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5때 우리 반 담임은
‘바둑돌’ 제도란걸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음.
이 바둑돌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때 지불하면
청소당번 면제, 급식당번 면제,
처벌 면제, 원하는 짝과 강제 자리 앉기 등등
여러가지 좋은 혜택이 있었음
게다가 어느정도 모으면
치킨이나 피자 같은 것도 사줬는데
암튼 이러한 꿀 조건들 때문에
위조 바둑돌을 만들려고 시도 하는 애들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이 바둑돌에는
선생님 날인이 쓰인 스티커가 붙여져 있어서
쉽게 따라만들 수 없었고
유일하게 바둑돌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거나
숙제 및 수행평가를 잘하는 것 말곤 없었음
즉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 되어야만 가능했음ㅇㅇ
아무튼 바둑돌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곧바로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함
바둑돌을 받는 애들은
계속해서 바둑돌을 받는데
공부를 못하거나 안하는 애들은
계속해서 못받게됨.
즉 공부 잘하는 애들은
청소당번이나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았고
공부 못하는 애들은
공부 잘하는 애들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구조가 됨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
애초에 공부에 관심도 없던 애들인데
이 바둑돌 때문에 갑자기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음.
그러던 어느날
우리반에서 젤 공부 잘하던 범생이 두명이
바둑돌 잘 받는 애들을 꼬신 뒤
바둑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고
문방구에서 미니 금고를 사와서
거기다가 집어넣은 후 관리하기 시작함
‘은행’이 탄생한거임
그런데 이새끼들이 악랄한게
바둑돌을 공부를 못하는 애들한테 빌려주고
이자를 ‘2배’로 받는다고 통보를 함
산와머니도 감탄하고 갈 새끼들이었음
2배는 솔직히 선 넘었었지.
그리고 돈 좀 있는 애들한테는
바둑돌 개당 현금 300원씩 받고 팔기 시작함
아무튼 당시
계속해서 청소당번 하거나
원하는 짝을 못함으로 인해서
불평불만으로 가득찼던 애들이
새로운 대출 시스템 소식을 알게 되자
너도나도 바둑돌을 대출하기 시작했고
빌려준 바둑돌은 2배가 되어서
기득권층의 배속으로 들어가게 됨
결국 우리반의 대부분의 바둑돌은
앞서 말한 은행에 속해 있게 되었고
바둑돌을 많이 가진 애들은 계속해서 부자가 됐고
대출을 받기 시작한 애들은
바둑돌을 모으기는 커녕
끝도 없이 빚이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됐음
그나마 대출이 나오기 전엔
공부 열심히 하면 나도 상층민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그런 희망마저 없어져서
우울한 표정의 빚쟁이 초딩들만 가득하게 됐음
물론 나도 대출 받던 하층민에 속해있었고
청소는 어차피 맨날 하던거라 상관 없었는데
원하는 짝이랑 같이 못 앉는다는게 짜증이 났음
당시 내가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때 그 여자애랑 짝이 되고 싶어도
(남녀 혼합으로 앉아야 함)
짝사랑 하던 여자애는 은행에 속해 있었고
같은 은행원과 계속 짝을 해야했는데
나는 이게 너무 배알이 꼴렸고
이때 문득 든 생각이
‘’바둑돌만 없으면 자리가 랜덤으로 배치될텐데
그러면 짝사랑 하는 애와
같은 자리를 앉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은행의 바둑돌을 훔쳐서
이 더러운 정책을 없애기로 결심함
이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겼음
학교에 있는 내내
범생이1을 계속해서 몰래 훔쳐봤고
금고가 들어있는 사물함 비밀번호를 알아냈음
(내 사물함 보는척 하면서 훔쳐봄)
그리고 학생들이 출입하던 문 위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평소에 그게 항상 잠겨있던 창문이라
청소시간에 몰래 열어놓은 뒤에
종례 후 2시간 뒤
그 창문으로 들어와서
사물함 따고 미니금고를 훔쳐서 탈출함
그리고 미니 금고는
집에 있는 망치로 두들겨서 부셨고
(플라스틱이여서 금방 부셔짐)
바둑돌이 백몇개가 우르르 나옴
그걸 주섬주섬 담아서
내 서랍 안에 넣어놈 ㅋ
다음날 당연히 우리반은 난리가 났고
금고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범생이 2명이 범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함
당연히 범생이 2명은
우리가 한거 아니라고 오열하면서 울먹거림
근데 얘네가 엄청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선생도 지지해주는 상태라 금방 의심은 풀렸음.
결국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바둑돌 때문에 분란이 일어난걸 알게되고
바둑돌 제도를 결국 폐지하기로 결정함
당연히 상층민들은 그런게 어딨냐고 따지기 시작했고
절망속에 좌절하던 하층민들은
너도 나도 껴안으며 환호하게 됨
결국 청소당번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갔고
짝도 랜덤으로 돌아가게 됐음.
원하는 친구랑 같이 앉을 수도 있게 됐고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에 제일 컸던
청소당번 의무가 사라져서 일거리도 줄었음.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돋는게
앞서 말한 범생이 2명이 ㅈㄴ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행실이 바름
근데 바둑돌 많은 애들을 모아서
이자를 2배씩 받아 빈익빈 부익부를 실행하고
신용없는 애들한테는 빌려주지 않으며
바둑돌 개당 300원씩 받고 파는등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
철저히 이해하고 이득을 취함
근데 나같은 새끼가 혁명을 이르킬거란건 예상 못한듯
그렇게 난 몇번의 자리 바꾸기 후
짝사랑하던 애랑 드디어 짝이 됐는데
나랑 짝 됐다고 존내 울더라 ㅆ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