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이니까 지금부터 딱 2년 전이었음.
공부 할건 많은데 돈은 없고
알바 할 시간은 없는 그런 상황이라
독서실 알바 트라이를 엄청 했는데
도저히 자리가 나질 않음.
그래서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자리 찾다가
대리운전이 좀 핫하길래 검색을 좀 했음.
뭐 보험료 따로 안 내도 되고,
그냥 운행만 하면 된다함.
수수료만 좀 떼고, 시간에 대한 제약이 별로 없었음.
걍 무조건 이거다 싶었음.
그래서 신청을 했더니
며칠만에 속전속결로 보험승인이 남.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을 때였는데
궁금해서 콜 대기를 켜봤더니
집 바로 앞 곱창집에서 콜이 떠버림.
궁금해서 그냥 눌렀다가 “띵디딩띵! 배정되었습니다.”
소리 들으니까 그제서야 눈 앞이 하얘짐..
그래도 일단 상대방한테 전화해서
대리 “부르신거 맞죠..? 금방 갈게요!”
하고 우당탕탕 뛰쳐 나갔는데
걍 청바지에 흰티만 대충 걸치고 나갔음
도착했는데 30대? 남자분이 계심..
여차저차 차에 타서 출발하는데
심장이 입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기분..
그 와중에 뭐
여자 기사 처음 본다. 대박이다.
운전을 잘하신다 말이 참 많으셨음.
그렇게 한 6~7분 주행하고 도착해서 내린 다음
운행 종료를 눌렀더니 세상에..
15000원 콜 잡았는데 수수료를 빼도
12000포인트가 출금 가능 상태로 표시가 되는거임..
6~7분 주행하고 만이천원을 벌었다고? 하면서
짱구 존나 굴려서 생각해보니까
절대 한 시간에 열 콜을 할 수는 없겠지만
‘시급이 12만원이라고?’ 하면서
진짜 이거 대박인데..? 하면서 심장이 뛰기 시작함.
이게 인생 첫 콜이었고.
이후 에피소드가 꽤 많은데
생각나는거 몇개만 풀어봄.
1.불륜남
주행거리 15분 뜨고
25000원? 정도 하는 콜이었던걸로 기억함.
처음 만날 때부터 통화하고 있었음.
아내랑 “어 여보~ 애들 벌써 자?
어어~ 나 대리 불러서 가고있지~”
뭐 이렇게 통화하더니 전화 끊고
다시 어디다가 전화를 거는데
“어 자기야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임.
인터넷에서 불륜남 썰 많이 봤는데
실제로 처음 보던거라 진짜 개놀랬음.
그리고 통화하다가
“지금 들를게 그럼~” 하더니
나보고 “목적지 바꿔도 돼요?
바로 다음 블럭 오피스텔 앞에 아무데나 주차해주시고
요금은 그냥 처음 금액으로 결제 해주세요.”
라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뭐 주행거리 반토막 나는거라
진짜 존나 개이득이긴 했는데..
내려서 진짜 멍때림..
콜도 안키고 그냥 진짜 멍했음..
나중에 결혼하고 배우자가 저러면
어떻게 해야될까 생각하느라 멍때린듯
2.잇쇼니 오사케 노무까 남
일단 말이 존나 많았음.
스타일이 좋으시다. 운동 뭐 하시는거 있냐
자기는 클라이밍 준 프로다. 나불나불..
대충 “아 그냥 취미로 수영다녀요”
뭐 이정도로 대꾸해주는데
갑자기 편의점 좀 들러도 되냐는거임
“미터요금이라 상관없어요” 하고
편의점 앞에 차 대놓고
혼자 유튭 보면서 기다리는데
큰 봉지를 두개나 채워서 들고 오더니
“맥주를 좀 많이 사서 그런데
저희 집에서 같이 드실래요?” 이지랄 ㅋㅋㅋ
바로 “ㄴㄴ 운전해야 돼여.” 하니까
“오늘 이거 하면 얼마 벌어요?
10? 20? 20드릴게요” 이러고 자빠짐.
손님 많이 취하신거같다고
창과 방패 오지게 하고
도착 해서도 계속 쫓아오길래 튐.
이 날은 이거 막콜로 하고
택시타고 집에가서 잠. 기분이 더러웠음.
3.벤츠오빠..
살면서 벤츠 처음 타봤음..
그냥 대충봐도 새 차 같고 차 존나 비싸보임.
실제로 퇴근하고 집에서 차 검색까지 해봄..
암튼 도착해서 비싸보이는 차에 한번 쫄고
기어 어딨는지 못 찾아서 어버버 거림..
알고보니 벤츠는 기어봉이 다 핸들 오른쪽에 있고
의자 조절하는 것도 무슨 창문쪽에 있었음
존나 당황스러웠는데
화 한번 안내고 되게 기분 좋게 알려주심..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성격이 엄청 유쾌하신 분임..
“어~ 동생 동생” 거리면서
자기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공부하면서 용돈 벌어보겠다고
대리운전 하는게 멋있다고 엄청 띄워주심..
자기는 공부를 못해서 바닥부터 기었다고,
동생은 자기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니
더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진짜 말도 안되게 방방 띄워줌..
습관 처럼 욕 섞는건 덤..
근데 문제는 도착해서 내가 접촉 사고를 냄..
그 불법주차 막는다고 통 같은거 세워뒀는데
긴장해서 그걸 못봄..
갑자기 멘탈 다 나가서 눈물 날 것 같고
후다닥 내려서 같이 내려서 봤는데 기스 났음..
약한 기스도 아니고 콕 파여서 옆으로 찍 긁힘..
보험 있다고 보험처리 해준다고 했더니
보험처리 하면 뭐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심..
그래서 그냥 내가 면책금 30만원 내면
그걸로 수리 다 된다고 설명해주니까
“아아아아아아잇 ㅆ~발!! 동생!
뭐 이딴거 가지고 기 죽는거 아니야 동생
그냥 가! 범퍼가 박으라고 있는거지” 이러면서
그냥 가라고 계속 그럼..
심지어 5만원도 손에 쥐어주면서 용돈하라고 하는데
제발 안 받겠다고 하니까
안 받으면 보험처리 한다고 협박?함..
진짜 너무 죄송해서 폴더 인사 수십번 박음..
저게 진짜 어른인가 싶어서
그 뒤로 길에서 벤츠만 보이면 그 사람 생각남
4.낙지 아저씨
출발지가 ‘불나는 낙지’ 라는 가게였는데
내가 전화로 “불타는 낙지 맞죠?” 했다가
전화 상에서 부터
불’타는’이 아니라 불’나는’이라고
잔소리 존나 들음..
그리고 차에 타서 도착 할 때까지
왜 불나는 낙지인데
불타는 낙지라고 했냐고 가는 내내 혼났음..
ㅆ발 그럴 수도 있지..
왜 요즘 젊은이들은 편견에 사로 잡혀서 사냐며..
진짜 영혼까지 개 털림..
왜 불에 낙지가 탄다고만 생각하냐면서
내려서 “안녕히 가세요..” 하는 순간에도
“불타는 낙지야? 불나는 낙지야?” 이래서
“불나는 낙지요 불나는 낙지..”이러고 인사함..
그 뒤로 낙지 안 먹음
5.마지막 쎄했던 콜
잘 모르는 외진 동네 들어가는 콜이었는데
모르고 실수로 콜 잡음..
근데 이미 잡은거고 취소하는거 미안하기도 하고..
뭐 외곽 초입이면 부지런히 노래 들으면서
들으면 금방 나오니까
합리화 하면서 이동했음..
근데 도착했을 때부터 한 30대? 되어 보이는 남자 눈에
표정도 없고 얼굴이 그냥 아니
분위기 자체가 좀 음침했음..ㄹㅇ
그리고 출발해서 운전하는데
내내 서로 말 한 마디도 안함..
근데 진짜 점점 빡치기 시작한게
외곽 초입이 아니라 진짜 엄청 들어가서
건물 점점 사라지고 논 밭 나오고
좁은 길로 계속 들어가는거임;
주변은 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음.
아 어떻게 나오냐…이러면서
속으로 짜증내면서 운전하는데
갑자기 그 분이 “혼자 하세요?
보통 2인 1조로 하지 않아요?
뒷차가 안 따라 오는 것 같아서요”
이렇게 물어보는거임
거기다 대고 “그래 혼자 한다 새끼야
덕분에 나올 때 좃같겠네” 할 수는 없으니까
“네 혼자요..” 하고 단답했음
그리고 또 침묵 계속 이어지다가
갑자기 고개 돌려서 이번에는 빤히 쳐다보더니
“이거 왜 하시는거에요?” 물어보는데
이때부터 뭔가 존나 진짜 기분이 이상했음
뭐지? 싶고 어? 싶고 심박수 올라가고
그냥 뒷차 있다고 이야기 할걸 그랬나
온갖 생각이 들면서 머리 회전 두뇌 풀가동..
그래서 최대한 불쌍하게
“엄마가 아프셔서 병원비 벌어야 되거든요..”
뭐 이렇게 얘기했음..
멀쩡한 엄마 팔았음..
그랬더니 갑자기 차를 돌리라함.
그리고 좀 큰 길 나와서 갓길에 대라더니
“뒷차 없으면 여자분 혼자 나오기 힘드실거에요.
버스 끊겼으니까 여기서 택시타고 가세요.”
이러고 한 2만원인가 쥐어줌..
개무서웠는데 그냥 존나 착한 사람이었음..
그래놓고 직접 운전해서 가는데
음주 신고 넣을려다가 2만원 보고 봐줬음
암튼 택시 타고 나왔는데
며칠 있다가 이 얘기 가족들한테 했더니
집안 뒤집어짐
어디 겁대가리 없이 대리가 뭐냐고
술취한 사람들이 뭔짓 할 줄 알고 하는거냐고
엄마 아빠 난리나고.. 해서 그 이후로 대리 못했음.
다시 앱 들어가보니까 내역 다 남아있던데
달 평균 40~50? 정도 벌었던 것 같음
저번에 친구들이랑 차타고 놀러가다가
내 폰으로 유튜브 틀었는데
알고리즘에 한문철 선생님만 나와서
걍 오랜만에 생각나서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