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회복지사로 근무 할 때
내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였고
당시 29살에 노래방 도우미를 하다가
그만두고 직업훈련 하러 왔던 여자였음
그때 어쩌다가 얘 인생사를 듣게 됐는데 진짜..
일단은 얘 엄마가 첩임
아빠가 바람피워서 밖에서 낳은 자식이 그 여자였고
엄마한테 아파트 하나 해주고
먹고 떨어지라 해서 관계 정리 됐다함
그래서 아빠 없이 자랐고
엄마는 아파트 담보로 대출 받아서
대학교 앞에 탁구장, 비디오방
이런거 하면서 걔를 키웠다함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아서
탁구장에 일 도와주러 가면 대학생들이
이쁘다고 대쉬하고 먹을거 사주고 그랬다더라
그러다 나중에 지잡대 졸업하고
취업 못해서 빌빌 거리는데
엄마가 당뇨 합병증으로 발가락 하나 씩 절단 하게 됐고
거기다 대학가에서 하던 DVD방이 망하면서
우울증으로 엄마가 극단적 선택.
학자금 대출도 남았고
아파트는 이미 넘어갔고..
비빌 언덕은 없고 그래서
보증금 100에 월 17만원짜리 원룸 하나 얻고
업소 나가기 시작했다함
젊은 여자가 거의 없던 촌구석에서
얼굴 이쁜 애가 오니까 인기 폭발해서
하루에 팁 포함 50~60은 벌었다함
처음에는 학자금 대출 갚고
이사할 비용 모은다고 알뜰살뜰 살았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죄다 명품 사는거 보고
갑자기 명품에 미쳐서 명품질 시작
한 2년쯤 밤에 생활 하니까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시작했지만
모아둔 돈은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결국 계속 함
그 후 1년 지나서 알콜중독으로
결국 요양병원 입원해서 재활
6개월만에 나왔는데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 밤일 나가기 시작
술 적당히 마시고 하루 2~4타임으로 시간 줄였더니
시간이 많이 남았고 마음이 외로워지자
강아지 2마리를 데리고 왔다함
근데 이제는 강아지에 미쳐서
강아지 옷 한벌에 몇만원 몇십만원 사 입히기 시작
자기 자식 생기면 좋은거 다 해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강아지한테 돈 아끼기 싫었다함
하루 일해서 번 돈 그다음날이면 강아지 옷이 되어있음
수익은 줄었는데 지출은 그대로니
결국 월세 밀리고 가스비 밀려서
가스 끊기는 지경까지 옴
그때 일하다가 알게 된 2살 어린 남자애가 하나 있었는데
이 호구 남자 물어서
월세 비롯 생활비도 뜯어냈다함
여전히 밤일 계속 하면서 그 호구랑 사귐
그 호구가 결혼하자고 부모님께 인사 드리자 했지만
자기 꼬라지를 잘 아는지라 안된다 함
그래도 그 호구를 돈만 보고 만난건 아니었고
좋아했고 의지도 많이 했다함
근데 그 호구도 대학졸업하고
할거 없이 백수짓 하다가
그나마 부모가 돈 대줘서
컴퓨터 가게 하나 차린 노답 인생이었음
호구가 그 여자 밤일 못가게 하고
지가 다 먹여 살릴거라고 하고는 일 열심히 함
근데 워낙 촌동네라
컴퓨터 가게 해서 둘이 겨우 풀칠하고 사는데
여자가 또 강아지한테 또 돈을 쳐 부음
결국 여자가 감당 안된 호구는 헤어지자 했다함
여자는 한달동안 호구한테 매달림
이때는 돈 때문에 매달린게 아니라
진짜 좋아해서 매달렸다고 함
마음 여린 호구는 또 여자한테 넘어가서
이제는 아주 방 얻어서 동거를 하려고 하고
호구 집에서는 그 사실 알고 난리가 남
결국 좁은 촌바닥에서는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컴퓨터 가게 처분하고
보증금 빼서 도시로 나간 뒤
500에 50짜리 방 얻음
근데 강아지들 춥다고 보일러 풀로 틀었더니
가스비가 한달에 50만원씩 나옴
남자는 일자리도 못 구해서
노가다 나가서 하루 10만원 벌어오는데
그게 감당이 될리가 없음
그 추운날 한달에 26일씩 일해도
월세 50 가스비 50로 고정지출 100이 나가고
거기에 쓸데없는 지출이 계속 되니까
결국 두달만에 여자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버림
남자는 전화번호까지 바꾸고 연락두절
여자는 큰일난걸 깨닫고
그제서야 다시 업소 근처를 기웃거렸지만
알콜중독이라 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르다 못해 앙상한 몸에
맥주 한잔만 먹어도 비실대는 여자를 누가 불러주겠음
결국 밤일도 더이상 못하게 되고
직업훈련 하겠다고 찾아왔는데
어찌어찌 한달에
훈련비 26만원 +차비 주는 국비훈련 받게 해줬었음..
그리고 4달정도 됐었나?
갑자기 3일째 학원도 안나오고 전화도 안된다 함
그래서 집에 찾아 가 봤는데
현관문은 닫혀있었는데
노란 테이프가 X가로 붙어있더라
옆집에 물어보니
집주인이 월세가 계속 밀리니 압박을 했고
사실증명까지 보내고 퇴거하라고 난리를 쳤나 봄
밤새 강아지들이 하도 짖어대서
주인아줌마가 문 두드려도 대답이 없는게 이상해서
야반도주했나 싶어서 문을 따보니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서 X살 함..
진짜 아차 싶더라..
그래도 늦게나마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직업훈련도 받던 년이
고작 그것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나 싶은게
(물론 돈 문제 이외에도 무언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진짜 갑자기 현타가 존나 쎄게 오더라
조금만 더 살아보지 망할년..
내가 처음에 노인요양원에 있으면서
자식이 부모 버리는 것도 많이 봤고
어제까지 인사하던 어르신들이
다음날에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진짜 미쳐버리겠더라
그러다 직업훈련원 간건데
대부분이 두부 멘탈이라 나까지 멘탈이 나가는 느낌이었음
위에 여자는 그나마 양반이었고
친해지고 밥 먹다가 들은 얘기였는데
저 일 있고 난 뒤로 현타 쎄게 와서 복지사 때려치고
지금은 딴일 하면서 사는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