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 남을 수 밖에 없는 ‘미래에서 온 내가 과거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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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 미래에서 왔습니다.

꼬마 : …정말?

어른 : 안타깝게도 이 모습이 너의 미래란다.

꿈도 희망도 내일도 없는 아저씨가 되지.

꼬마 : 난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게 꿈인데?

어른 : 비행기는 커녕 자동차 운전도 못해.

꼬마 : ……

어른 : 그리고 백수다.

그만해!!!!!!

………ㅠㅠ

꼬마 : 아저씨 백수야? 집에서 뭐하는데?

어른 : 게임하고 만화보고 밥먹고 자고… 요즘에는 그냥 잠만 계속 자.

꼬마 : 그건 지금이랑 별로 다를게 없는걸?

어른 : 어른이 꼬마처럼 행동하면 주변 시선이 따가워.

꼬마 : 그치만 어른이 되면 늦잠자도 되잖아?

어른 : 글쎄. 어른이 돼도 늦잠을 자면 무지 잔소리 들어.

꼬마 : 그리고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맘껏 사먹잖아?

어른 : 맘껏 사먹진 않지. 돈이 없거든.

꼬마 : 뭐야~ 재미없게.

어른 : 꿈은 꿈으로 남아 있을 때가 가장 좋은 거야.

어른 : 너 지금 앞자리에 앉은 여자애 좋아하고 있지?

꼬마 : 으앗!

어른 : 하하, 나는 너라니까? 당연히 알고 있어.

꼬마 : 아, 아냐! 나 걔 별로 안 좋아해.

어른 : 이런 츤데레 같으니!

꼬마 : ???

어른 : 그 여자애는 말이야, 니가 모르는 놈이랑 고등학교때 결혼해.

꼬마 : 정말?

어른 : 하지만 요즘은 동창회에서 만난 남자애랑 바람피우고 있지.

좋아해봤자 좋을 거 없는 애야.

꼬마 : 진짜야?

어른 : 동창회 연락받은 적이 없으니 그냥 소문만 들은 거다.

꼬마 : ……

어른 : 자고로 여자는 청순한 스타일이 제일이다! 어차피 난 동정이지만.

꼬마 : 동정이 뭐야?

어른 : 음… 일종의 병이야.

꼬마 : 으악! 나 병에 걸려?

어른 : 살다보면 알게 돼. 동정의 좋은 점과 슬픈 점을, 그리고 괴로움을.

어른 : 학교는 재미있니?

꼬마 : 숙제는 싫은데 애들이랑 노는 건 재미있어.

어른 : 다 지금뿐이란다.

꼬마 : 응?

어른 :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공부공부공부공부공부만 잔뜩 해야 돼!

꼬마 : 중학교 재미없겠다. 공부 안하면 안돼?

어른 : 그럼 애들한테 놀림받는다, 너.

꼬마 : 아저씨! 2000년 되면 정말로 세계 멸망이야?

어른 : 안 망해 안 망해. 종말 예언같은 건 다 빗나갔어.

그냥 세상이 좀더 편리해질 뿐이야.

꼬마 : 미래에서 뭐 가져온 거 있으면 보여줘!

어른 : 자, 여기. 핸드폰이라고 하는 건데,

걸어다니면서 전화도 하고, 이걸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할 수 있지.

꼬마 : 우와!! 이게 전화야??

어른 : 그럴걸. 난 전화걸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지만.

꼬마 : ……

꼬마 : 나 과자 사먹으러 가는데 아저씨도 갈래?

어른 : 그래. 내가 사줄까?

꼬마 : 정말?!

어른 : 어른스러운 모습도 좀 보여줘야 하니까.

꼬마 : 와~ 처음으로 어른인 내가 존경스러워.

어른 : …왠지 그 말이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구나.

어른 : 아, 그러고보니 이 시대는 아직 구권이지. 신권밖에 없네.

꼬마 : 와, 미래에는 돈도 바뀌나보네.

어른 : 다행히도 동전은 잔뜩 가지고 있군. 자, 뭐든 골라봐.

꼬마 : 그만큼이나 있으면 과자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어른 : 안돼안돼. 군것질은 조금만 해.

꼬마 : 저거 먹을래! 츄파춥스!

어른 : 그리운 츄파춥스네. 나도 하나 골라야지.

꼬마 : 난 쵸콜렛맛!

어른 : 나도 쵸콜렛맛!

꼬마 : 아저씨 왜 똑같은 거 골라?

어른 : 난 너니까 당연하지.

꼬마 : 난 미래에도 여전히 쵸콜렛 좋아하는구나.

어른 : 그렇지. 아, 저거 탱탱볼 뽑기다.

꼬마 : 할거야?

어른 : 하자!

어른 : 가장 작은 탱탱볼이네.

꼬마 : 저기 저 안에 큰거 나왔으면 했는데.

어른 : 초등학교 3학년때쯤 뽑게 될 거야.

꼬마 : 진짜?!

어른 : 하지만 언젠가 버렸을걸.

꼬마 : 왜? 왜? 아깝게.

어른 : …그러게 말야. 아깝게.

꼬마 : 아저씨 이제부터 뭐할거야?

어른 : …글쎄, 집에 가서 할머니랑 바둑이를 만나보고 싶긴 한데.

꼬마 : 아빠한테 미래에서 내가 왔다고 하면 믿어줄까?

어른 : 분명 경찰 부르실거다.

꼬마 : 근데 왜 할머니가 보고 싶어?

어른 : ……그냥.

(중학교 때 돌아가시니까…)

어른 : 바둑이만 좀 데려와주지 않을래?

꼬마 : 응. 데려올게. 안그래도 지금 산책시간이야.

어른 : 할머니 어깨 많이 주물러드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꼬마 : 후회가 뭔데? 아저씨 얘기 어려워.

어른 : …아냐, 됐어.

꼬마 : 데려왔어~

바둑이 : 멍멍!

어른 : 우리 바둑이! 오랜만이구나.

(바둑이도 중학교 입학했을 때 죽었지…)

바둑이 : 멍!

어른 : 왜이러지? 자꾸 냄새를 맡는데.

바둑이 : !!! 끄응~ 끄응~

꼬마 : 아저씨가 나란 걸 알았나봐!

어른 : 동물은 역시 굉장하네.

바둑이 : 멍멍멍!

어른 : 귀여운 녀석.

꼬마 : 산 위 신사까지 달리자 바둑아!

바둑이 : 멍멍멍!!

어른 : 야야, 뛰지마. 힘들어.

꼬마 : 에이~ 어른이면 나보다 빠를 거 아냐!

어른 : 아저씨는 운동부족이라서 오래 못 달려.

그리고 어른이라서 함부로 뛰지 않는단다.

꼬마 : 시시해.

어른 : 하지만 요즘 힘껏 달려본 적이 없군.

꼬마 : …아저씨는 나라면서? 왜 안 달려?

나 달리기 무지 잘한다고 칭찬까지 받는데.

어른 : 글쎄. 나도 모르겠어.

꼬마 : 그럼 신사까지 누가 더 빨리 가나 시합하기!

어른 : 거절한다.

꼬마 : 왜! 왜!

어른 : 저 긴 계단을 뛰어올라갈 체력따위 없다.

꼬마 : 준비이~ 땅!

어른 : 야, 말 좀 들어! ……무슨 애가 저렇게 빨라. 그러고보니 나구나, 참.

어른 : 흐아…… 흐아…… 하아……

꼬마 : 아저씨, 얼굴 찡그리지 마.

어른 : 니가… 흐아… 괜히… 헉…… 달리자고……하아… 해서……

꼬마 : 정말 어른 맞아?

어른 : 아…… 여기 그냥 눕고 싶다.

바둑이 : 멍멍멍!

꼬마 : 봐, 바둑이도 쌩쌩하잖아.

어른 : …개랑 비교하지 마.

꼬마 : 아! 다들 안녕!

친구1 : 늦었어 너!

친구2 : 저 아저씬 누구야?

꼬마 : 미래에서 온… 웁

어른 : 하하, 안녕 친구들! 난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란다!

친구들 : 노숙자 아냐?

꼬마, 어른 : ……

친구3 : 우리 얼음땡 할 거야.

친구4 : 아저씨도 할래?

어른 : 아니, 난 지쳐서 그냥 있을래.

친구5 : 어른인데 지쳐?

꼬마 : 그런가봐.

어른 : 다들 동정하는 눈빛으로 날 보지 말아다오……

바둑이 : 끄응…

어른 : 바둑이 너마저…

꼬마들 : 거기 서! (얼음!) 아까 땡 했어, 너 반칙! (아니거든!)

어른 : 나도 이렇게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구나.

꼬마들 : (와~ 와~~)

어른 : 하긴, 어릴 땐 그러는 게 당연했으니까.

꼬마들 : (우와~

어른 : 쟤는 얼음하자마자 옆에서 땡해주는 술래보다 더 나쁜 녀석이었지.

쟤는 초등학교 때까진 단짝이었지만 중학교 때 헤어졌고…

저 녀석은… 또 저 녀석은……

꼬마들 : 이번 판 끝! 술래 다시 뽑자!

어른 : 순수하게 하루하루가 즐거웠어. 정말로.

친구1 : 야! 나 점프 가져왔다!(점프는 일본유명만화잡지를 뜻함)

친구2 : 진짜? 어디봐!

어른 : 잠깐, 나도 같이 좀 보자.

친구3 : 아저씨도 만화 봐?

어른 : 당연하지. 모으는 중이라고.

친구4 : 와~ 어른인데 만화 보는 사람 처음 봤어!

어른 : 아무튼 같이 보자. 빨리 페이지 넘겨봐.

친구5 : 잠깐만! 나 아직 말풍선 다 못 읽었어.

어른 : 아, 나도 이 칸 못 읽고 그냥 넘길 뻔 했네.

꼬마 : 아저씨 만화 진짜 좋아하는구나.

어른 : 당연하지. 마음만은 어릴 때 그대로란다.

왠지 슬퍼진다…

하지만 이런거 좋아함!

친구1 : 어? 벌써 다섯 시네.

친구2 : 슬슬 저녁이야. 우리 인제 갈래.

어른 : 난 지금이 일어날 시간인데…

친구3 : 그럼 안녕!

친구4 : 내일 또 보자!

친구5 : 안~녕~

어른 : 녀석들 말투가 그립네.

꼬마 : 미래에는 저렇게 안 말해?

어른 : 그게 아니고 친구가 없어서.

꼬마 : ……나 크면 쓸쓸해지는거야?.

어른 : 미안.

뭐지… 눈에서 물이 자꾸 나옴.

꼬마 : 앗! 할머니!

어른 : !?

할머니 : 여기 있었구먼, 귀여운 내 손주. 할미가 데리러 왔다.

꼬마 : 헤헤헤, 할머니~~

어른 : ……

할머니 : ……댁은 뉘슈?

꼬마 : 어? 그러니까 그게…

어른 : 아뇨, 잠깐 지나가던 사람입니다. 이만 가볼게요.

꼬마 : ……

바둑이 : 끄응…

어른 : …갈게. 나같은 어른이 되지 마. 그리고 바둑이도 건강해라.

꼬마 : 아저씨는 나잖아. 왜 아저씨처럼 되면 안돼?

어른 : 같은 나여도 넌 어엿한 어른이 될 수 있어.

꼬마 : …아저씨, 또 어려운 말 한다.

어른 : 꼭 비행기 조종사가 돼라. 그러면 되는 거야. 그럼 잘 있어.

꼬마 : 응……

어른 : …할머니도 참… 도둑놈 보는 듯한 눈빛을 하시고선…

어른 : ……하긴 어쩔 수 없지. 이런 더러운 꼬라지 하며…

어른 : 정장까지 입고 잔뜩 멋을 내고 왔으면 어떻게 보셨을까?

어른 : 그 때는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지.

할머니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나 역시도.

어른 : 매일매일 즐거웠고, 달리기 잘한다고 칭찬받고,

잔뜩 모은 따조가 세계 최고의 보물이었고…

[통~통~]

어른 : 오오, 이 탱탱볼 엄청 잘 튀네.

[통~통~]

어른 : 놀 때나 TV 볼 때는 시간이 영영 멈췄으면 했지…

[통~……]

어른 : 자기 전엔 항상 내일이 두근두근거렸고…

[툭…]

[데구르르…]

어른 : …이젠 가볼까.

[수군수군]

여자1 : 야야… 얘 지금 자는 거 아니지? 엎드려 있기만 한 거지?

중딩 : …

여자2 : 야, 너때문에 일어났잖아! 저거봐, 재수없게 째려보기나 하고…

남자1 : 근데 쟤는 왜 점심시간마다 사라지냐?

남자2 : 화장실에서 밥먹는 거 아냐?

남자3 : 진짜? 역겨운 놈이네.

중딩 (흥… 미천한 녀석들. 저능아들은 역시 어쩔 수 없어.)

[드르륵]

여자3 : 교실 나가려나봐.

여자4 : 우리 얘기 들었나봐.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중딩 (맘대로 지껄이시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들이 모이면 강해지는 줄 알아요.)

어른 : 안녕하신가, 흑역사.

중딩 : 뭐, 뭐야 넌!

어른 : 미래의 너다.

중딩 : 미래? 농담이 지나치군. 후훗…

어른 : 으악! 오글오글오글오글…

중딩 : 이 몸께서는 네녀석을 상대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으시다.

어른 : 으아아아아악! 오그라든다! 내 손! 내 발!

중딩 : 거기서 원맨쇼나 할 생각이라면 난 이만 가봐도 될까?

어른 : 그래. 일단 수업 다 끝나고 보자. 너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중딩 : 흥. 나한테 지시하는 거냐?

어른 : 이게 자꾸 기어오르네 진짜.

중딩 : 그럼 이 몸께서는 이만 가보겠다.

어른 : 저 말투…… 좀 어떻게 안되나…

어른 : ……지나가는 곳마다 여자애들이 피해다니네.

어른 : …왜 자꾸 눈물이…

[와글와글]

축구부원들 : 앞으로 3주 후가 경기다!

축구부원들 : 힘내자!

[웅성웅성]

학생1 : 야 오락실 안 갈래?

학생2 :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어. 빨리 가자! 내가 신기술 알아 왔다!

[왁자지껄]

중딩 : ……

어른 : 왔냐. 방과후에 시간도 많을 텐데 넌 혼자 뭐하냐?

중딩 : ……난 쓸데없는 일에 체력을 낭비하지 않아.

어른 : 아, 네. 그러세요.

중딩 : …용건만 빨리 말해라.

어른 : 서두르지 말라고. 뭐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커피로 할래? 아님 쥬스?

중딩 : 쥬스같이 단 음식은 싫다. 시크한 블랙커피를 줘.

어른 : 가식은 그만 떨어라.

단 거 좋아면서 친구들 앞에서 가식 떠느라 고생한 거 다 기억하거든?

중딩 : …정말 미래의 나인 건가?

어른 : 너, 짝사랑하는 여자애가 너한테 고백하러 왔었지?

하지만 알고 보니 쪽팔려 게임이었어.

너한테 몰래 건넨 편지엔 뻥이라고 한 글자 크게 써 있었고.

중딩 : !?!?!?!?!????!!!!!!!

어른 : 자, 그래서 뭐 마실래.

중딩 : …쥬스.

어른 : 학교는 즐겁니?

중딩 : 흥. 의무교육이니까 별 수 없이 다니고 있는 거야.

어른 : 어, 저녀석 중2병 아냐? 기억난다.

중2병 : 윽… 또… 또 왔어!! 멈춰… 제발… 이 힘은… 너무 위험해……

학생들 (수군수군)

어른 : 흠… 그래도 쟤보다는 나은가?

중딩 : 저런 애랑 비교하지 말아줘.

어른 : 저 중2병 말야.

고등학교 가서 자퇴하고 난 다음에 방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질 않는다더라.

중딩 : ……난 어때? 미래에 뭘 하고 있지?

어른 : 네. 백수입니다.

중딩 : …덜 떨어진 녀석 같으니.

어른 : 그거 누워서 침뱉기다?

어른 : 어딜 가는 거야. 같이 좀 가자.

중딩 : 그래서? 용건이 뭐지?

어른 : 흑역사 감상.

중딩 : 무슨 말이야?

어른 : 그리고 아직 너라면 늦지 않았으니까.

중딩 : …뭐?

중2병 : 당신은… 당신은 뭔가 알고 있죠?

어른 : 헉, 언제 왔어 얘는.

중2병 : 저를 어둠의 저주에서 풀어줄 열쇠를 가지고 있죠?! 대답해줘요!!

어른 : 좀 저리가봐… 야, 얘 좀 어떻게 해줘.

중딩 : 흥. 내가 알 게 뭐야.

어른 : 서두르지 마라. 흑염의 타천사는 곡 너를 찾아올 것이다.

이터널 포스를 찾아 대비하도록.

중2병 :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흑염의 타천사… 기억해두겠어요…

어른 : ……이제 갔나.

중딩 : 잘 어울리는 한쌍이던데? 아예 그대로 사귀지 그랬어.

어른 : 됐고. 너 무슨 책 읽냐. 걸으면서 책 보면 위험하다.

중딩 : 흥. 신경쓰지마.

어른 : 아, 저 아가씨 치마 진짜 짧네.

중딩 : …어디?

[툭]

어른 : 어디보자. 뭐야. 만화? 무슨 만화야 이거?

중딩 : 어엇!! 빨리 내놔!

[꾸욱]

중딩 : 앗.

육중한 사내 : 아야! 누가 내 발을 밟았어!

중딩 :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육중한 사내 :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똑바로 보고 다녀!

중딩 : 네…

어른 : 우와~ 너 강해보이는 사람한테는 존댓말 바로바로 나오는구나?

중딩 : ……

어른 : 야, 삐졌나? 왜 계속 나 무시해?

중딩 : ……넌 강해보이는 어른이 아냐. 훌륭해보이지도 않고.

어른 : 그러니까 그거 누워서 침뱉기라니깐.

중딩 : 아니지… 이 따위 썩어버린 세상!!

훌륭한 어른 따윈 아무데도 없어!!

사람들 (뭐야 저 학생… 수군수군.)

어른 : 아, 진짜. 제발 그만 좀 해라.

여자아이 : 저, 저기… 손… 잡아도 돼?

남자아이 : …니가 원한다면 별 수 없지. 단, 저기 사거리까지만이야.

여자아이 : 응! 고마워!

어른 : 중딩커플이네. 사내놈이 저런 츤데레 같으니. 하지만 풋풋하군.

중딩 : 시시해.

어른 :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하면 지는 거다! 나는 무적의 솔로부대니까!

중딩 : 흥. 난 연애할 시간이 있으면 보다 유익한 쪽에 그 시간을 쓰겠어.

어른 : 그건 잘 생기고 연애경험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야.

중딩 : …됐거든.

어른 : 암튼 난, 사랑 따위 내 인생에 없는 거라고 옛날에 단정지었어.

…왜 자꾸 눈물이 흐르지……

중딩 : 근데 왜 잠옷같은 차림을 하고 있어?

어른 : 잠옷은 무슨. 얇은 티셔츠랑 얇은 바지일 뿐이야.

이렇게 간단하게 걸치고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

중딩 : 그게 사실상 잠옷이지.

어른 : 그건 그래. 꽃미남은 후줄근한 옷을 입어도 옷에서 빛이 나지만,

못생기면 제 아무리 브랜드를 껴입어도 소용없어.

중딩 : 동감이야.

어른 : 그러니까 넌 무리하지 마라.

아무리 꾸며봤자 나중에 크면 이런 얼굴이니까.

중딩 :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로군.

어른 : 꼴 좋다!

중딩 : 그거 누워서 침뱉기야.

어른 : 그렇네. 나 꼴 좋다!

어른 : 아, 초딩들이다. 저기 봐, 귀엽지?

중딩 : 훗… 그러고보니 나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군…

어른 : 한 백년은 산 사람 같이 말하네.

중딩 : ……어른 주제에 뭘 알아.

어른 : 아니, 난 너라니까.

중딩 : …그랬었지.

어른 : …저때 사귄 친구들하고는 이제 연락도 안 하게 됐지?

중딩 : …!!

어른 : 중학교 첫 자기소개 시간에 긴장하는 바람에 넘어져서 웃음거리가 됐었지.

그 후로 부끄러워서 아무하고도 말을 안하는 바람에 외톨이가 됐고.

중딩 : …

어른 : 육상부에 들어갔지만 기록이 잘 안 나와서 점점 안 가게 됐고.

중딩 : …

어른 : 뭣보다 공부가 어려워 미치겠고 말야?

부모님은 허구헌날 노력해라, 더 열심히 해라.

중딩 : …

어른 : 어린 시절처럼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았어.

나도 알아. 다 기억하니까.

괴롭다.

하지만 앞으론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

어른 : 하지만, 그게 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기 책임 아니겠어?

중딩 : ……

어른 : 가진 재능이 없으면 더 노력해야 하잖아. 안 그래?

중딩 : ……

어른 : 물론 나도 알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 될 때가 있다는 거.

중딩 : ……

어른 : 게다가 그럴 땐 주변에 욕하는 사람만 있는 것 같고.

뭐 실제로 그런 사람만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중딩 : ……

어른 : …말이 너무 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그래서 찾아온 거고.

중딩 : ……

어른 : …그래도 걱정마,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하면 돼.

중딩 : …응.

중딩 : 이제부터… 넌 뭘 할 거야?

어른 : 다음 갈림길로 가야지.

중딩 : 갈림길…?

어른 : 그래. 갈림길. 난 돌아갈 수 없지만, 넌 길을 고를 수 있어.

너 하기에 따라서는 주변사람의 길도 바꿀 수 있겠지.

중딩 : …무슨 소리야? 아무튼… …워.

어른 : 뭐? 잘 안 들려.

중딩 : ……고마워! 라고 했어!! 넌 귀가 먹었냐!

어른 : 츤데레 같으니. 그냥 담담하게 말하면 되는데 뭘 그래.

암튼 난 간다.

중딩 : 흥…

어른 : 내 흑역사긴 하지만 의외로 귀여웠어.

어른 : 그땐 나 자신의 한계같은 걸 많이 느꼈지.

어른 :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거꾸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을 때였어.

어른 : 아니지. 이런 건 어른일 때도 마찬가지네.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

어른 : …어차피 늦었지만.

어른 : …그럼, 갈까.

아버지 : 허어, 저게 자식놈인지 웬순지.

허구헌날 방구석에 처박혀서 컴퓨터나 두들기고 있으니 원!

언제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올려나… 쯧쯧쯔…

어머니 : 휴우… 그러게요… 요즘 당신 벌이도 시원찮은데…

니트 : 아 시끄러워요. 다 들린다구요.

어머니 : 대체 언제쯤이면 정신을 차릴런지…

니트 : …알 게 뭐예요.

[쾅]

니트 : 휴, 역시 내 방이 가장 마음 편해…

어른 : 되고싶다 꽃미남! 질투난다 엄친아!

안녕 미래의 너야

니트 : 우왓!?

어른 : 일하지 않는 자여, 그대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가.

니트 : ……

어른 : 명절의 친척들 모임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는가?

크리스마스나 각종 연휴는 즐겁게 보내고 있는가?

니트 : …미래의 나라고 했지? 그럼 너도 나랑 다를 거 없다는 얘기잖아.

뭐가 그리 잘났다고 나한테 이래?

어른 : 허허, 그거 맞는 말이군.

니트 : 애초에 믿지도 않아. 내 방에서 나가주겠어?

어른 : 울리지 않는 핸드폰.

어른 : 단 한 번도 동창회에 초대받은 적 없음.

어른 : 늙은 부모님의 차가운 눈빛.

어른 : 간간이 들려오는 옛 친구들의 성공한 인생 스토리.

니트 : 이… 이봐…

어른 : 밤에 야식 사러 편의점 가면,

술마시고 웃는 사람들이 자길 비웃는 것 같아 좌절.

어른 : 사촌은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지만 이쪽은 아직도 동정.

어른 : 2차원에는 수많은 아내들이 항상 널 기다려주지만,

실제로 여자는 건드려본 적도 없음.

어른 : 거울을 보면 나타나는 괴물.

어른 : 인터넷 사람들하고만 대화가 가능.

어른 : 어쩌다 이렇게 됐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어른 :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생각만 한다.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니트 :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어른 : …나도 잘못했습니다.

니트 : 그래그래. 믿는다 믿어. 그래서 미래의 난 뭘 하고 있는데?

어른 : 백수.

니트 : ……

어른 : 그래도 잠깐 일자리 따긴 했어. 말단이지만.

니트 : 진짜? 나 미래에 취직하는 거야?

어른 :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바로 짤려.

니트 : 그럼 안 짤리게 하면 되겠네.

어른 : 매사에 비뚤어진 녀석이 이럴 때만 긍정적이네.

니트 : 앗싸! 취직한다 이거지?

좋아좋아. 그럼 뭐 걱정없네. 게임이나 하자.

어른 : 이 자식, 안 되겠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니트 : 근데 말야… 좀 이상하지 않아?

어른 : 뭐가?

니트 : 얼굴은 뭐… 미래엔 좀 늙을 테니까 대충 나 같긴 한데…

왜 이렇게 말랐어?

어른 : 사회 나가면 힘든 법이야.

니트 : 성격도 좀 차가운 것 같고.

어른 : 이리저리 부딪치면서도 살아가려면 마음을 죽일 수 밖에 없어.

사회생활 오래 해본 것도 아니지만, 세상이 무섭다는 건 바로 알겠더라.

니트 : 역시 회사 따위 가기 싫다…

난 온라인 게임에서는 강해. 만렙 찍은 데다가 길드도 있다구.

어른 : 니는 온라인 게임이 밥먹여줍니까?

이런거 보면 내일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일이 되면 또 잊어버려… 난 그래서 안돼……

니트 : 미래가 걱정되니까 배가 고파졌어.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어른 : 후라이드반 양념반?

니트 : 후라이드반 양념반.

어른 : 역시 넌 나야. 통하는게 있어. 그러고보니 요즘 치킨 먹어본 적이 없네.

니트 : …같이 먹을래?

어른 : 그 치킨을 시키는 돈은 아버지께서 피땀흘려 버신 돈과,

어머니께서 힘들게 알바하시면서 버신 돈이 아니던가?

니트 : ……그러니까 더욱 맛있게 먹어야지

어른 : 그래도 끝까지 시켜먹을 생각이냐. 역시 넌 나다. 구제불능이야.

니트 : 자, 치킨 가져왔어. 일단 날개 하나 줄게.

어른 : 쌩큐! …이렇게 맛있게 받아먹는 나도 구제불능이군.

니트 : 참 신기해. 오늘 널 처음 봤는데 전혀 낯설지가 않아. 오히려 친근해.

나 원래 이렇게 툭 터놓고 얘기하는 타입이 아니거든.

어른 : 사람이랑 눈을 마주보면서 얘기 못하지?

니트 : 맞아맞아. 어떻게 알았냐?

어른 : 난 너니까. 뭐든지 알지.

니트 : …가장 서러웠던 건 역시 왕따당했던 고등학교 때였어.

지금 생각해도 눈물날 것 같아.

어른 : 그래. 주변에 친구 하나 없었지.

니트 : 체육시간은 지옥같은 시간이었어.

어른 : 운동화에 압정도 박혀 있었지.

니트 : 맞아, 그랬어.

그리고 수업시간에 매번 놀림받았던 것도 기억나? 수도 없이 반복되다보니 나중엔 익숙해졌지.

어른 : 그럼 넌 중학생 때 기억나냐?

니트 : 헐ㅋㅋㅋ 그건 말하지마ㅋㅋㅋㅋ 완전 흑역사ㅋㅋㅋㅋ

어른 : …그런데 우리, 치킨을 먹으면서 이런 얘기나 하고 있네.

니트 : ……눈에서 콜라가…

니트 : 아아… 난 왜 사는 걸까? 콱 죽어버릴까?

어른 : …넌 죽고 싶은 게 아니야. 이런 식으로 살기가 싫을 뿐이지.

니트 : 그래. 잘 아네.

어른 : ………

니트 :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의욕이 안 생겨.

어른 : 중딩 때의 나보다도 더하군. 이런 게 진짜 흑역사지.

니트 : 어? 중딩 때도 나랑 만났어?

어른 : 좀전에 만나고 왔지. 그 전엔 꼬마일 때 만났고.

니트 : 이상한데? 난 중딩 때 너랑 만난 기억이 없어.

어른 : 그럼 제대로 된 길을 간 걸지도 몰라.

이 세계에는 갈림길이 셀 수도 없이 많으니까.

니트 : ……?

어른 : 평행세계 같은 거라고 하면 알려나?

니트 : 뭐야 그게. 3류 판타지 설정따윈 재미없어.

어른 : 굳이 비슷한 개념을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야. 난 진지해.

니트 : ……

어른 : 평행세계에는 내가 4명 있는거야.

어른 : 지금 여기에 있는 너, 그러니까 니트일 때 어른의 모습을 만난 나.

어른 : 그리고 어릴 때 어른을 만난 나.

어른 : 중딩 시절 어른을 만난 나.

어른 : 그리고 어른을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일생을 보낸 여기 있는 나.

니트 : 그럼… 넌 이제부터 니 시대로 돌아가는 거야?

어른 : …그게, 이젠 돌아갈 시대가 없어.

니트 : 뭔소리야?

어른 : 나한테 내일은 없거든.

니트 : 웃기네. 나도 내일을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어른 :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없어.

어른 : 난 죽으니까.

어른 : 아직 죽은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

아마 오늘밤이 마지막인 것 같아.

니트 : 뭐……?

어른 : 아버지께서 퇴직 전에 정리해고를 당하셨어.

집안살림이 계속 어려워지고 나도 직업을 가져야만 했지. 노력한 끝에 겨우 일자리를 구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한 거야.

니트 : ……

어른 : 입원하게 됐고, 출근을 못하게 되자 회사에서 해고당했어.

겨우겨우 구한 일자리가 그렇게 사라졌지.

니트 : ……

어른 : 그렇게 누워 있는데, 저승사자 같은 사람이 찾아와서는,

이제 갈 시간입니다~ 하더군.

니트 : ……나도 죽는 거야?

어른 : …다른 형태의 삶을 산다면 운명은 바뀔 거야. 나처럼만 살지마.

니트 : …난 뭘 하면 돼?

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계획조차 없이 그냥 살아갈 뿐인데…

어른 : 감정의 공유니 뭐니 하는 거창한 말은 하지 않을게. 일단 사람을 만나라.

그리고 빨리 일자리를 찾아서 부모님께 효도해.

나처럼 보험금이나 안겨드리지 말고.

니트 : ……

어른 : 사실 나도 누굴 가르칠 입장에 있는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과거의 나 자신에게 할 말은 하고 싶었어.

니트 : ……

어른 : …왜 표정이 그 모양이야.

걱정마. 너라면 할 수 있어. 넌 바로 나니까.

니트 : ……지금 그게 응원이냐.

어른 : 하하하.

어른 : …그럼 난 가볼게. 최후의 만찬으로 즐긴 치킨, 맛있었다. 부모님께 안부 전해드리고.

니트 : ……언젠가 말야.

어른 : ……?

니트 : 언젠가 반드시, 내가 벌어 모은 돈으로 치킨을 사서, 너한테 공양해줄게.

어른 :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너야.

니트 : 뭐, 그럼 내가 먹으면 되잖아?

어른 : 그러다 살쪄, 임마.

니트 : 냅둬, 임마.

바둑이 : 끄응~

꼬마 : 착하지~ 우리 바둑이~

바둑이 : 멍멍!

꼬마 : …할머니! 어깨 주물러줄까?

할머니 : 아이구, 우리 손주가 어쩐 일이래. 할미가 용돈 줄까?

꼬마 : 아니야. 그냥 주물러주고 싶어서.

[꼬옥 꼬옥]

꼬마 : 할머니! 비행기 조종사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할머니 : 비행기 조종사…?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 않을까.

꼬마 : 그렇구나. 나 열심히 할래!

바둑이 : 끄응~

꼬마 : …할머니.

할머니 : 응?

꼬마 : …나 할머니 좋아해.

할머니 : 그래? 할미도 손주가 좋다.

꼬마 : 아참, 바둑이도 좋아해!

바둑이 : 멍멍!

남자1 : 어라, 저녀석 점심시간인데 왜 교실에 있냐.

남자2 : 그러게. 별일이네.

중딩 : ……

여자1 : 야, 조용히 말해! 다 들리나봐! 쟤 뭐냐, 진짜 기분나빠.

중2병 : 윽… 으으… 또 날뛰고 있어… 내 안에서…

여자2 : 뭐… 저런 애보다는 나을지도…? 아닌가…

남자3 : 야, 찌질아! 빨리 어둠의 마인인지 뭔지 꺼내봐ㅋ

남자4 : 너 치마 내리면 있는 거 아냐? 보여줘봐ㅋㅋ

중2병 : 어머… 괜찮겠어? 이 힘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남자5 : 그럼 꺼내봐 이뇬아ㅋ일단 꺼내보라니까ㅋㅋ

중2병 : ……

여자3 : 야 저것봐ㅋ 운다ㅋㅋ

여자4 : 웃지 마~ 여기 보잖아…

중딩 : ……야!!

중2병 : ……?

중딩 : 너 아까 점심 같이 먹자며? 가자.

중2병 : 어…

남자6 : 뭐냐. 한참 재미보는데 저거 뭐야?

남자7 : 기분 잡쳤네. 야, 가자! 연애도 끼리끼리 한다는데 그냥 냅둬.

중딩 : 야, 따라와.

중2병 : 으…응.

[와글와글]

중딩 : 착각하지마. 교실이 시끄러운 게 싫었을 뿐, 널 구하려던 건 아니야.

중2병 : 흐, 흥. 내가 힘만 해방시키면 그런 녀석들 따위…

중딩 : 언제까지 그럴 거야? 질리지도 않냐?

난 이제 교무실 갈 거야. 그러니까 너도 이제 니 볼 일 봐.

중2병 : 교무실… 어째서?

중딩 : 다시 한 번, 육상부에 들어갈 거야.

멋대로 빠진 거 사과드리고, 훈련에 참가하는거 허락받을거야.

중2병 : 그래… 꿈을 쫓으려는 거군… 현명한 듯 하지만, 어리석은 짓…

중딩 : ………그럼 잘 가.

중2병 : 자, 잠깐만!

중딩 : 아, 또 왜.

중2병 : 그… 진짜로 점심 같이 먹어주면… 안돼?

중딩 : …내가 볼 일 끝나면.

중2병 : 그… 그리고!

중딩 : 또 뭐?

중2병 : 나도…… 그, 육상부… 같이 들어가면 안돼?

중딩 : ……맘대로 해.

중2병 : 고, 고마워…

중딩 : …흥.

니트 :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 어서 오렴. 면접 어땠니?

니트 :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떨어져도 또 다른 데 찾아볼게요.

어머니 : 그러니…

니트 : …저기, 지금까지 죄송해요. 사과드린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저 열심히 해서 꼭 취직할게요.

어머니 : …그래.

니트 : …있죠.

어머니 : 왜?

니트 : 어머니도 아버지도… 어른은 역시 위대한 것 같아요.

어머니 : 후훗, 그러니?

니트 : …네.

어른 : 부끄럽군. 한마디로 망한 인생이었어.

저승사자 : 미련은 없으십니까?

어른 : 없을 리가 없잖아

저승사자 : 만나보신 분들의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어른 : …안다구.

괜히 고집부려서 늦게 출발하는거 미안해.

이젠 억지 안 부리고 따라갈게.

저승사자 : 그럼 이제 갈 시간입니다.

환생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걱정마시길.

어른 : 그래? 그럼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줘.

저승사자 : …어째서입니까? 인간의 삶은 괴로웠을 텐데…

어른 : 그거야…

“다음번엔 과거의 나한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아저씨 누구야?”

“미래의 너란다.”

“우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