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 집안사정으로 시골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게 아니고
아버지 사업 때문인데
원래 살던 집은 그대로 두고 시골로 내려가야 했지.
시골에서 살던 집은,
방 세개에 그냥 그저 그런 벽돌로 지은 집.
그냥 어느 주택가에서나 볼만한 허름한 집임.
아무튼 시골인심? 개조까라 씨팔
인심이라는 미명하에
니껀 내꺼, 내껀 내꺼 시전하기 위한
합리적 수단 또는 방어기제일 뿐임.
1.잘사니까 더 내거라
정기적으로 하는 마을잔치가 아니었고
그냥 뭐 좋은일이 있어서 동네사람끼리 회비 걷어서
먹고 놀자 이런 거였는데
이장이라는 틀딱이가 집에 찾아오더니
쾅쾅쾅
이장: 거 김씨 계쇼!!
나: 누구세요?
이장: 넌 누구냐?
나: 아저씬 누구신데요
이장: 뭐!!! 김씨 있냐고!!
나: 아니.. 누구시냐구요
이장: 아!!! 넌 뭐냐니까!!!
그 때 초인종이 떡하니 있는데 발로 찬건가 싶었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문을 쳐대면서 아버지를 찾는데
진짜 이새낀 뭐지 싶더라
결국 지 할말만 씨부리다 갔는데 내용이 뭐냐면
우리 마을이 잔치를 하는데
종이에 우리집에서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끄적여주고
이만큼 내야 한다고 하더라
근데 금액이 10만원 조금 넘었어
왜 이렇게 비싸냐 묻고 싶었지만
뭐 어른들의 일이기에 넘겼는데
아버지가 오셔서 무슨 마을 잔치하는데
10만원이나 가져가냐며 화가 나심.
비싼 이유는 우리가 잘 살기 때문에
다 같이 먹고 노는건데 좀 더 내는게 어떻냐 이거임.
당시 엄마아빠 각각 아우디, 벤츠를 보유하셨었고
시골 빡대가리 새끼들에게는
그저 뜯어먹기 좋고 고정도야 호쾌하게 던져줄 줄 알았나 봄.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마을 잔치에 있는 잔치 음식 먹지도 않을 것이고
참여도 하지 않겠다고 돈 안낸다고 했음.
뭐 씨팔 조팔 거리면서
집에 돈 많은데 안낸다느니 어쩌구 저쩌구
논리 개박살난 시골 노친네 틀딱소리가
마당에 해질녘 잔파리 마냥 잔잔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음.
2.뭐혀? 같이 좀 들지?
시골 인심이라는 것이 참으로 웃긴게
지들이 뭔가 처먹거나 얻을 것이 있을 때는
“좋은 것이여~” “이게 인심인 것이여~”
그리고 지들이 처먹거나 얻지 못했을 때는
“사람.. 인심참.. 좀 그렇네~” 서운한 내색을 보임.
근데 우리가 뭔가를 해줘야 할 이유가 없고
공동체로써의 어떤 정식의 행동도 아닌 것에 대해서도 요구를 하니
우리 가족에게 공동체의식이 또 부족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사업을 하는 분이시고
학력도 세대중에선 고학력에 있기 때문에
그런 허술한 생각 따위로 살 분들도 아니고
꽉 막힌 사람들도 절대 아님.
우리가 주말마다 고기를 구워 먹음.
마당에서 반 자른 드럼통에
숯불을 피워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음.
아까 말한 그 이장 틀딱이와
친구 틀딱이가 지나가다가 대문을 열고 그냥 들어옴.
이장틀딱: “어이야~하하 뭐 맛있는거 먹나벼~”
친구틀딱: “으이~동네에 냄시~가~?허허”
아버지: “아 안녕하세요. 네 식사는 하셨어요?”
이장틀딱: “으이~ 이제 하러가지이이~”
아버지: “아 저녁 때인데 얼른 가서 드세요 시장하시겠습니다.”
이장틀딱: “으이~ 여기 이렇게 좋은게 있는디 여기서 먹고 가지 뭐~!!”
친구틀딱: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
가족 전부 동시에 표정이 어두워지며
가족의 주중 행사인 바비큐를 방해 받고 싶지 않음을
오만상을 통하여 내비쳤음.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냉큼 화두를 바꾸려고 함.
이장틀딱: “이사 온지도 좀 됐는디~ 요~버언~ 기회로다가
쎼주(소주)도 한~잔! 허고!?”
친구틀딱: “잉! 혀야지 쎼주!!”
이장틀딱: “겸사겸사~ 친해지고 그러는거지잉?”
친구틀딱: “잉! 제수씨~ 쎼주 하나 줘유???”
아버지: “저는 제 아내한테 술 가져오라는 말을 안하고
애들 앞에서 술 안먹습니다.
그리고 환영 의미의 술자리는
따로 날짜를 잡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오셨으니 좀 드셔보세요.
얘들아 아저씨들 술 ‘두잔’만 하고 가신데
이쪽으로 와서 먹어. 자리 드리자~”
우리 아버지 술 좋아하시지만
집에서 우리 보는 앞에서는 절대 안드시고
드시더라도 안방으로 술상을 차려서 드셨음.
그리고 안주는 어머님이 차리셔도
술은 종업원들이나 들고 오는거라고
집에서는 자신이 가져와서 드심.
또한 매너있게 눈치 좀 주려고
두잔이라고 하신 것 같았음
하지만 그대로 물러날 시골새끼들이 아니지
(턱을 목쪽으로 당기고
게슴츠레 뜬 눈을 아래로 한껏 내리며
구식 핸드폰을 꺼내어 버튼을 하나하나 꾹꾹 누름)
이장틀딱: “어어! 황씨 뭐혀?! 나 김씨 집이여!
잉!! 지금 정가놈이랑 김씨집!
뭐허긴! 맛난거! 먹고 있지이!
어~허허 아유~ 괜잖여 동네사람끼리
이렇게 밥도 나눠먹고 그러는거지이~
잉 와서 한잔혀!”
몇 분후 황씨가 도착함..
그런데 황씨의 표정이 좋지 않으셨음.
황씨할아버님: 자네는 사람이 왜그려.
도시 살다 일 있어서 온 사람들한테
여기서 하던대로 하면 안되지.
그리고 주말이여 주말.
이 동네 사람들이나 밤낮으로 술처먹고 댕기지
저 사람들은 쉬는 날이여.
그리고 딱 봐도 가족끼리 시간 보내는데
자네가 여길 왜껴 이사람아 얼른 나와~!!!
그러니 못 배워처먹은 시골놈들이 무식한거여!!
글자 많이 왼다고 똑똑한게 아니여!
삼강오륜 달달 왼다고 똑똑한게 아니라고!
글을 읽어 사람답게 된게 똑똑한거지이!”
왜그려 왜그려만 연발 외치던 이장틀딱과 친구틀딱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씨 할아버님께 끌려나갔음.
너무 부정적인 것만 써서 그런가..
시골 좋기도 한데.. 확실한건 그 동네가 문제인 것이지
시골의 전체적 문제는 절대 아님.
아 참고로 황씨 할아버님께는
우리가 많은걸 배우고 돌아가게 됐음..
더 빡치는 썰 많은데 그냥 황씨 할아버지에 대해 좀 더 써봄.
황씨 할아버지는 그 동네에서도 현자같은 분이였음.
문제가 있을 때마다 조언을 받은 틀딱은
아무 말도 못하고 대문을 나섰음.
그도 그럴 것이 오죽 현명해야 말이지
1.다 같은 사람인 것을.
때는 무더운 여름
살이 따갑도록 뜨거워 죽겠는데
이 놈의 매미는 “에에에에에에!!” 거리는데
평소보다 그날은 더 따가운 것 같았음.
황씨 할아버님: 봉식이 핵교 갔다 오는겨?
(당시 황할아버지는 우리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이 봉구 였는데
봉구와 봉식이라고 불렀음 난 봉식이가 아닌데..)
나: 예에~
황씨 할아버님: 얼굴은 왜그려? 싸운겨?
나: 예에~..
그날 학교에서 친구놈과 싸웠던 날임.
껄렁 거리는 친구와 반장의 말다툼이 있었는데
껄렁이에게 반장 의견을 따라야지
지는 뭣도 아니면서 왜 반장한테 개기냐며
한소리 했다가 맞았었음..
꼴에 지기 싫어서 맞불을 놓았다가 더 맞았음..
황씨 할아버님: 이놈아 니가 잘못했구먼 뭘!!!
나: 그래도 반장은 우리 위해서 봉사하는데
그놈이 말을 심하게 했잖아요..
황씨 할아버님: 친구놈덜이랑 축구할 때
그 녀석 덕분에 이긴적 많다며!
그 놈은 너희 위해서 한게 없는겨?
나: ..
황씨 할아버님: 이눔아 의사하고 청소부하고 뭐가 다르냐
나: 당연히 다르죠~
의사는 아픈 사람을 고치고 사람들 생명도 살려요!!
청소부는 쓰레기만 치우는데요!!?
황씨 할아버님: 어이고….김씨가 그리 가르쳤을리가 없다.
이놈아 둘 다 사람을 위한 직업이여.
한국 사람들은 정말 그래선 안댜!!
왜 의사는 선생님이라 부르고
청소부는 부르지도 않는겨
그래선 안댜 이놈아..
다 같은 사람인데 둘 다 사람 위하고
세상 위한 일을 하는 것이여
핵교 친구도 마찬가지여
반장은 너희들 위해서 고생허고!
껄렁이도 너희들 위해서 열심히 뛴것이여~
그 날 나는 친구에 대해서도 직업에 대해서도 크게 깨닫게 됐음.
더 이상 따갑지도 않았고
집가는 길에 발은 가벼웠지만 걸음은 느렸었음.
2.아닌게 아니라
황씨 할아버지: 제주도 가보고 싶어
나: 네?
황씨 할아버지: 제주도가 그렇게 이쁘댜~
나: 맞아요 수학여행으로 갔는데 예뻤어요!
황씨 할아버지: 그랴?
황씨 할아버지 모시고 우리 집으로 갈 일이 있었음.
이장틀딱: (뭐라 말하는 중)
어머니: 절레절레
이장틀딱이 하고 어머니하고 대화중인데
딱! 봐도 틀딱이가 또 지랄 거리나봄.
이장틀딱: 아니~ 뭐가 안된다능겨어!!!
어머니: 글쎄 안된다니까요….
이장틀딱: 아니!!! 어차피 쓰지도 않는 땅인디
내가 농작물 쮜에끔 요만큼 좀 심는 다는디.
너무한거 아녀?
어머니: 글쎄~농지용도도 아니고
저 땅은 조만간 저희도 쓰려고 그냥 둔 거라서요.
이장틀딱: 그러는거~아녀
제수씨도 그러는거 아녀.
넘의 동네 와가지고 사람이
그렇게 야박허게 구는거 아녀~!!!!!
황씨 할아버님: 왜 또 그려
이장틀딱: 아니! 김씨네 땅 남는데다가 내가 콩 좀 심겠다는디
때려 죽여도 안되겠다 잖여!!
마을 사람들끼리 야박해서 이거 원.
돈 좀 있다고 시위 하는거유?
어차피 안쓰는 땅인디 좀 쓴다는게 죄인겨?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황씨 할아버님: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장틀딱: 황가 너도 그러는거 아녀
동네사람끼리 이러는거 아녀
편들어줘도 모자른디 사사! 껀~!껀! 지랄혀!
이번 일은 그냥 못 지나가!
야박해도 정도가 있지 아닌건 아닌거여!!!
황씨 할아버님: 아닌게 아니라!!!!!!
그 때 등골과 발바닥까지 따가움을 느꼈음..
정말 목소리가 천벌받는 목소리였음.
황씨 할아버님: 엄연히 남의 땅덩어리에
니가 왜~ 굳이 농사짓겠다 하는 것이여?
어차피가 어딨어 어차피가!
어차피 똥 쌀꺼 밥 왜 쳐먹능겨??
어차피 더러워질꺼 왜 청소하능겨?
으어차피!!!!!
뒤질꺼 넌 왜 살어!!!!!!?
연신 소리지르며 이장 틀딱이 눈앞에 삿대질을 하는데
그 박자에 맞춰 이장 틀딱이 영혼이 뽑혀 나오는 것 같았음.
노을 져서 그런지 유난히 이장 틀딱이 얼굴이 빨갛게 보임.
그 해 가을
황씨 할아버지께서는
우리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지중해로 여행을 떠나셨음.
듣기로는 그 집 아들이
황씨할아버지와 할머님
모두 지중해쪽으로 여행을 보내주셨단다.
쓰고 보니 너네들이 바란만큼 재밌지도 않은 것 같네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황씨 할아버지는 저런 분이셨음.
마을에서 유일하게 황씨 할아버지만 친하게 지냈던 것 같음.
지중해 다녀오셔서 블루베리 먹어본 자랑을 그렇게 하셨는데
매실과 똑같기만 하다면서도
은근히 블루베리 자랑을 엄청 하신 기억이 있음.
시골에서 나와서 살면서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데
아직도 정정하게 잘 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