해도 될 말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내 자신에게 저런 말을 들으니 상처가 됐다.

내 자신을 고쳐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난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깐 대화가 잘 될 것 같다 생각했다.

“현석아 잠깐 얘기 좀 하자~”

“나가”

저렇게 얘기하는 내 자신에게 할 말이 없었다.

화가 났다.

“야 얘기 좀 하자고!”

“씨x 나가라고.. 사람들하고 게임 중이야

오늘 대리운전 안해? 일찍부터 와서 생난리야”

‘하아.. 예전에 내가 이정도 까지였나..”

할 말이 없어 방문을 닫았다.

식탁에 치킨을 놓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나가는 동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응원해주는 사람도 힘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쓸쓸한 마음으로 집을 나왔다.

‘이렇게 힘든데 대리운전까지 해야 하다니..’

대리운전을 할 때 참을 수 없는 피곤함과 싸워야했다.

‘자고 싶다..’

그렇게 힘겹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을 땐 모두가 자고 있었다.

안방으로 들어가긴 조금 민망해서 이불을 가져다 소파에 누웠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이 들었다.

알람이 울렸다. 새벽 5시다.

일어날 힘도 없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또 일을 가야하다니..

쉬고 싶었다.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천사의 말이 떠올랐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왔지만 끈질긴 마음으로 일을 나갔다.

하루하루 쉬는 시간도 없이 여가 시간도 없이 일만 했다.

힘을 주는 사람도 위로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혼자 버티며 일했다.

집으로 와도 가족들은 반겨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이렇게 사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그냥 그것이 당연한 수고와 역할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마지막 날에도 일을 마치고 들어왔다.

역시나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다.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고생하고 힘들게 돈을 버는데 아무도 몰라주다니

내 방에서 컴퓨터 소리가 들렸다.

‘이 한심한 새끼.. 내가 오늘은 널 고친다.’

방문을 벅차고 들어갔다.

“야!!!”

내가 소릴 질러도 어릴 적 난 반응 없이 컴퓨터 게임을 했다.

“뭐야 술 먹었어?”

“야 임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아버지는 이렇게 힘들게 돈 벌어 오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건 가장의 당연한 역할 아냐?”

“뭐? 이 새끼야?”

화가 나서 컴퓨터 모니터를 집어 던졌다.

“정신 차려 임마!! 이러니깐 편의점 알바나 하는거야!!”

“씨x!!”

어릴적 내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뭔데 내 인생을 함부로 결정해

편의점 알바? 그게 아들한테 할소리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과거의 일을 회상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이것과 비슷한 말을 한적이 있었다.

“당신이 뭔데 내 인생을 함부로 판단해?

당신처럼 안 사니까 걱정마!”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미래가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하는데

그게 걱정 되서 하는 말인데.

자기 잘 되라고 하는 소리인 줄도 모르고.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말없이 쓸쓸하게 방을 나왔다.

그리고 집밖을 나왔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 대해 되돌아 봤다.

왜 그토록 내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아버지만 원망했을까..

아버지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 때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런데도 내가 그렇게 하고 철없이 사는데도..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 딸 자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은 행복한 가정 속에 살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한 게 아버지가 꿈꾸는 가정이었을까.

그런 가정이 언젠간 올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까.

조금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볼 수 없는 마음에 마음이 슬펐다.

그때 비가 쏟아졌다.

바닥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고인 물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비춰지는게 보였다.

‘아버지..’

한참을 울면서 걸었다.

그리고 넓게 고인 물 옆에 서서 아버지와 대화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끼며 울었다.

한참을 그곳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그 때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저기요!”

누군가 날 깨우는 소리다.

“어? 천사..?”

일어나서 보니 편의점 안이었다.

앞에는 꿈에서 봤던 천사가 서 있었다.

“천사라뇨.. 계산이나 해주세요.”

‘꿈이었나..’

“저기요? 계산 해달라고요”

“아! 네..”

집으로 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지금의 내 얼굴이었다.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롱에서 아버지가 입었던 옷을 찾았다.

꿈에서 봤던 것보다 더 낡고 형편없었다.

이제까지 옷 한 벌 사드리지 못 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앨범을 꺼냈다.

어릴 적 아버지와 내가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얼마나 오래 됐을까..

인생 살면서 제일 중요한 한 문장을 잊고 있었다.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보며 말했다.

” 아버지..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