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전에 신입사원이 들어옴.
키도 작고 삐쩍 꼴아서
완전 고등학생 같은 느낌이었고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많이 먹는구나를 느낌.
초반에 부서 식구들이랑 같이 밥 먹을 때,
부장님이
“신입아 너 너무 말랐다, 이거 좀 더 먹어봐.”
하면서 권하면
눈치 살짝 보다가 주는 족족 다 먹음.
이후로도 눈치를 계속 보면서
서열 최하위인 자신이 먹어도 되는지
확신이 들 때를 기다림.
그러다 어느정도 친해지고
1달 쯤 됐을 때 회사 전체 회식을 하게 됨.
우리 회사 자주 가는 소고기 집에다가
선주문을 넣는데,
꼭 단체회식때 안오는 인원이 있음.
그날도 45명분을 주문했는데
42명만 참석하게 됐고,
미리 세팅된 육회 비빔밥 2개와
소불고기 1인분이 남게 됨.
우리 부장님은
이 친구가 잘 먹는 다는걸 아니까
옆 테이블에 있는 육회비빔밥을 가져다 줬음.
신입은 부장님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는듯
훼이크를 살짝 넣은 뒤
비빔밥을 그대로 흡입하기 시작함.
그걸 본 옆 부서 경리가
자기 테이블에 안 먹은 육빔도 먹을 거냐 물어봄.
당연히 먹음.
이를 신기하게 본 사장님이
자기 테이블에 있는 ‘소불고기도 가능?’ 을 했고
신입은 육빔 마지막 숟갈을 입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임.
그 날 이후로 우리 부장님은 신입에게
다마고치 밥 먹이듯이
여러가지 군것질 음식들을 던져줬고,
신입은 한번도 거절하는 걸 못 봤음.
부장님이 이렇게 신난 이유는
그가 잘 먹는것도 있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음.
정말 ‘맛깔’나게 먹는다라고 할 수 있음.
뭘 먹어도 정말 열심히 먹고
남기지도 않으며 웃음기를 띄면서 먹음.
하정우 먹방이 식욕을 자극한다면
신입의 먹방은 보호본능을 자극시킴.
뭔가 더 먹이고 싶고 해 먹이고 싶고
내꺼라도 먹이고 싶은 느낌.
어느 날은 부장님이
보너스로 소고기를 사기로 했는데
나는 속으로 신입이 여기서도
많이 먹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음.
다행히 뭔가를 받아 먹을때는
눈치를 꼭 보고 받기 때문에
소고기를 흡입하는 일은 없었고
음식을 받기 전
살짝 눈이 가늘어졌다가
그 동그래지는 그 특유의 표정만 있었음.
신입의 최고기록은
짜장 특 곱배기 2그릇에 탕수육 소짜 절반임.
이건 어쩌다 사장님이
우리 부서랑 점심 먹을 때 세워진 기록인데,
메뉴 정할 때 사장님이
‘신입아 위장 어디까지 가능?’이라며
법인카드를 꺼내들었음.
신입은 ‘특 곱빼기 먹으면 조금 배불러요’이라며
맞받아쳤고,
그 길로 우리는 테이블 3개에
배달은 하지않는 쌈마이함이 가득한
현지인 짜장 맛집으로 향함.
이 집의 특 꼽배기는
대략 2.7인분만큼의 짜장면을 주고
사장님 피셜로는
이거 한명이 다 먹은 경우가 많이 없다고 함.
신입은 사장의 도발에 넘어가,
우리가 짜장을 하하호호 깨작거릴 동안
혼자서 전투식사를 했고
마지막 면발을 넘기자
사장은 2차 도발을 시전함.
“이제 더 못 먹니?”
신입은 특유의 눈치보는 표정을 짓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음.
사장은 그걸 보고 신입한테 묻지도 않고
바로 특 꼽배기 추가주문을 함.
신입 순간 당황했지만,
젓가락은 여전히 탕수육을 향하고 있었음.
두번째 그릇이 도착하고
이번에는 속도가 확실히 줄었지만
끊기지 않고 짜장면을 비워냄.
마침내 젓가락을 놓은 신입.
이번에는 정말 배불러보이는 모습을 많이 보임.
사장은 3차 도발을 함.
“더 먹을래?”
내 귀에는 그게
‘오늘 너의 위장을 박살내겠다’로 밖에 안 들렸음.
신입은 죽기 싫었던 건지
바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침.
후에 사장이 말하기를
‘진짜 어디까지 먹나 궁금했다’ 라고 함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식탐이 많아진 이유는
어렸을 때 잘 못먹어서 그렇다고 함.
지금은 나아졌지만,
신입이 어릴 때 집이 정말 가난했고
부모도, 나이차가 나는 형도,
어린 자신에게 항상 음식을 양보했다고 함.
그것이 너무 미안했고
그때부터 밥 먹을 때는 눈치를 많이 본다고 했음.
못 먹은 설움이란게 정말 큰 걸 알았음.
신입이는 대식이 가능한거지, 대식가는 아님.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하면은,
이 친구의 야식 원픽은
피자 치킨 족발 다 거르고
라면 2개에 고구마 2개임.
이유는 최고 가성비로
배부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함.
자기 스스로도 식탐이 많을 걸 아니까
최고로 배부른 걸로 먹어서
아예 입에 무언가를 넣을 생각을
안하게 만들기 위해라고 함.
적당히 배부른 걸로 때웠다가
한 번 발동이 걸리면
탈이 날 때까지 뭘 먹는다고 함.
이전에는 조절 안하고 먹었던 적도 있었는데
식비가 너무 많이 나가서 그만뒀다고 함.
아무튼 신입이 스스로 말하기로는
자신이 식탐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배부르게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함.
그러다보니 대식을 하는거지
배가 고파서 하는건 아니라고 하는데..
그건 걔 주장이고.
내가 1년간 본 바로는
그냥 밥 먹는걸 졸라게 좋아하는 친구임.
신입이 정말 예의바른 친구임은 다들 인정함.
자신의 식탐을 알기 때문에
밥 먹을 때는 더욱 눈치를 살피는데,
옆에서 오래 보다보니 옆사람이 힘들 때가 있음.
먹는 속도가 빨라서 1/3쯤 먹었을 때
신입이가 다 먹은적도 있음.
그러면 이 친구는
내가 먹는걸 아주 조심스럽게 바라봄.
세상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날,
특히 나를, 왜 나를.. 바라보는데
‘아 저 메뉴.. 탐난다..’
라는 마음소리가 들릴것만 같음.
정확히는 탐나는 메뉴를
아주 꿀 떨어지게 바라봄.
그럼 어쩔 수 없이 하나 먹으라고 줌.
(보통 밥 위에 있던 튀김이나 고기 한 숟갈)
그러면 ‘괜찮습니까?’라는 고정멘트와
특유의 표정을 지은 뒤 반드시 먹음.
물론 안 줘도 탕비실에 있는 과자가
한개 더 사라진다 쯤의 변화만 있음.
다마고치 밥 주듯,
치킨 시켜서 우리만 처먹기 미안해서
뽀삐한테 뼈 던져주듯,
신입한테 한 숟갈 주는 건 나쁜 일은 아님.
근데 내가 가끔 주기 싫은 메뉴가 있기 마련임
아니면 한 입만 시켜주기 애매한 메뉴라든가.
그 때는 그만 바라보라고 꼽을 주고 싶지만,
이 친구가 뭘 잘 못했나.
지 밥 다 먹고 식구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데.
그리고 꼽다고 함부로 건드리면
다마고치 주인님인 부장님이
‘아이 박계장,
그거 좀 줘. 맛은 보게 해줘야지~’
하면서 역풍이 옴.
그러면 옆에서
‘어머, 계장님 오늘 배고프신가보다,
내꺼 먹을래?’ 하면서
주임님이 자신의 밥을 넘김.
또 그러면 옆에서
‘오늘은 내가 살게, 신입이 더 시켜,
계장이랑 똑같은거?’하면서
과장님이 나를 바라봄.
결국 나만 쓰레기가 됨..
암튼 신입이는 탕비실을 아주 좋아함
사장님 취향인지 총무과 취향인지
우리 탕비실에는 항상
인간사료 누네띠네와
치즈볼이 대량으로 있는데
신입이는 그걸 정말 사료처먹듯 먹음.
다른 부서 사람들도 사료 같다고 안 먹는데
정말 신입이가 절반 이상 먹는듯.
신입이가 사료를 잘 먹는다는 소식을 접한
사장님은 신입이를 위해
특별히 사비를 털어
치즈볼 3통을 신입이 책상에 대령해줌.
우리 회사가 건물 3개 층을 쓰고 있는데
우리 부서는 3층 사장실 옆에 있음.
사장님은 그 거대한 치즈볼 3통을
한아름 안은 채로
각 층 각 부서에 인사를 하러 다님.
그러면서 ‘사장님 웬 과자에요?’하면서 물으면
‘어~ 우리 잘 먹는 사원 꺼야~
니들은 이거 먹으면 안돼~’라고 대답함.
아침에 출근했더니
사장님이 자신만을 위한
거대한 사료 3통을 줬다고 생각해보셈.
그리고 모든 사원이 자신을
‘사료 3통을 받은 사원’이라고 기억함.
그 이후로 신입이는 탕비실을 조금 줄였음.
어느날 신입은 저녁에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해진 적이 있음.
좋소기업답게 우리는 야근이 드물지 않음.
다행인건 야근=법카이기 때문에
퇴사가 마렵거나 그렇진 않았는데
그래서 우리 부서는
‘식구’라 불러도 좋을만큼 밥을 같이 먹음.
부장님이 신입이 다마고치를 시작한 이후로
신입이는 살이
5키로 불어날만큼 잘 먹고 다녔음.
어느날 야근 저녁식사 때, 부장님이 물어봄.
‘신입이 평소에는 저녁 어떻게 먹어?’
신입이가 우물쭈물 거리더니,
‘보통, 안 먹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먹다보니 안 먹네요.’
다마고치가 안보는 사이에
굶는다는 폭탄발언을 함.
부장님은 혼란 상태에 빠짐.
‘그.. 그러면 아침은?!’
‘속이 불편해서 안 먹습니다’
그렇다.
신입은 우리랑 먹는 점심이
유일한 식사였던 것.
아침은 소화가 잘 안되서 안 먹고,
저녁에는 집안일을 하느라 바빠서
저녁에 라면에 고구마를 주로 먹음.
어머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본인이 하고 있다고 함.
부장님: ….. 우리 오늘 치킨 먹을까?
나도 울고 과장님도 울고
주임님도 울고 대리님도 울고 부장님도 울었음.
신입 혼자 웃고 있었음.
핫쵸킹이 맛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