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재밌어 보이는 깡촌 출신 고딩의 ‘집안 동물농장’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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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우리 아부지 어느날 갑자기 거위사옴

계기는 없음 그냥 사고 싶어서 사오심 암수한쌍

집 따로 없이 마당에 풀어서 기름 연못도 있어서

거위가 집지킨다는 말 들어봄?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존나 쫓아오면서 개만큼 짖어댐

글고 부리로 쳐물어뜯음

문제는 아부지만 마당 출입 허락해주고 나머지 가족은 못 들어오게함

안 물릴려면 존나게 뛰거나 아니면 맞서 싸워야됨

바지 입은 상태로 무릎 옆쪽 물려봤는데 살점 조금 떨어짐

거위를 이길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아냐?

일단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시선은 전방

그상태로 양팔을 날개처럼 v자로 만든다

그리고 숨을 들이쉬면서 쉬익 소리를 내야됨

이게 거위의 기본 공격자세임

이래도 안 도망가면 저자세로 저소리를 내면서 존나 쫓아가셈

그러면 거위가 저새낀뭐지; 이러면서 도망감

동시에 나의 사람으로서의 존엄성도 도망감

2.우리 아부지 어느날 갑자기 병아리사옴

저번과 마찬가지로 계기는 없다

아 있나? 개사료 사러갔다가 병아리 사료보고 병아리사오심

아부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여튼 갑자기 집에 중병아리 20마리가 생겼음

중병아리 = 닭벼슬이 조금 나오기 시작한 큰병아리ㅇㅇ

마침 집에 2층짜리 존나 큰 닭장이 있었음

(그 이유는 나중에 심심하면 말해줌)

거기다 20마리 쳐넣어놓고 병아리 사료주면서 행복하게 키움

사건은 평소와 같은 어느날부터 갑자기 발생했다

아침에 사료 주러가면 병아리가 한마리씩 없어지는 거임

눈똘망하니 노랗게 생겨가지고 지들끼리 배틀로얄 하나 싶었는데

이게 한두마리가 아니고 20마리였던 게 15마리가 되고 10마리가 되고 하면서

점점 줄어드는 거임

병아리 똥만 싸고 시끄럽지만 우리 가족이 된 이상 의리파인 내가 지켜줘야되지 않겠음?

하지만 ㅅ1발 뭐지 하면서 예의주시해도 그 이유를 못찾음

2주 쯤 됐나?

엄마가 상추 뜯어오래서 텃밭 갔다가

시바 병아리 대갈통이랑 아이컨택하고 상추 위에 주저앉음

고양이나 들짐승이 잡아가서 처먹고 대가리만 갖다버린 거임

치킨목 안 먹는 쉑있음? 너나 그 들짐승이나 도찐개찐임 좃같은놈

남은 병아리는 더 없어지기 전에 사왔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상추 따오라던거 궁둥이로 깔뭉해서 못 따와서 혼나고 슬펐따

3.우리 아부지 갑자기 오리 사옴

계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실 잘 모른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가 8세 시절 이야기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부지의 이전 전적을 되돌아봤을 때 그때도 아마 별 계기는 없었을듯ㅎ

하얀오리 한마리였다

8살인 나랑 키가 비슷했음

닭장? 오리장? 따로 없이 풀어놓고 키웠음

밥도 따로 안줌 그냥 풀 뜯어먹고

연못 물고기 잡아먹고 살았음

(연못 물고기 이야기는 나중에 “우리 아부지 갑자기 잉어사옴” 으로 따로 올릴지도 모름;)

너네 그거 아냐?

오리가 생각보다 존나 빠르다는거?

반에서 달리기 하위권인 나보다 더 빨랐음ㅇㅇ

다리도 존나 짧은게 오리발을 번갈아가면서 철퍽철퍽 뛰어오면

불쌍한 나는 목숨걸고 도망가는 것이지

보통 뒤지게 도망가다 보면 어무니나 아부지가 오셔서 구해줌

어느날 학교갔다 와보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동생 데리고 병원갔다 하더라

근데 혼자 집안에 있으려니 나(8세) 는 너무 무서운 거였음;

그래서 밖에 나가서 댕댕이랑 놀까 하고 마당에 나갔더니

멀리서 지랄 맞은 오리년이 쳐다보고 있는 거임

멀리있으니까 뭐 어쩌라고 하면서 댕댕이 만지다가

뒤를 돌아보니 20미터 앞에 있고

또 한참있다 돌아보니 10미터 앞에 있고

ㅅㅂ뭐야 하면서 돌아보니 바로 뒤에 있더라

여고괴담이 아니라 오리괴담임

그때부터 이제 분노의 질주 타임이 시작됨

나(8세)와 하얀오리의 목숨을 건 달리기 다이다이

공포에 질린 불쌍한 나는 오리에 쫓겨 집근처를 몇바퀴나 뛰었다

그러다가 아부지의 트럭 조수석 창문이 열려있는게 보였음

ㅅㅂ살았다 싶었으나 차 문은 잠겨있었고

아직도 뒤에는 육시럴 하얀오리 새끼가 쫓아오고 있음

난 짧은 인생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서 바퀴를 밟고

창문을 넘어서 차안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안전한 트럭안으로 대피한 나는

그때부터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얼굴에 실핏줄 다 터질 때까지 울어제끼고나서

부모님이 사오신 크아 쭈쭈바를 보상으로 받았음

오리와 인간의 차이가 뭔지아냐?

오리는 자의지로 트럭 창문을 넘을 수 없지만

인간은 궁지에 몰리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것임

4.우리 아부지 갑자기 집부시고 새로지음

니네 지네 안 물려봤냐? 신기하네

문과충 고3인 나는 주말 저녁에 집에서 한국지리 인강을 듣고 있었다

아 쌤 ㅈㄴ 웃기네ㅋㅋ 하면서 의자에서 기대서 보고있는데

뭐가 어깨에 툭 떨어지길래 모야시1발 하면서 손으로 쳐냈다

근데 갑자기 손이 존니 아픈 것이었다

보니까 천장에서 떨어진 새끼지네를 손으로 쳐서 물린 것이었음

거실로 나가서 어무니 저 지네물림 흙흙 하니까

어무니가 와서 확인하더니 지네 맞네 얼음찜질해~ 이러고 다시가심

자식이 지네 물렸는데 왤케 냉정하냐 할 수 있지만

사실 예전에 아부지가 한번 물려서 가족 다 같이 응급실 갔다가

의사가 건강한 사람은 지네 물렸다고 응급실 올 필요 없다고 했음ㅇㅇ

근데 그날밤에 새끼지네가 존나 나오는 것임

빨래 널다가 나오고 책상 밑에서 나오고 천장에서 떨어지고

아마 지네가 알을 까고 한꺼번에 태어났겠지?

급하게 집안 방역하고 그날은 할머니댁 가서 잤다

주말이 끝나고 고등학교 기숙사로 돌아간 문과충 고3인 나는

일주일을 빡세게 보내고 다시 주말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숙사 규칙상 휴대폰 내야 되고 갖고 있다가 들키면 퇴사였기 때문에

일주일동안 사감실에서 방전이 되어버린 폰을 들고 집으로 갔음

근데 시1발 집이 없는 거임

???집이 없다고? 길을 잘못 든 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집이 그냥 다 뿌서져있는 거임

콘트리트 덩어리 이런 거만 있고

가구 밖에 나와있고 가족들은 없고

전화할려고 해도 폰은 방전됐고 그래서

십1발 집이없어 이러면서 하늘 바라보고 있는데

공사하러온 아조씨가 폰 빌려줘서 부모님한테 전화함

알고보니 내가 기숙사에 가있던 일주일간

집을 부수고 새로 짓기로 한 것이었음

집이 낡은 것도 있지만 지네 나온게 발단이었고

새로 짓는 동안은 할머니댁가서 살았다함

아니 ㅅㅂ 그러면 학교로 연락 한번쯤은 해줄 수 있지않냐?

어무니한테 따지니까 내가 몇반인지 몰라서 그냥 연락 안했다함

그럴수도있냐?ㅅㅂ

그래서 결론은 지금은 새로 지은 집에 살고있다는 거고

그뒤로 지네는 안 물렸다는 것임

내 삶 참 팍팍해

5.갑자기 학교가다말고 집에 돌아감

우리집을 거쳐간 많은 동물들을 보셈

그렇다 우리집 본가는 시골깡촌인 것이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다닌 이유는 좀 빡센 고등학교라 그런 것도 있지만

집이 시골이라서 그런 것도 있었음

집이 얼마나 시골이길래 깡촌이라고 하냐고?

한 4년전까지는 통화권 이탈이었음

전화하려면 문 열고 존나 뛰어나가야됨

그리고 버스 2시간마다 1번씩 옴

막차 저녁 6시 몇분인가에 끊김

이런 깡촌출신인 내가 겨울방학때 잠깐 기숙사를 나와서

집에서 통학하게 되었음

급식들아 요새도 우열반있냐? skt대학 전용 학급 이런거

내가 학생때는 있었음 (틀니딱딱)

우등반은 기숙사 건물도 다르고 대접 지림

기숙사 좌석 침대배치 순서도 모의고사 전교등수 순서였음

여느때처럼 새벽 5시 반에 첫차타러 집을 나선 나

겨울 새벽 5시반은 밤이랑 똑같은거 알제? 개어두움

산을 끼고 고개를 넘는데 갑자기 산에서

깨애ㅐㅇ애액!!!!

여자가 죽기직전에 단말마로 내는 비명같은게 존나크게남;

기겁해서 고대~로 U턴해서 집으로 돌아감

만약 살인사건 일어나는 중이면 토끼는거 들키면 뒤질까봐

ㄹㅇ 죽겠다 싶어서 닌자처럼 쳐도망감

학교 간다던 놈이 집에서 나가자마자 돌아오니까 부모님 당연히 놀람

아..아부지 산에서 미친년이 소리를 질러요 죽는 것 같아요

정신놓고 막 설명하니까 아부지 따라나오심

또 멀리서 깨애애액!!! 소리나서 저거 저거 하니까

저거 고라니 소리다 별거아니다 이러시더라

아 ㅎ 고라니구나~^^

미친사람 비명소리가 고라니 울음소리였음을 깨달은 나는

다행히 학교에 늦지않고 갈 수 있었음

고라니 울음소리 궁금한 애들은 입대하거나 or 유튜브에 검색해보셈

우리 아부지 갑자기 총사오심

나는 귀신은 1도 안 무서워하는 차도남

하지만 멧돼지에게 만큼은 벌벌 떨지

고라니 멧돼지 등 유해조수들이 자주 출몰하는 깡촌에서는

누군가에겐 용무신 어깨행님이 기선제압 할 때 쓰는

아~따 밤길 조심하쇼잉? 이 말이 ㄹㅇ 안부인사인 것이다

어렸을 때는 집 문 열면 마당에 고라니 있었음 ㄹㅇ

고라니랑 맞짱떠서 이길 자신 없으면 걍 문닫고 다시 들어가면 됨

그러나 어느 날부터 집근처가 수렵허가 구역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고라니&멧돼지 듀오를 마당에서 볼일은 없어짐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이 밭에 고구마 같은 거 심어놓으면

어디선가 몰래 와서 다 뜯어먹고 사라짐

울타리를 치면 되지 않느냐고?

멧돼지 몸통박치기와 고라니의 높이뛰기 기술 들어가면

비브라늄 재질이 아닌 이상 울타리 따위는 완벽히 무효화 됨

그래서 우리 아부지는 총포사에 가서 총을 사오심

무슨 총이냐고?

허참 나참 수리참 당연히 공기총 아니냐

아부지가 설마 리볼버나 샷건 사오진 않을 거아녀

그걸로 집에서 몇 발 연습 하시더니

그날 밤부터 바로 사냥 출발

수렵허가구역 수렵허가 기간이었음

아무데서나 총쏘면 좃됨

니도 갈래? 하시길래 얼른 트럭에 탄 순둥이

가로등도 없이 깜깜한 시골길을 달리며 아부지는 총을 쏘셨다

집에와서 트럭 뒤칸 확인해보니 3마리 죽어있더라

뿌듯한 마음으로 아부지 어무니한테 자랑함

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