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자식 많이 있던 군대에서 만난 “금수저 선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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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군대 동기들 만나서 술한잔 하고 얘기하다 생각나서 군대서 본 금수저 선임 썰 풀어봄.

실화이고 ㅈㄴ 실화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웅무쌍 같은 썰들에 비하면 

평범하기 그지 없을 수도 있음

503시절 빽은 조또 없는 내가 신의 도움인지 어쩌다가 금수저들만 간다는 xx사령부로 가게되었음

빽 있어야 가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라 100명이 좀 안되는 부대에 

검사 아들래미, 장군의 아들, xx전자 사장 아들, 국회의원 아들도 둘이나 있고 의사 아들은 진짜 한 대여섯명 있었음.

근데 아무리 빽써서 온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병들을 제외한 대다수 운전병이나 기타 잡병들은

육/해/공군서 뺑뺑이로 온 사람들이라 걍 소시민들이 대부분이었고,

생활 형편이 안 좋은 친구들도 당연히 있음.

우리집도 가난한건 아니지만 식구가 여섯이라 형편이 넉넉해 본 적이 없었음.

나도 부모님이 누나,형, 나 세명 등록금에 동생 학원비 대기 빠듯하셔서 형 전역 하자마자 반 강제적으로 입대한거니까.

그래서 부대 내에서 자연스럽게 금수저+고학벌과 서민들로 나뉘어졌음.

이게 서로 차별한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게 고학벌 금수저들 대화에 끼는거 자체가 힘듦…ㅅㅂ

대화 주제가 달라…….

여튼 부대에서 가서 처음 만난 내 아버지 군번

 k상병도 금수저 명문대 출신이었음.

솔직히 얼마나 부자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10대 대기업 사장 아들인 선임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k앞에서 돈 얘기 꺼내기 민망하다 했던거 보면

진짜 엄청 부자집이었을거임.

근데 이 사람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하고 마인드가 달랐음.

한번은 내가 외박때 k랑 같이 나가게 됐을 때임.

나는 집이 여수이고 당시 일병 월급이 10만원이 안되던 때라.

KTX타기는 쿨하게 포기하고 고속버스를 타려던 참이었음.

군필자는 알겠지만 외박은 차비가 안나와서 매 외박마다 KTX를 타는건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는 이상 불가임.

k가 몇시 차냐고 같이 국밥 한그릇 하고 가겠냐고 물어보길래 

버스 표도 안사뒀던 터라 국밥 얻어먹고 지하철 타러가는데 k가 나한테 서울역으로 가는거 아니냐고.

왜 강남 방향 지하철 타냐고 물어봐서.

고속터미널로 간다고 대답하니까 k가 나를 물끄러미 보며 지갑에서 오만원 짜리 두장 꺼내주면서

너 부모님은 아들 온다고 기다리고 계실텐데 조금이라도 빨리 갔다가 조금이라도 늦게 돌아오라고.

여자친구랑 노는데 쓰지말고 KTX 표값으로 쓰라고 하고 앞주머니에 넣어주더라.

(아니…여자친구 있냐고 먼저 물어봐주지..)

게다가 나중에 보니 그렇게 차비 내준 사람이 나 한명이 아님.

이제 대충 어떤식으로 돈쓰는 사람인지 감이 오지 않음?

병사 휴게실에 있던 TV 일병이 뒤 콘센트 정리하다가 넘어뜨려서 박살냈을 때 

간부들한테는 자기가 실수로 넘어뜨렸다고 하고 자기가 자비로 새로 사다놓기도 하고,

오래된 건물이라 습기차서 여름에 곰팡이 생기는 생활관이 많았는데 (4명이 한방씀)

간부한테 말하더니 방마다 제습기 사다 두기도 함.

뭐 돈 넘쳐나는 집에서 걍 돈자랑 하는게 뭐가 대수냐는 생각 할 수도 있고,

당시 부대 후임들 중에서도 ㅈㄴ 당연하게 받는 배응망덕한 사람들 많았음.

그래도 다른 금수저들 휴가 다녀와서 클럽 같은데서 돈쓴거 자랑하고 

전역 한다고 차 산거 자랑하는 와중에 k는 형편 넉넉치 못한 후임들한테 돈 쓰는거 외엔 

돈 자랑 안하는거 보면서 부자들에 대한 내 생각이 완전 달라졌음..

k본인도 사치나 술먹는데 돈을 안쓰는 사람이었는데,

부모님한테 그대로 다 물여받은 것 같더라.

나 전입오고 k네 어머니가 딱 한번 면회 오셨는데 제네시스 타고 오셔서 내 기대(?)가 깨짐.

포르쉐나 페라리 타는 강남 아주머니 기대했는데, 어머님 본인도 명품 같은거 안 두르시고 

그냥 동네 아주머니 느낌이었음.

돈 스는 것 뿐 아니라 마인드도 확실히 다른게

한번은 안 그래도 밉상인 선임 하나가 px에서 k올때까지 기다렸다가 

k한테 빌 붙는거 보고 ㅈㄴ 꼴불견이란 생각 들어서

위병근무 설때 k한테  “고마운 것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굳이 그렇게 베풀 필요 있냐고” 하니까

웃으면서 한다는 말이, 

우리 모두 끌려온거도 ㅈ 같은데 px에서 먹는거까지 주머니 사정 생각해야 하는게 얼마나 ㅈ같냐.

자기 전역하기 전까지라도 동생들이 px라도 스트레스 안 받고 이용하면 좋겠어서 그렇다고 함.

그러고 자기도 누가 자기 이용해 먹을라고만 하고, 누가 진짜 고마워 하는지 대충 다 안다고,

후자만 건져도 자긴 충분히 만족스런 군생활 한거라고 하는데 ㅈㄴ 멋져보였음

그러고 다른 사건이 또 있는데

한번은 sky 다니는 은수저 선임 s가 후임 가르치다가 학력가지고 후임 살짝 무시한 일이 생겼음.

내 기억으론 “하나 실패한 새끼가 다른걸 잘할리가 없지” 뭐 이딴 인신공격이었음.

그거 들은 후임이 자존심 상한 나머지 대들어서 난리가 난거임.

근데 자초지종 들은 k가 S한테 정색하고 ㅈㄹ함.

K가 S랑 같은 대학교 졸업한 선배라서 더 그랬을 수도 있음.

정확하진 않지만 그때 대충

“네 성취에 자부심을 가질 순 있지만 그걸로 남을 내려보면 안된다.

대학 잘 간건 분명 너가 노력한 것도 있지만 부모님이란 환경 덕도 본거다.

다른 모든 사람이 너와 같은 환경을 누렸다고 착각하고 그런 단적인 것으로 사람 무시하면 안된다.”

이런 말을 했었는데 저거보다 훨씬 멋졌음.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여튼 K라는 그사람 덕에 군대에서 고학력 금수저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뀜.

지금도 k랑은 간간히 안부 물으며 지내는데, 나이차이가 꽤 나는 형이라 좀 어려움 ㅠㅠ

여튼 두서가 없는 글을 요약하면

1.부자 선임이 있는데 후임들한테 돈 잘씀

2.본인은 막상 검소함

3.돈이나 학벌로 타인 무시 안함

4.부자에 대한 생각 바뀜

다 쓰고 보니 존나 밍밍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