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모할머님
(우리 외할머니의 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갔더니 큰외삼촌의 딸인
사촌누나 ‘J누나’ 도 와 있더라.
누나에 대해 좀 말하자면
키 크고 몸매 좋고 이쁘다.
(우리 식구들 중에서 나만 이럼)
그런데 이쁜게 인형처럼 이쁜게 아니고
좀 무섭게 이쁜거 있잖아.
암튼
어려서부터 이쁘고 몸매 좋으면 뭐 되겠음
쌩양아치 되겠지.
ㅇㅇ
학창시절 존나 양아치였음.
별명이 ‘인천 예수’였대.
나는 그 별명이 그냥 이름하고 어감이 비슷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이유가 있었더라.
암튼 누나가 다른 지방에 살다가
중학교 때 마계로 이사왔는데
어느 날
친구랑 집 앞 공원에 있다가 누나를 보게 됐다.
중학생인 누나가
근처 여상에 다니는 노는 누나를 뒤지게 패놨더라.
여자들 싸움 무섭더라.
남자 애들의 싸움하고는 다른 느낌임.
가구 쓰는거에 꺼리낌이 없더라.
그냥 쌩양아치가 아니라 존나 쎈양아치였음.
그렇게 인천으로 이사와서
어울리지 않게 인문계 여고로 진학했는데
고3이 되더니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다음 날
가출함.
그래서
외숙모랑 엄마랑 나랑 셋이서
누나네 학교로 찾아갔다.
당시 난 중3 이었는데
나는 왜 우리 학교에 안 가고 거길 따라갔는지
기억이 안 남.
개교기념일 같은 날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셋이서 학교 복도에서
누나네 학교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쉬는 시간이었는지, 저녁시간이었는지
암튼 학교 종이 울리니까
각 반에서 여고생 누나들이 소리지르면서
개때처럼 몰려나오더라.
정말 갇혀있던 지옥불에서 튀어나오는 마귀들 같았음.
그래도 나름 사춘기 때인 중3이라
그 많은 누나들 사이에서 민망하기도 하고
뭔가 시선이 집중되는거 같아서
멀리 떨어져 창 밖만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뒤에 누가 와서 서있는 것같은 느낌이 나더라.
그래서 돌아보니 어떤 누나가
날 빤히 보고 있더라.
이뻤는지 어땠는지 기억 안 남.
일단 키가 존나 컸고
한 쪽 어깨에 붐박스 같은 오디오를 들쳐메고
짧은 스포츠 머리에 빨간색 손수건을 두건처럼 두르고
남들 교복은 다 무릎까지 오는데
혼자서 발목까지 오는
교복치마를 입고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건
그 누나의 눈빛.
ㅅ발
당시는 90년대라 써클렌즈도 없었거든?
근데 백내장이 있는지 한 쪽 눈 색깔이 달라.
그리고 표현이 잘 안되는데
눈이 뭔가 힘이 없고 공허해보이는 동시에
살기가 느껴져.
꼭 방금 본X 를 빤 사람같기도 하고.
암튼 그 눈빛이 ㅅ발 지금까지도 존나 강렬하게 기억됨.
그런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하게 나를 보고 있는데
실제로는 단 몇 초간이었겠지만
체감 상으로는 몇 분은 흐른거 같았다.
당시에 내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는데
주머니에서 손을 빼려고 꿈틀이라도 하는 순간
선빵 날라온다는 건 직감적으로 알겠더라.
막 눈 돌아가고 좀 지렸었음.
그러다가 다른 누나가 와서
내가 J누나 동생이라는 걸 알려줬는데
그 누나는
고개를 돌릴 때도 눈알이 돌아가지 않더라.
왜, 보통 왼쪽을 바라보면
눈알도 같이 왼쪽으로 돌아가잖아.
근데 그 누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릴 때도
눈알은 정중앙에 고정되어 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쳐다봄.
진짜 연쇄살인마의 눈빛이 그렇지 않을까 싶더라.
그리고 있다가
J누나가 교실에서 복도로 나왔다.
누나가 복도로 나오니까
그 시끄럽고 정신없던 복도가 순간 조용해지면서
그 많던 누나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복도 양 옆으로 쫘악 붙더라.
그래서 별명이 ‘인천 예수’였음.
뭐 결국
엄마랑 외숙모가 잘 설득해서 집에 들어오기는 했음.
암튼 그러고
누나는 용케 졸업이라는 걸 했다.
쌩양아치였으니 졸업하고 뭐 하겠음
백화점에 들어갔다.
백화점에 입사했다기 보다는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거지.
암튼 백화점 1층에서 화장품 팔았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거의 15년 가까이 일했는데
나중에는 꽤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더라.
그것도 오래 일하니 승진도 하고
나중에는 급여도 꽤 세지더라.
큰외삼촌네 삼남매 중에서 연봉이 가장 셌다.
회사가 외국계 회사라 그런지
주기적으로 유럽에 있는 본사로 불러
교육도 하고 일년에 한번씩 직원들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하더라.
암튼 직업의 귀천을 떠나
뭐든 열심히만 하면 뭐라도 되긴 하는거 같음.
한번은 누나가 화장품 준다고
백화점으로 오래.
그 브랜드가 꽤나 고가의 브랜드라
얼씨구나 하고 갔는데,
갔더니 누나가 잠시 자리를 비웠더라.
난 꼬질꼬질한 백수인데
백화점에서, 그것도
사람들 득시글거리는 화장품 코너에서
앉아 기다리는데 괜히 주눅들더라.
그렇게 누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매대가 시끌시끌하더라.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꽤나 유명한 블랙컨슈머라고 하더라.
화장품 사서 거의 다 써놓고 환불하고
매장와서 난리치는 걸로 유명했던 여자라고 하더라.
그렇게 난리치던 여자가
갑자기 누나네 화장품 코너로 와서
또 막 소리치는데
그 이쁜 여자애는 초보인지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윽엑 거리고
나도 옆에서 괜히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보니
J누나가 뒤에 와서 서 있더라.
그러더니 조그마한 종이를 보더라.
그게 회원 가입서 같은 것인데
거기보면 이름 생년월일 주소 같은
기본 정보가 써있다더라.
누나가 그걸 한참동안 유심히 보더니
라고 물어.
그 여자는 가뜩이나 빡쳐있는데
매니져란 여자가 이상한 소리나 하니
더 지랄하고
J누나가 그 여자가 지랄하는 모습을
또 한참동안 말없이 보더니
갑자기 담배를 꺼내 물어;;
ㅅ발ㅋㅋ 백화점에서
그것도 백화점 1층에 있는 화장품 코너에서..
그러더니 자기 이름을 말하면서
앞으로 자주 보자고 하더라
아니 뭔 무협지도 아니고
근데 더 웃겼던게
그게 먹힘 ㅅㅂ
그 여자가 누나 이름과 별명을 알아;
아니
뭘 어떻게 살아야 이름만 말해도 당시에
같은 지역이 살았던 애들이 알아듣냐?
그러더니
그 블랙컨슈머 여자가 90도로 인사하고
도망치듯 가더라
이 썰이 구라같냐???
진짜다
당시 상황 내가 무음카메라로 찍은거임.
혹시나 연출한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까봐
당시에 내가 올렸던 카스도 스샷해서 올린다
날짜보면 2014년이다.
암튼
이런 사촌누나다.
(저격 ㄴㄴ해. 지금은 백화점 그만 뒀다.
한번 더 승진하려면 본사 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을거 같다고 때려침.)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누나가 피부미용사 자격증 땄다고
자랑하더라.
이것도 국가공인이더라.
겉 표지에는 여권마냥 ‘대한민국’이라고
써있는데 간지는 나더라.
누나는 자랑스럽게 얘기하는데
내가 막 놀림.
누나가 또 뭐라뭐라 하는데
난 계속 놀림. (비하 ㄴㄴ 장난 친거)
그러다가 쳐맞았다.
클라스는 영원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