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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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딩 때 학교 빵셔틀이었음

당시 내가 모시던 일진이

이 지역에서 제일 잘나가는 애들이었는데

내가 빵셔틀인건 알면서도

친구라서 사다주는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버텼음

왜냐면 걔네들도 항상

나보고 “친구니깐 사다주라~” 이랬거든

고1 내내 장난으로

로우킥 시험삼아 맞아도 주고

와사바리인가?

그 넘어트리는 기술도 시험대상 해주고 그랬음.

지금 생각하면 ㅂ신이지..

암튼 그러다 고2 올라가면서

다른반 될 생각하니까

드디어 해방이란 생각이 들어서 행복했는데

학교에서 반배정을 ㅅ1발

추측인데 얘네가 하도 사고치니까

관리하기 쉽게 한반에 다 몰아넣은거임..

어이없던게

당시에 반이 10개가 넘었는데

내가 또 하필 걔네랑 같은 반이 된거임..

진심 그거 보자마자 집에서 울었음

근데 그냥 며칠 울다보니

그냥 인정하게 되더라..

이왕 이렇게 된거

셔틀 1년 더 하자란 생각으로..

그후로 2학년 올라가서

학교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내 동생이 어느날 집에 오니까

교복 셔츠가 다 찢어져있고

어깨에 큰 상처가 있는거임

(내 동생이랑 나랑 4살 차이)

동생은 그냥 축구하다가 다쳤다고 하는데

찢어진 교복셔츠랑

어깨에 난 상처를 보니까

빵셔틀 경력 5년차에 접어들던 나는

느낌이 딱! 하고 머리에 스쳐버리더라

‘아 이거 누구한테 맞은거다’

우리집이 못살았던 편이라

교복값 비싸서 다시 맞출 여건도 안되니까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고

자식들 둘 다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거

엄마가 아셨을때

얼굴을 상상해보니까

진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더라..

이거 형으로서 동생은 지켜줘야 되지 않겠냐?

(엄마가 나중에 결국 눈치채셔서

동생 맞고 왔다고 난리 나셨는데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아니라고 안심 시켰음..)

그래서 동생한테

진지하게 방에 들어가서 물어봤음.

누가 때린거냐고.

끝까지 축구하다 넘어져서 그런거라고 하더라

거짓말 치는거 눈에 다 보인다고

형한테는 거짓말 하지말고 솔직하게 말하라 했는데

끝까지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계속 물어보다가 나도 지쳐서

내일 빵 운반해야 될 체력 비축하느라 자러갔는데

훌쩍훌쩍 소리가 들리더라고

그래서 불켜보니 동생 울고있더라

(나도 그냥 동생 보자마자 울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보라고

형이 다 해결한다고 했더니

입학식날부터 자기 괴롭히는 애들이 있는데

덩치도 너무 크고

다른반 일진들이랑도 다 무리지어 다녀서

그 무리들한테 맨날 괴롭힘 당하고

벽에 세워놓고 샌드백처럼 맞는다고 하더라

근데 빵셔틀은 아니랬음

매점은 동생학교에 없었거든..

동생한테 얘기 다 듣고

어떻게 해야될까 곰곰히 생각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게 비참하더라..

동생한테 자신있게 형이 해결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나도 빵셔틀이고..

나 까짓게 뭘 할 수 있겠음..

키도 작고 싸움도 못해서

아무리 4살 어린 애들이라고 하더라도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고..

암튼 동생 재우고 방에 돌아와서

방법 생각하느라 한숨도 못자고

이 현실이 슬퍼서 밤새 울었음..

다음날 평소처럼 학교에 갔는데

일진들이 또 부르면서

“OO아 빵 좀 사와주라” 이러는데

순간 어어어어어?????!

생각이 들면서 진짜 미친듯이 기쁘더라

내가 모시는 일진들이

이 지역에서 최고 일진이라는걸 까먹고 있었던거임..

저기 위에 사진보면

빨간 동그라미 친 곳이

일진들이 담배 피시면서 담소 나누시던 공간인데

전자레인지에서

뜨끈뜨근 갓나온 빵을

항상 저기다 갖다 받치면 됐었거든..

그래서 나한테 있던 전재산 다 털어서

쿨피스도 산다음 빵 주면서

걔네한테 용기내서 동생 얘기를 하려는데

갑자기 속에서 부글부글 올라오더니

어제 동생이 울던게 생각나니까

확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오더라

그래서 얘기 꺼내기도 전에 엉엉 울었음

그래서 걔네가 갑자기 왜 우냐면서 그러는데

이때다 싶어서 동생 얘기 꺼내고

(MSG좀 첨가해서 맛깔나게 말했음)

나도 동정심에 호소했다..

“난 솔직히 너네가 친구 취급 해주지도 않고

빵셔틀인거 안다..

근데 내 동생까지 아니..

내 동생만큼은 나처럼 안 살면 좋겠는데

내가 븅신 같은 형이라서 아무것도 못한다..

진짜 동생까지 맞고 다니는걸

엄마가 알면 너무 슬퍼하실 것 같은데

나 혼자 할 수 있는게 없다..”

진짜 딱 저렇게 말했음.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걔네도 여태 나 빵셔틀 시킨거 미안했는지

진짜 개정색 하더니

“걔네 어딨냐?”

이러길래

“어..그건 모르겠는데..” 하니까

“ㅆ1발. 동생 학교 이름.”

하길래 벌벌 떨면서 말해줬더니

진짜 내 동생 일 해결해줬더라

다음날 학교 갔다가 집갔더니

동생이 활짝 웃으면서

“형 진짜 최고!!!” 하길래

티 안내고 무슨 일인지 들어보니까

형 친구들이 어제

걔네 일렬로 세워놓고

동생한테 했던거 그대로 똑같이 해줬다더라..

알고보니 동생이 돈도 좀 뜯겼는데

그거 돈도 그대로 다 받아줬다더라

걔네가 동생한테

앞으로 두번 다시는 괴롭히지 않을거고

교복 찢어진거 돈 모아서 다 물려주고

진심으로 사과 받고 왔다는 말 듣고

그날 진짜 결심했음..

앞으로 내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걔네한테 충성을 다짐하기로..

이 일 이후로 동생이

아직까지도 나를 ㅈㄴ 우상으로 생각하고

이 일이 내 인생 최고 잘한 짓이라 생각함..

어째든 그 이후로 고등학생 내내

일진들이 나한테 더 잘해주려고 하더라

나도 그 뒤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한적이 있는데

너네는 우리만 괴롭힐거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길래

나도 보답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내내

일진들 빵셔틀 충실히

투덜투덜 대지않고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런일 있으면 또 말하라 하고..

착한 쓰레기 새끼들..

3줄요약

1.난 빵셔틀

2.내동생도 중학교 입학했더니 샌드백

3.내 일진들이 내 동생 구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