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 중에 멧돼지랑 마주치고 대치하다가 와서 쓰는 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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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삼촌이랑 강릉쪽에서 배추밭을 하심

나는 용돈이 짭잘해서 여름마다 2~3주 정도 도와드리러 감.

갈때마다 멧돼지를 한번씩은 보는거 같은데

지금껏 멧돼지를 7번정도 마주치고

2번정도 쫓아냈음

농사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게

해충,질병이 아니라 의외로 동물들임

전자는 농약의 발달로 싹다 죽이는게 가능하지만

야생동물들은 답도 없음;;

몇년전 엽총 살인사건 이후로

사냥도 거의 불가능하고

하루종일 밭 감시도 못함

할부지도 야생동물들 땜에 피해를 많이 입었는데

가장 혐오하는 동물 베스트가

1.고라니

고라니는 사과도 처먹고 배추도 처먹고

안 처먹는게 없고

난간도 부수는 사탄 새끼다

대신 마주쳐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으니

좀 낫지만

(고라니한테도 물리거나 치이면 응급실 가야된다)

2.멧돼지

얘가 진짜 씹1새끼다;;;

고라니가 하는짓 똑같이 하면서

새끼 돼지들은 밭까지 망치고

성체는 마주치면 그냥 좃된거임

그리고 멧돼지 다리가 얇다고

나한테 달려올 때

로우킥으로 카운터 치면 이긴다는 새끼들은 걍 나가뒤져라

얇아 보여도 니 허벅지보다 두껍다

3.두더지

얘는 뭐 밭에 구멍 뚫는게 끝.

이것도 좃같지만

이렇게 딱 3종류가 있음.

멧돼지는 성체가 보통 100키로 넘으니

성인 남자도 못이겨서 피하는게 상책이지만

수확 직전 밭을 지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엔

싸워야할 때가 있음.

하지만 이때도 맨손으로 싸우면 자살행위다

멧돼지한테 물리면 살채로 뜯겨나감 ㄹㅇ

쫓아내는법 알려주기 전에

절대 싸우면 안되는 상황을 먼저 말하겠음.

1.겨울철에는 마주쳐도 싸우면 안됨

겨울철 산에는 먹을게 없어서 내려온거라

얘들은 해병 아쎄이급 악기바리 상태임

이때는 못 쫓아내니 걍 멀리서 구경해라 ㅇㅇ

2.응애 멧돼지 있는 경우

돼지들 모성애가 생각보다 개쩌니까

새끼 멧돼지 보고 귀엽다고 다가가거나

만지면 안됨.

근처에 성체가 99% 있으니 빤스런 쳐야된다

3.지형적으로 멧돼지가

니 위쪽에 & 가까이 있는경우

인간이 야생동물을 이기려면

지형적 유리함과 도구가 있어야 된다.

하지만 산위에 멧돼지가 있거나

가까이 있는 경우는 도구의 이점이 상쇄됨.

걍 응급실 의사 수술 실력을 믿고 기도해야 함

대충 위의 3가지 경우를 제외해야

그나마 싸울 수가 있다.

싸운다고 해도

사실상 밭에서 쫓아내는게 전부고 못죽인다;;

삼촌한테 배운 방법은

사람3명 정도 모여서

끝부분에 철판이나 판떼기 붙인 긴 장대를 들고

위협해서 쫓아내는 법이지만

내가 멧돼지와 마주친 그날에 나는 혼자 있었음.

점심시간에 나혼자 남아 밭일 하다가

멧돼지랑 눈이 마주쳤고

머리가 벌벌 떨리고 손발이 띵하는 와중에

죽기살기로 삼촌이 평소 하시는 말을 기억해내서

주변에서 바로 짱돌부터 주웠다.

손에 뭐라도 들고 있어야 동물들한테 위협이 된대서

나뭇가지라도 들고 있으랬음

그렇게 짱돌 들고

서로 노려보면서 대치하다가

큰 짱돌을 바닥에 던져 소리를 냈음

멧돼지한테 위협하는 의도였지만

나 좃됐으니까

삼촌 제발 소리듣고 오라고 했던게 더 컸다

멧돼지쪽으로 던지면 공격하는 줄 알고 덤벼들까봐

내 쪽 바닥에 던지고

바로 새짱돌을 들고 또 존버했음

그렇게 체감상 10분정도 눈싸움 하다가

나 찾으러 온 삼촌보고

돼지년이 고개 돌리고 되돌아가더라

이때 한 10년만에 울었던거 같음

꺼무잡잡한 삼촌 얼굴이 원빈처럼 보이더라

후에 삼촌한테 들으니

거리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좀 가깝다 싶으면 아무 위협도 하면 안되고

걍 튀어야 된다고 하셨다.

흥분 안한 멧돼지는

과일 밭을 옆에두고

사람 먹으러 쫓아오진 않는다고..

항상 멧돼지 조심해라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