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지금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한심스럽지만
괘씸 하고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 올려봅니다.
지금 스물 여섯살이구요 외국인회사 비서로 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친, 아니 이제 옛날 그 넘 이라고 하는 게 더 옳겠군요.
제대하고 3월에 복학하여 대학 3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cc였죠.
제가 먼저 졸업하고 그 어렵다든 시기에 취직이 된 덕 분에 그동안 용돈이며 데이트 비용,
심지어 부모한테 받아서 지가 떼먹은 책값까지 대주며 열심히 거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복학한 당시 부터 이상한 낌새가 있었지요… 모른척 넘어가기도 하고 은근
히 떠보기도 하고, 분명 여자 냄새가 났습니다. 그 넘은 아니라고 부득부득 우겼지요…
그 넘에게 여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더 기분 더러웠던 건 왠지
그 여자가 내가 아는 여자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드디어 걸렸습니다. 그것도 아주 지저분하게..
그 넘은 본가가 제주도인 이유로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이틀전이지요…그 넘의 집과 근접한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저희 회사 관련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상사를 수행하고 갔다가 예상보다 행사가 일찍 끝나고 개인적인 볼일이 있던 상사가 제게 자유시간을 할애해 주었지요.
잘됐다는 생각에 TV에서 보는 착하고 미련한 애인처럼 반찬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그 넘의 집을 향했습니다.
아무도 없을 시간이기에 열쇠로 현관문을 따니 아니 웬걸? 잠기더군요.
이 넘이 문을 열어 놓고 나갔군.
문을 다시 열고 들어 갔더니 아무도 없는데 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난 또 이 넘이 수업을 땡땡이 쳤거나 (오후 수업까지 빵빵한 날이었음)
이제 일어나서 느리적 느리적 학교갈 준비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씽크대 위에 사 온 반찬거리들을 늘어 놓고 있는데
욕실에서 나오는건 그 넘이 아니라 그리 친하지 않은 제 대학 동기였습니다.
물론 여자 동기 였기에 제가 열이 받았죠.
홀딱 벗은 몸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나오는데 저도 당황했지만 본인은 더 당황한 눈치더군요,
그제서야 보니 식탁 의자에 그 애의 것으로 보이는 옷가지가 너저분하게 걸려 있더군요.
순간 저는 저도 모르게 그 옷가지들을 집어 씽크대 안 설거지 통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아무말도 못하고 서로 째려 보는 사이에 문제의 그 넘이 맥주를 사 들고 들어오더군요.
이 넘 또한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나신의 여인과 표독스런 애인의 눈길을 함께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겠죠.
그런데 이상한건 처음에 여자를 봤을 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더니 금방 안정이 되더라구요,
여자는 다시 욕실로 들어가고 그 넘은 제게 나가서 이야기를 하자더군요,
무슨 얘기를 하게 될지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듣진 않았습니다.
다만 옷장에서 제가 사준 옷을 다 꺼내고 (거의 전부) 책꽂이에서 제가 사준 책을 다 꺼내고
지갑을 뺏어서 제 카드랑 지갑안에 있는 현찰들을 모두 챙기고 (그래봤자 26000원)
그 넘에게 욕실안에 있을 나신의 여인을 불러오라 말했습니다. 거부했습니다.
열쇠로 욕실문을 따고 그 애를 끌고 나와 그 넘과 나란히 앉혀 놓았습니다.
그 넘에게 나랑 끝내겠냐고 여자 앞에서 대 놓고 물었습니다.
넘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여자에게 얘가 너한테 나랑 헤어졌다고 말했냐고 물었습니다.
여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 넘의 따귀를 때렸습니다.
넘에게 말했습니다. 다음달 카드 결제하자. 니가 쓴 것만 45만원이 넘더라.
45만원 주라. 넘 대답이 없습니다.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얘 너 줄테니까 니가 카드 결제 해라. 여자 대답이 없습니다.
전화기를 들고 제주도 넘의 집 전화번호를 누르자 넘이 기겁을 해 전화기를 빼았습니다.
따귀 한 대 더 때렸습니다.
여자, 지가 줄테니 그만하라 합니다. 여자에게 당장 내 놓으라 했습니다.
은행에 있다길래 기다릴테니 찾아오라 했습니다.
그 넘이 주섬 주섬 지 옷을 챙겨주더군요.
내가 사준 옷이라 빼앗고 니 옷입고 가라며 설거지 통에 빠졌던 옷을 건져 주었습니다.
여자, 웁니다. 그 넘 저더러 나가랍니다.
돈 주면 나간다 했습니다.
그 넘이 정 떨어졌답니다. 미친X아! 난 살인 충동을 느꼈었다.
여자가 계속 울고만 있길래 동기모임 게시판에 이 사태를 그대로 올리겠다..
부족하면 과 사무실에도 알려주마 했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냄새 나는 옷을 입고 나섰습니다.
이삿집 센타에 전화해 1톤트럭을 부르고 내가 준 대부분의 짐을 실었습니다.
책, 옷, 식탁, 전자렌지, DVD, 17인치 LCD모니터 등등…
짐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트럭 아저씨에게 거금의 웃돈을 쥐어주고
여자가 갖다준 45만원을 챙겨 나왔습니다.
트럭을 타고 오면서 짐의 거처를 걱정하자
넉넉한 웃돈을 받은 아저씨가 기분이 좋은 듯 친절하게 창고 이용법에 대한 것까지 알려주시더군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전화해 몸이 아프다는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 넘의 짐들을 모두 중고어플에 내 놓고 말 많은 동기 몇명에게 망신스럽지만 어제의 사실을 흘렸습니다.
금새 소문이 나겠지요.
사실 지금 기분이 말이 아닙니다.
갑자기 회사도 안나가니 엄마가 걱정하십니다.
그 넘이 새벽이 전화를 했었습니다. 한번만 더 전화하면 청부살인 이라도 할 지 모른다는 엄포를 놓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많이 우울합니다.
어제 오후 놈의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그 여자 (친구 혹은 동기라고도 말하기 싫다) 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거의 우는 듯한 목소리로 날 만나고 싶어하더군요…
어찌할까…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한 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나름대로 정성들여 화장을 하고 머리도 만지고
최대한 당당하고 예뻐보일 수 있도록 꾸미고 여자를 만났습니다.
기가막힌… 지 언니와 함께 나와 있더군요.
여자가 그럽니다. 놈과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다.
그건 놈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좀 억울하더라..
막말로 니들이 결혼한 사이도 아니지 않냐…
언니라는 인간이 그럽니다. 솔직히
그렇게 길게 연애하면서 남친이 단 한번도 다른 여자 만날거라고 생각 못했다면 그건 니가 미련 했던거다.
와이프도 아닌 주제에 여친은 얼마든지 바뀔수 있다.
그런 일로 내 동생한테 그런 모욕감을 주고 금전까지 갈취했다. 고소감이다.
순간 내가 미친년인지 이것들이 미친년들인지 잠시 분간이 가지 않더군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절대 흥분하지 말자…
그 여자들의 말을 들으며 잠시 있다보니 놈이 커피숍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여자의 언니를 보고 당황해 했습니다.
앉자마자 내가 죽일놈이다 하더군요,
이 여자들이 날 고소하겠단다. 어쩌겠냐? 물었습니다.
여자의 언니 당황하며 내가 언제 그랬냐..
그냥 고소도 성립된다고 그러더라 했지 언제 고소한다고 했냐 그럽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핸드폰으로 여자의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여자의 엄마가 받더군요..
아주머니 딸이 내 약혼자 자취방에서 홀딱 벗고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혀 좀 따졌더니 그 언니가 나타나 고소 어쩌고 하네요.
병1신같은 약혼자 잘 못 관리한 저도 잘못이 있지만
남의 남자 방에서 홀딱 벗고 돌아다니는 딸내미 어떻게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여자와 여자의 언니… 기겁을 합니다.
여자의 엄마 다짜고짜 너 누구야? 흥분합니다.
지금 다 같이 있거든여. 아주머니 큰딸, 작은딸, 작은 딸이랑 뒹굴던 더러운 새끼
여기서 누굴 바꿔 드릴까요? 자기 딸 바꾸랍니다.
아무나 받으라 핸드폰을 밀어줬더니 큰 년이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놈을 쳐다보며 니네집에도 할까? 물었더니 하지 말랍니다.
그럼 어떻게 보상할래?
내가 너 고소할까? 했더니 고맙게도 내가 원하는대로 다 해주겠답니다.
놈에게 각서를 받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니들과 마주치지 않게 해라.
물건비 빼고도 니가 썼다 생각되는 돈이 대략 200은 되더라 갚아라.
능력 없답니다. 원룸이라도 빼서 갚아라.
3개월 안에 갚지 못할 때에는 철썩같이 날 며느리로 알고 계시는 네 어머니에게 당장 전화한다. 명심해라.
여자에게 위로(?)를 해 주었죠.
그래도 더 늦기전에 나한테 들켜서 몸만 버렸지 사기 당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나 봐라. 이 새끼 완전히 사기꾼이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의 언니가 물컵을 저한테 부어버리더군요.
테이블 위에 있던 메뉴판을 들어서 여자의 면상을 갈겨주었습니다.
금새 뻘개지더군요. 아팠을 겁니다.
각서를 챙겨서 나오는데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전화해 17인치 LCD 모니터를 사겠다고 전화가 오더군요.
기분 굉징히 더러웠습니다. 오늘 모니터 팔러 갑니다.
제 기분이 안 좋은 걸 아시는지 저희 상사는 아직도 출근을 안하는 군요.
저의 상사는 아주 말 잘통하는 50대 독일 아줌마 입니다.
다시는 그 놈과 여자를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 더러운 꿈 꿨다 생각하렵니다.
더러운 꿈 꾸고나면 하루정도는 기분이 꿀꿀 할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