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태어날 때부터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예쁘게 생긴 친누나가 한명 있어

나랑 2살 차이인데 언어장애라고 해서

너네가 생각하는 벙어리 이런건 아니고

음성조절장애 뭐 이런건데 아주아주 작게 이야기 하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성대구조에 문제를 갖고 태어난 거라서 크게 말을 못 하는거야

어느정도로 작게 얘기하냐면

귀를 갖다 대고 집중해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

그것도 조용한 집안에서나 가능한 얘기야

그러니깐 학교나 길거리, 집 밖에선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의사소통이 안되는 거지

이 언어장애 라는게 지적능력 같은 언어외적 능력은 아무 문제가 없는 장애라

장애인학교 같은 곳도 못가

(정확힌 모르겠다 못간건지 집에서 안 보낸건지)

그래서 일반 학교에 진학했는데

초,중,고 전부 집근처 같은 학교를 졸업했어

근데 내가 성격도 좀 못되고 나만 아는 이기심이 쩔어서

어릴 땐 항상 집에서는 누나 무시하고 벙어리라고 놀리고 부려먹고

밖에서는 중학교 다닐 때까지 아무도 내 누나인지 모를 정도로 쌩까고 지냈음

그땐 누나가 창피하다고 생각했고

어린놈들이 그렇듯이

남들과 다른 우리누나는 초중고 내도록 따돌림을 당했거든..

괜히 아는척 하고 다니면 나까지 따돌림 당할거 같아서

철저히 남인듯이 고딩 될 때까지 아는척 한번 안하고 지냈어

아는척만 안한게 아니라 오히려 남들보다 더 미워했던거 같다

원래 우리집이 좀 괜찮은 편이었는데

누나 때문에 엄마가 이리저리 수소문하다가 이상한 사 이비 같은데 빠져서 돈을 좀 많이 버렸거든..

그거 때문에 엄마 아빠 싸우는거 보면서

집안 뒤집어 지는꼴 보다보니

괜히 장애인 같은게 태어나서 날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거 같음

참 이기적이고 못난 생각이지

그렇게 하급 멘탈의 병 1신이었음 내가

내가 그렇게도 미워하고 무시하고 나쁘게 했는데도

우리 누나는 항상 나 좋아하고 생각해주고 챙겨주고 그랬거든

밖에서는 맨날 괴롭힘 당하고

애들한테 놀림받고

그래도 집에서 내가 틱틱 거리면서 막 입에 담지도 못할 욕하면서 괴롭혀도

나 보면 소리도 못내면서 웃는 얼굴로 과일도 깍아주고

일부러 말 못하게 하려고

내가 티비소리 크게 하고 보고 있으면 메모지에다가

“숙제해줄까?”

막 이런거 써서 말 걸려고 노력했는데

난 허구언날 무시하고

심부름 시키고 숙제셔틀 시키고 그런 몹쓸놈이었음

그렇게 누나를 별 이유없이 미워하기만 하다가 내가 좀 변한 계기가

내가 고딩 2학년 때 고2병 걸려서 가출을 했거든

그때 4일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친구들이랑 피시방 전전 하면서 싸돌아다녔는데

돈 다 떨어져서 집에 들어가니깐

아빠가 불꽃싸다구 날리면서

나 때문에 니 누나가 얼마나 울면서 찾아다녔는지 아냐면서 그러는거야

말도 못하는게 내 사진이랑

“사진에 있는 학생 혹시 못보셨나요??” 라고 쓴 쪽지 하나들고

4일 내도록 온동네를 들쑤셨다는거야

친구들한테는 나 어디에 있는지 다 말하고 싸돌아다닌 거라서

그냥 교복입은 우리학교 애들 잡고 물어보면 금방 찾을텐데

내가 자기 부끄러워 하는거 알고

괜히 주변 상가나 피시방 이런데서

나이 지긋한 사장님들만 붙잡고 그러고 돌아다녔던 거야

내가 집에 돌아간 날에도

동네 돌아다니다가 밤11시 넘어서야 집에 왔는데

누나가 현관에서 울면서 들어오는거 보는데 진짜 울컥하드라

그동안 내가 너무 못난놈이었던게

근데 또 난 병 1신같이 괜히 울컥 하는거 숨기고

“니가 돌아다녀봐야 뭐하는데? 말도 못하는게”

뭐 이렇게 소리지르고 방에 기어들어가버림

쓰레기 인성이지..

바로 아빠한테 뒤지게 맞다가

아빠한텐 죄송하다고 했지만

누나한테만큼은 사과하거나 고맙다고 끝까지 말안했음;

그날 이후로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느끼는게 있어서

그때부턴 누나 안 창피해 하려고 친구들한테도 소개해주고 그랬음..

첨에 우리집에 온 친구한테 누나라고 소개시켜줄 때

인사만 하고 방에 뛰어들어가서 내도록 울더라…

친구 올 때마다 방에서 못 나오게 해서

아예 내 친구들은 얼굴도 못보게 했었거든..

그날 친구 가고 나서 누나가

“너무 고마워 더 잘해줄께 사랑해 내동생” 이라고 쪽지써서 내 책상위에 뒀는데

그거보고 나도 펑펑움

그러다가 나 20살 되고나서

촌놈이 서울에 학교 합격해서 내도록 자취하고 군대가고 제대해서도 학교 졸업 한답시고

계속 서울에만 있어서 누나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몰랐거든

첨에 나 서울 올라와서 자취할땐

누나가 한달에 한번꼴로 버스타고

부산에서 서울 올라와서 반찬이랑 밥 챙겨주고 청소해주고 챙겨줬음

그렇게 지내다가

이번 설에 우리집이 큰집이라 부산에 내려가서 오랜만에 가족 친척들 보는데

우리누나가 남자친구 데려온거야 ㅋ

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매일 괴롭힘 당하고 이러니깐 표정도 우울하게 다니고

전체적으로 암울해보여서 몰랐는데

졸업하고부터 꾸미기 시작하니깐 완전 예뻤음

근데도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장애가 있다보니깐

남자친구 라든가 이런 이성교제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우리누나가 일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봉사활동 온

나이 꽉찬 대학생이 대쉬해서 사귀게 된거야

우리집은 누나가 남자친구 생긴게 처음이니깐

친척 가족들 전부 난리나서 얼굴한번 보자고 데리고 오라고 난리법석 부려서 누나가 데리고 온거임

그래서 보게 됐는데

진짜 누나남자친구라고 같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 가족친척들 전부 얼음ㅋㅋㅋ

완전 변태처럼 생긴 아저씨를 남자친구라고 데리고 오는데 진짜 기분 죧같드라

하여간 그래도 뭐 우리누나 좋아해주는데 그게 어디야

친척들 전부 금방 화기애애해져서 잘 왔다고

잘 부탁한다고 완전 상전처럼 떠받들어주더라

나도 첨엔 생긴거보고 기분 안 좋았는데

또 보다보니깐 왠지 어벤져스 같이 생긴게

정의로워 보이기도 하고 착한 아저씨인거 같아서 맘에 들었거든

그렇게 같이 밥먹고 그러다가

누나 남자친구가 전화 좀 하고 온다고 나갔는데

나도 담배피고 싶어서 누나 남자친구랑 얘기도 좀 해볼려고 따라나갔어

옷 챙겨입고 따라나갔는데

고새 어디갔는지 보이지가 않길래

담배불 붙이고 어슬렁 거리면서 찾아다니는데

우리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랑 전화통화 하고있더라

목소리는 더럽게 커서 꽤 멀리부터 말하는게 들려서 자연스럽게 들으면서 그형한테 갔지

근데 듣다보니깐 말하는 내용이

“내 여자친구 집에 왔다이가~ 그 있자나 말못하는애 ㅋㅋㅋ”

막 이러면서 낄낄 거리면서 통화하고 있는거야

그거듣고 진짜 피꺼솟해서 진짜 개 썩은 표정으로 다가가니깐 전화 급하게 끊더니

“담배피러 나왔어?” 이러면서 친하게 굴더라

그래서 내가 “니 방금 뭐라했냐?”

뭐 이런식으로 말하니까

친구랑 하는 통화라서 편하게 장난친 거라고 막 둘러대더라

뭐 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는 진짜 너무 피꺼솟 해있는 상태라서

무작정 욕하면서 누나 남자친구 얼굴에 주먹 날렸는데

지도 열받았는지 오히려 내가 더 맞았어

집에 가족들 다 있는거 뻔히 아니까 영악하게

얼굴은 안 때리고 몸쪽으로 때렸음

그니깐 진정하라면서 일단 갈테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면서 가더라

그러고는 진짜 바보같이 내가 누나를 못 지킨 것만 같아서

씁쓸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있는 담배 죄다 펴대고 집에 들어갔는데

우리집 식구들은 우리 누나보고

니 남자친구는 전화하러가서 왜 이렇게 안오냐고 찾고있더라

그래서 내가 아까 급한일 있는지 간다고 전해달라드라 이러고 둘러대고는

누나한테 말해줄려고 방에 데려들어갔지

근데 이게 누나 얼굴을 보니깐 진짜 입이 안떼어지는거야

한참동안 누나 얼굴만 보고있다가

“아니다” 이러고 아무말도 못했음

그러고 친척들 다 가고 정리하고 잘려고 누웠는데

너무 분해서 혼자 이불에 들어가서 끅끅 거리면서 질질 짜고 있었는데

누나가 들어와서 침대 옆에서 쪽지로

“누나 남자친구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는데? 무슨일있어?” 이렇게 물어보는데

혼자 한참 더 질질 짜다가 누나한테 걔 안 만나면 안되냐고 물어봤음

누나가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는데

입이 안 떨어져서 설명은 하지도 않고

진짜 부탁하는데 안만나면 안되냐고 떼썼다

누나가 자꾸 이유를 말해달라길래

별 오만 잡소리

(못생겼다 나이많다 키가작다 맘에 안든다) 만 늘어놓으면서

질질 짜면서 만나지말라고 떼쓰는데

누나가 딱 알아채고 자기 말못한다고 그런소리 하더냐고 써서 물어보더라

그래서 내가 친구랑 통화하는거 들었는데

니보고 장애인이라고 했다고 꼰질렀음

그러니깐 생각해볼께 이러더니 방에 가드라

누나 울고 있을거 같아서 누나 방문 앞에서 쪼그려앉아서 한참을 있었는데

시1 발 남들처럼 소리내서 울지는 못해도 코 훌쩍이는게 들리더라

문 열어보니깐 불 다 꺼져있는데

침대구석에 쪼그려앉아서 소리도 없이 울기만 하고 있더라

진짜 보는데 너무너무 가슴이 아파서 누나안고 둘이서 울다가

다음학기에 나 졸업하니깐 졸업하고 내려와서

내가 매일매일 니랑 놀아주고

남자친구든 친구든 다 해줄테니깐 걔 만나지말자고 약속했다

그러곤 어제 서울 올라와서

남은 방학기간 그냥 부산 내려가서 집에서 누나랑 보낼려고 방 뺄 준비 하다가

답답해서 글이라도 써봄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남한테 해본적도 없는 얘기고

할 생각조차 없던 얘긴데

그냥 이렇게 글쓰다 보니깐 나도 모르게 예전일까지 써버렸네

쓰다가 보니깐 진짜 철없이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다시한번 느껴져서 누나한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지금부터 암만 잘해도 어릴 때 했던 못된 짓을 뭐 갚고 그럴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내 누나니깐 내가 하나하나 챙기고 노력하면 뭐

다 행복할거라 생각한다

쓰다보니 글 개 길어졌는데

결론은 뭐 우리누나 마음씨는 천사 라는거다

니놈들도 우리누나 행복해져라고 한번씩만 생각해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