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10일 정도 있어야 할 일이 생겼는데
3년전에 잠깐 만났던 전여친이
내가 로마에 있는건 어떻게 알고 연락이 왔음
근데 걔가
“만약 내가 로마 가면 우리 볼 수 있을까?”
물어보길래 내가 ㄴㄴㄴ 했거든
절대 오지말라고
근데 애가 무작정 와버림 후..
상당히 어이가 없는 부분은
얘가 잘데도 없고 돈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고 온거임
진짜 너무 황당 그자체라서
일단 욕부터 박고
“뭔데 와서 무작정 만나자 그러냐?
난 안 만난다고 분명히 말했다”
라고 했음
그러고 다음날이 됐는데
내가 또 마음이 약한편이라
그래.. 나 때문에 왔는데
관광 좀 시켜주고 맛있는거라도 사주자..
싶은 마음이 들어서
“14시에 콜로세움에서 보자..” 하고 만났음
가는길에 언제봐도 개쩌는
베네치아 광장에서 사진 한번 찍고
콜로세오 역에서 만났는데
나 보자마자 혼자 막 우는 시늉 하더니
자기가 보는게 지금 현실이냐고
개꼴깞 떨고있음
“응 맞아~온김에 가이드나 해줄게” 하고
일단 로마 필수 코스인 판테온을 데려감
오랜만에 만나서 뻘줌하기도 하고
과거일 생각나서 빡치기도 하고
심정이 복잡해서
가는동안 한마디도 말안함
걔도 뻘쭘해서인지 말을 안했음
암튼 판테온에 도착해서 기도도 좀 때리고
“어때 여기 개멋있지?” 물어봤는데
자기 스타일 아니라고함.
후.. 그래
그리고 또다른 필수코수인
피아차 포폴로, 스페인 계단을 향해서 걷다가
힘들다 해서 쉬었다가기로 함
나는 젤라또를 시켰고
얘는 커피를 안 마신다고 차 시켜서 우려먹음
암튼 여기서 굉장히 진지하게 얘기햇음
너 갑자기 와서 이러는거
내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며
너 이랬으면 안됐다.
옛날 일 벌써 까먹은거냐 어쩌구저쩌구
얘도 걍 고개숙이고 암말도 못함
하.. 그래도 이왕 온거
오늘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 했더니 ok함
그리고 스페인 계단 한번 구경하고
저 위에 있는 성당가서 구경하고 나오는데
“어때 재밌지?” 물어보니까
자긴 이런데 사람 많고 별로고 싫다고 함
후..
이때부터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오고 개빡침
얘랑 사귀면서
서로 성격이 얼마나 안 맞았는지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름
암튼 꾹참고 설명도 해주고
여기로 가면 뭐있고
저기로 가면 뭐있다 하는데
얘가 너 여기 왜이렇게 잘 아냐고
여기 사는거 같다 라고 하길래
뭔가 얘가 열받게 하고 장난기도 발동해서
“어 나 사실 여기에 여자친구 살아~”
라고 함 (없음)
그러더니 혼자
허?!힝!헷!흣!차! 하더니
“그거 알았으면 내가 여기 안왔지!!!”
하면서 막 열내고
폰으로 당일 비행기표 찾아보고 난리침
어이가 털려서
“내가 오라고 했냐? 그럼 갈길가라” 했는데
그건 또 싫다함 ㅋㅋㅋ
그래 그럼 저녁 먹기전에 배고프니까
식전주나 하자 해서
나보나 광장 근처에 있는 식전주 전문 가게를 찾아감
저 살루미 (햄) 한판에 난 화이트와인 한잔 시키고
쟤는 걍 물마신다 해서 물시킴
저 빵에 발라져있는건 타페나드라고
올리브랑 앤초비랑 기타 등등 빻아가지고
잼처럼 만들어서 먹는건데
너무 짜고 앤초비 향이 강해서
현지사람들도 호불호가 갈리는것중에 하나임
근데 난 매우 맛잇게 먹었음
암튼 또 한잔 하면서 얘기함.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난 분명히 오지말라 얘기했고
너가 나한테 상의도 없이 무작정 온거 아니냐
나 땜에 멀리까지 혼자 왔는데
맘 약해져서 나온 것일 뿐이지
다른 뜻 하나도 없으니까 잘 있다가라
그냥 우리는 만나선 안되는거였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어? 내가 너 때문에 슬프다고? 착각아냐?”
이러면서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 빙의해서 꼴값 떰..
암튼 이때 지도 다 내려놓고 편해졌는지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도 하고
지 전 남자친구들 얘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눔
후..
그리고 이거먹고 산책 좀 하다가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 해서
로마의 또 다른 명물 중 하나인
카스텔 산탄젤로를 데려감
밤에 보면 ㄹㅇ 멋진 곳이라
“어때 여긴 멋있지?” 물어봤는데
역시나 “아니 난 이런거 별로”
시전하길래 그때 인내심이 폭발함
“아니 난 너 여기저기 가이드 해주는데
너는 다 싫다 그러냐
계속 그럴거면 걍 집에가라 킹받으니까”
하니까 지도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알겠다고 가자고 함
여차저차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하철 타고 가는데
내가 걔보다 먼저 내렸음
“어찌 됐든 간에 이제 안 볼 사이니까
앞으로 잘 살아라~” 하고 내리려는데
“fxxk you” 시전하면서 꺼지라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가 털려가지고
집에와서도 황당하고 헛웃음이 계속 나오길래
문자로 나도 걍 꺼지라하고 차단했음
암튼 여러모로 어이가 털리고
황당한 경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