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나타난 아이가 이유없이 지켜준 썰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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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나타난 아이가 이유없이 지켜준 썰 마지막편”

먼저 꿈속의 그 아이는 사실 나한테 친구이고 형제고 부모고 신같은 존재였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그 아이가 이어준 친구 ㅅ이한테 전부는 아니고 어릴때 얘기만 슬쩍 해준 적이 있었거든.

ㅅ이는 내가 어릴 때 너무 힘들어서 네 무의식이 만들어낸 친구 아니냐고 말하더라고.

ㅅ이 말도 맞을 수 있다는건 알지만,

일단 그 아이가 내가 만든거라고 생각하면… 못 견딜거 같기도하고…

같이 놀던 기억이나 쓰다듬어주던거나 위로해주던 말들이 희뿌옇지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 애가 꼭 어딘가에 살아있는 존재라고 믿어.

이 아이가 중학교때 이후로도 날 도운게 많은데..

고등학교때는 나랑 비슷하게 가정환경 안 좋은 친구들 사귀어서 어긋날뻔 했는데

결국 나쁜 짓은 안하고 그 친구들이랑 자연스레 멀어졌어.

이유가 내가 빨리 자야해서 집에 갔기 때문이거든.

문 잠구고 자면 엄마가 들이닥치지도 않을테고 잠에 들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어서였어.

사실 성인되고 나서, 아니 얼마 전까지 되게 힘들었어. 지금은 많이 나아졌으니까 걱정 안해줘도 돼!

아무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온갖 불행이 날 닥쳐온 느낌이라고해야하나.

시작은 먼저 내 첫남자친구였어.

친구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었는데 연애생각이 없어서 거절했었어.

엄마를 봤기 때문에 남자라면 싫었고 당장 연애할 환경이 아니었기고했거든.

거기다가 생산직 일을 해서 솔직히 육체적으로도 피곤했어.

그런데 꿈속에서 그애한테 얘길 하는데 나한테 그러더라고.

더 많이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좋은 사람들은 다 네 곁에서 기둥이 되어줄거라고.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잖아,

하니까 그 아이가 너는 현실속에 살지만 나는 네 현실에 있어줄 수 없지 않냐고 그러는거야.

너는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래서 소개를 받았는데 결론적으로는 잘 안됐어.

봉사도 많이 다니시고 좋은 분인거 같긴한데..

내가 누군가와 이성적 관계를 전제로 만나는건 처음이라 부담스러워졌거든.

그러다가 회사언니가 남자친구 소개시켜준다고 했는데 거기에 언니 남자친구의 친구분이 있더라고.

알고보니까 그분이 내 사진 보고 마음에 든다고해서 연결시켜주려고 마련했던 자리였어.

잘돼서 1년 정도를 사귀었는데,

그 아이 말을 듣고 용기를 냈던 것 중에 처음으로 잘못된 선택이었던거 같아.

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지? 아무래도 내가 그런 경우였던거 같아.

처음에는 좋았어.

그 아이 말고도 내게 이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거든.

남자친구가 싫어해서 일이 일찍 끝나도 집으로 바로 갔고,

남친은 주말에 약속 잡아도 나는 안 잡았어.

처음에는 내가 연애가 처음이라 잘 모르는거라고 그랬고,

관계가 깊어진 후 가정사를 얘기했더니

네가 엄마한테 제대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가끔 연인사이에 크게 실수할 때가 종종 있다고했어.

다른 사람이 나랑 만났으면 힘들어했을거라고, 그러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거겠냐고.

그 말이 일리가 있어 보였어.

밝고 쾌활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해도 비틀린 구석이 있다는걸 알았고,

괜찮다가도 어릴때 기억이 나서 혼자 기분이 오락가락할 때도 많았거든.

엄마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더 남친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하게 굴었어.

그 아이는 그 남자는 아니라는 식으로 날 설득했지만 그때 난 처음으로 그 아이 말을 듣지 않았어.

지금 생각해보면 남친놈을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닌데 그 관계에 왜 그렇게 연연했는지 모르겠어.

그냥 이 관계가 끝나면 나도 엄마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거 같아.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또 꿈을 꿨는데 그 꿈에서 그 아이는 안 보이고 나랑 남친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어.

장소는 모자이크처럼 뿌옇게 보이는데 남친 입이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는거야.

남친이 웃으면서 날 보고 뭐라고 막 말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남친 시야에서 살짝 빗겨나가게 뒤로 섰거든?

근데 남친이 내가 없는 자리에 누가 서있는 것처럼 막 얘기하면서 웃더라.

그 꿈을 꾸고 얼마 안 가서 남친 친구들을 소개 받았는데 잠깐 화장실 갔다가 오는데 나누는 대화가 들리더라고.

결혼할거야? 너 공순이랑은 결혼 안한다며~

대충 그런 내용이었는데 남친은 조용히하라면서 웃더라.

그 모임이 있은 후에 이상해서 남친한테 노트북 빌려서 카톡을 몰래 봤는데..

어려서 그런지 말은 잘 듣는다.

근데 결혼 대상은 아니다. 들어보니까 집안도 막장이더라.

그리고 내가 엄마가 만났던 아저씨 관련해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남자친구랑 스킨십하는게 설레는게 아니라 다른 의미로 긴장되고 그래서 첫키스도 오래 걸렸어.

잠자리도 아직 안한 상태였는데 그거 관련해서

어차피 결혼할 것도 아닌데 너무 때묻지 않은 애는 재미없다고도 하더라고..ㅋㅋ

생각보다는 덤덤했어.

단지, 그런 집에서 태어난게 네 잘못이 아니라던 남자친구가 뒤에서는 날 재고 있었구나 싶은 정도?

사실 남자친구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괜찮았어.

그냥 이 사람이 날 사랑한다고 믿었던게 창피하더라고.

꿈속에서 그 애는 혼내주겠다고 말했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

나를 좋아하지 않은게 그 사람 잘못인건 아니니까.

그 애가 되게 다 늙은 할아버지처럼 너는 예쁘고 고운 아이인데

왜 이렇게 삶에 비바람이 이렇게 많냐고. 네 삶이 한스럽다고 그랬어.

나는 그냥 일하다가 종종 남자친구의 그 이중적인 모습이 생각나는 정도인데

그 애는 엄청 화내더라고..ㅋㅋㅋ 그때 처음으로 얘가 인간?적이었던거 같아.

남자친구한테는 일주일 뒤에 이유는 말 안하고 헤어지자고 했어.

내가 그 카톡을 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거 조차도 부끄러워서였는데,

남자친구가 납득을 못하는거 같아서 결국 이유를 얘기해줬어.

막 해명을 하는데도 내가 단호하게 나오니까 납득한듯 보이더라.

그런데 이주가 좀 지나서였나? 다시 전화가 오는 거야.

물론 안 받았는데 그 뒤로 집 앞까지 찾아와서 문 걷어차고,

비번도 모르면서 열려고 시도하고… 하여간 진짜 소름끼쳤어.

그러고서 또 며칠간 잠잠하길래 이제 날 포기한줄 알았지.

근데 회사에서 회식하고 새벽 1시쯤에 들어가는데,

그날따라 느낌이 쎄한 거야.

내가 사는 자취집 빌라가 거울이 건물 입구랑 마주보는 구도거든?

그래서 입구 문이 열려있으면 문밖의 주차장이 보여.

여튼 거울을 보는데 주차장에 있는 기둥 뒤에서 누가 얼굴을 빼꼼 내미는거야.

전남친 자식이었어.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뒷목으로 소름이 싹 돋는거 있잖아.

심지어는 걔가 왼손에 전자담배 들고 있던 것도 기억나.

엘베는 아직 10층인데 남자친구는 내가 본걸 눈치챘는지 기둥 뒤에서 발을 내딛었어.

너무 놀라서 바로 엘베 옆에 있는 비상계단 문을 열고 위로 뛰어 올라갔거든.

이때 진짜.. 범죄영화 한편 찍었어.

애초에 1층에서부터 남자친구랑 내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았고,

나는 체력이 안 좋아서 어릴때부터 많이 골골거렸는데

그 자식은 취미로 헬스를 다녀서 따라잡히는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어.

막 날 붙잡고 뭐라뭐라 얘기했는데 하도 다 개소리여서 쓰기도 손 아파..

뻔하디 뻔한 변명에 너가 나 아니면 누굴 만난다고 그러냐 등등.

여기서 얘를 자극하면 더 큰일날거 같아서 어깨 붙잡고 막 달달 흔드는데 그냥 가만있기만 했어.

걔가 지금 우리집으로 가자면서 내 손을 끌고 계단위쪽으로 올라가려는데,

원래 전남친놈은 나보다 계단 아래쪽에 있었거든?

근데 나보다 위로 올라가려는 그 찰나에 얘가 갑자기 계단 밑으로 떨어졌어.

비틀거린것도 아닌데 그냥 갑자기.

근데 전 남자친구가 내 손목을 안 놓을 것처럼 엄청 쎄게 잡고 있었는데

떨어지는 순간에 갑자기 손을 놓더라고.

다행히 그 자식은 크게 안 다쳤고 일 커지기 싫어서 경찰에 신고도 안 했는데,

그 뒤로 날 찾아오는 일은 없었어.

나중에 그 소개시켜준 언니가 말하기를 그 자식 말로는 누가 계단에서 자기를 민 거 같았다고 친구한테 얘길 했대.

근데 꿈에서 그 애한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어.

물어보지 않아도 그냥 알거 같아서.

내가 꿈에서 꼭 남자 필요 있겠냐고 그랬더니 그 애가 네가 마음이 건강해졌는데도 생각 없으면 만나지 말라고.

근데 필요하지 않은 거랑 두려운건 다르다고 말해줬어.

조금 우울해서 “좋은 사람한테는 좋은 사람들만 모인대. 나는 되게 나쁜 사람인가봐.” 그랬더니 그 애가 네 주변에 정말로 나쁜 사람들만 있냐고 묻더라고.

물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겼지만 그건 네가 있어서 사귄 사람들 아니냐고 그랬어.

그랬더니 나한테 “그럼 나는 좋은 사람 같아, 나쁜 사람 같아”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고 그랬더니 “네가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네 옆에 있는거야” 그랬어.

그때쯤에 힘들었던 건 전남친놈 때문도 있었지만 사실 정말 힘들었던건 따로 있었어.

어릴때 다른건 몰라도 용돈은 줬던 엄마가 내가 어른이 되자마자 돈문제로 속을 썩였어.

널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말에 고3때부터 취업 나갔고,

남편 없는 엄마를 책임지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냈어.

따로 살아도 무거운 가구 옮길 일 있다고 하면 바로 달려가서 돕고,

엄마가 술 마시고 인생푸념하면 다음날 출근해야 해도 새벽 3시까지 쭉 들어줬어.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던건 엄마가 해외여행을 가고싶다고 해서 100만원을 보내줬던게 계기였던거 같아.

너한테 헌신하느라 못해본게 많다는 엄마는 요구하는게 많아졌고 나는 자식된 도리한다고 적금도 털었어.

터키, 중국, 일본, 그리스 등등… 정작 나는 그 당시에 제주도는 커녕 지방여행도 못 가봤는데.

이모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서 네 엄마가 빚 지면 이모가 갚아줄테니까

신경쓰지 말라고했지만 돈을 안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전화하고 자살예고같은 문자를 보내서 돈을 안 보낼 수가 없었어.

나 어릴때는 상대적으로 잘 사는 이모네가 도와줬던 것도 있지만 엄마도 술집 운영하면서

나 학원비랑 병원비랑 꼬박꼬박 다 내줬는데 나도 컸으니까

남편없이 고생한 엄마한테 돈으로라도 효도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

이게 남친 일과 겹치다보니 힘들었는데 그래서 꿈속에서 그 애를 찾는 횟수가 늘었던거 같아.

그즈음에는 거의 매일 꿈에서 그 애를 만났고 나는 일 나가는

시간 제외하면 밥도 죽지 않을만큼만 챙겨먹고 서둘러서 억지로 잤거든.

이때 그 아이한테 의존도가 커서 집착하기 시작했던거 같아.

주말에는 친구들이나 이모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억지로 잘려고 했거든.

근데 그 아이는 그 시기쯤에 뭔가 평소같지 않았어.

엄청 초조해보이고 가끔 날 보면 눈물을 글썽이고..

어른스럽던 애가 감정을 주체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

그 아이는 사람을 많이 사귀라고,

삶의 기둥이 되어준다고 했지만 나한테 기둥은 그 아이였는데.

내 기둥이 너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거야.

마음이 아팠지만, 실은 싫지 않았어. 내가 아픈만큼 누가 아프다는게 변태같이 만족스러웠어.

그러다가 또 꿈에서 물어본 적이 있어.

죽으면 잠드는 거랑 똑같은데 내가 죽으면 너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냐고.

예전에 했던 질문이랑 비슷한 질문이었는데 이번에는 화 안내고 날 달래려는듯 하는 눈치였어.

그때 대화가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오래오래 살다가 자연사하면 같이 있어줄게.

요즘 백세인생인데 너 앞으로 칠팔십년 기다려줄 수 있어?

기다려주지 않을거잖아.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의처증 가진 사람처럼 엄청 의심하고 집착하는 말들을 했었어.

나는 이 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데 정작 얘는 내 현실속에 없고 실체없는 꿈을 꿔야만 한다는게 너무 무서웠어.

그럼 얘가 내 꿈에 안 나오면 나는 이 애를 만날 수 없다는거잖아.

그런 꿈을 꾼 다음에 또 돈 달라는 엄마랑 싸운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힘들다고,

할만큼 하지 않았냐고 울었는데 돌아온 반응과 폭언이 너무 충격적이었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 정도도 요구 못하냐고.

그럼 난 남편없이 너한테 돈도 못 모으고 쏟아부었는데 누가 날 책임지냐고.

그 말이 틀린 말이라기 보다는 내가 힘들다는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그 태도가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러고서 담날에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한강대교를 지나는데 그 다리에 써진 글귀 있잖아.

그거 읽으면서 걷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서 대낮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울었어. 약속도 결국 못 갔고..

저런 예쁜 말들을 나한테 해주는 사람은 그 애 말고는 없잖아.

그래서 죽기 직전에 사랑하거나 빚을 진 적 있는 사람들한테 잘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모네 가족들한테 선물 하나씩 사서 드리고 이모랑 밥 먹었어.

또 다음날에는 친구들 불러서 술 마시고 집에 와서 주방에서 칼 꺼냈는데,

꺼내고나서도 1시간을 망설였던거 같아.

이제 미련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서워지더라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냉장고에 이모가 해줬던 반찬을 꺼내서 그냥 막 게걸스럽게 먹었었어.

이거 반찬 몰래 싸주느라 눈치보셨을텐데 남기기 아깝기도했고 시간끌고 싶었던거 같기도 하고….

얼마 없던 반찬도 다 먹었는데도 뭐가 더 먹고싶었어.

근데 잔고에는 오천원밖에 없는거야. 정말 딱 월급날까지의 차비만 남아있었어.

그걸 떠올리니까 다시 죽고싶은거야. 이유가 웃기지만 여튼 그랬어ㅋㅋㅋ;;;

칼 쥐고 막 살에서 피가 나는데 때마침 전화가 오더라고. 전화는 안 받았는데

진짜 망설임이 사라져서 실행하려던 순간에 방해받으니까 다시 망설임이 살아나는거야.

칼은 살을 그은채로 굳어있는데,

전화가 진짜 계속 울렸어.

부재중 전화가 6통 될 때 결국 전화를 받았는데 그 ㅅ친구였어.

ㅅ이가 너 어디냐고해서 집이라고 했더니 다급하게 영통으로 돌리라고.

자기가 지금 우리집으로 오겠다고 그러는거야.

결론은 자살시도는 실패했는데 친구가 말하기를 나랑 헤어지고 씻고 바로 잤는데

2시간 지나서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고. 그리고 이유없이 내가 생각나면서 불안해지더래.

내가 자살 생각하는거 예상냐고 하니까 그거까진 몰랐는데 힘들어하는 줄은 알았다고.

근데 오늘은 갑자기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전화해본거였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면서 날 끌어안고 몰랐다고 진짜 미안하다고 하는데 느낌이 진짜 이상했어..

아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있구나, 라는 느낌?

나 혼자 어딘가 동떨어져있는 느낌이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소속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그날 친구랑 같이 잤는데 그날은 그 아이가 꿈에 안 나왔어.

대신 그 다음날 저녁에 나왔는데,

내가 어릴 때 집착하던 커다란 담요가 있었거든?

엄마가 술취해서 처음으로 내 좁은 침대에 같이 담요 덮고 누운적 있는데

그 아이랑 내가 같이 그 침대에 담요를 덮고 누웠었어.

되게 많은 대화를 나눴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대화를 나눈거 같아.

지금까지 대견하게 견뎠잖아.

아주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거다.

평생 안 괜찮을거 같다.

네가 괜찮아질때까지 내가 같이 있어줄거다.

이런 대화였어.

다 기억 안나는데 생각나는대로 나열하자면..

중학교때는 ㅎ네 무리 말고 다른 친구랑 못 놀거라고 생각했는데

ㅅ이네랑 친해지지 않았냐고.

지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거 같아도 행복은 올거라고.

이렇게 예쁘고 바르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너무 대견하고 너는 나한테도, 다른 누군가한테도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생은 계절과 같아서 비바람이 내리면 태양이 뜨는 날도 온다고.

너가 남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고 살았으니까 이제 남은 날은 햇살만 보며 살 수 있을거라고.

네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고 좀 이기적으로 굴으라고.

천륜은 못 끊는다지만 때로는 천륜으로 계속 이어붙이기에 무리인 관계도 있다고. 이제 그만 엄마의 손을 놓으라고.

그래서 내가 무섭다고 그랬어. 도움이 되든 안 되든 내 엄마인데,

엄마 손을 놓으면 정말 인생에 가족이란게 없는거잖아.

그랬더니 그 아이가 대강 이런 식으로 말했던거 같아.

그건 그냥 맨발로 땅을 걷는 것과 같대.

신발 벗고 땅을 걸으라고 하면 엄청 아플거 같지만 실제로는 참을만하고,

따갑거나 아플 때도 있지만 굳은살이 박혀서 점점 익숙해질거라고.

그러다가 정신차려 보면 깨끗하고 예쁘고 꼭 맞는 새 신을 신고 있을거라고 했어.

아프겠지만 곪아버린 인연은 놓아야 하는 법이라고.

그 누가 너한테 천륜을 어겼다고 손가락질하면 침 뱉어주라고.

행복을 위해서는 조금은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이거 말고도 엄청 많은 말을 들었는데 솔직히 지금에 와서는 그 말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아.

그래도 그 말들을 듣고 결심이 섰던거 같아.

마지막으로 내가, 엄마가 죽으면 어떡하냐고 물었어.

좀만 마음에 안 들어도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일삼는 엄마니까..

근데 그 아이가 자기가 절대 그런 일 없게 하겠다고 해줬어.

그 아이가 해준 약속을 믿기 때문에 더 망설이지 않았던거 같아.

이모한테 먼저 엄마랑 부모자식연 끊겠다고 말씀드렸어.

이모는 한참 아무 말씀 안 하시다가 알겠다고 하셨어.

내가 그래도 이모 동생인데 내가 밉지 않냐고 하니까 이모가 우시더라고.

이모는 네가 이렇게 자라준 걸로도 고맙다고.

원래 부모는 자식한테 헌신해도 자식은 그럴 필요 없다고.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평생 할 효도 다한건데 네 엄마는 그걸 모르는거 같다고.

너는 엄마한테 천년 만년 동안 할 효도 다했다고.

그날 이모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나도 울었어.

나는 집도 옮기고 엄마한테 내 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보냈어.

엄마 반응은 당연히 처음에는 뭐.. 굳이 길게 말하기도 싫을 정도로 구질구질하고 힘겨웠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잘 살고있어.

실제로 가장 힘들 때 그 애가 주기적으로 꿈에 나와줬는데,

힘든일 다 끝나고 내가 나아지고나서는 전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았거든.

근데 처음으로 부산 여행 가서 돌아오기 전날 밤 꿈에 그 애가 나온거야.

행복한거 같아?

아직은. 그래도 나아질거 같아.

저렇게 얘길 나눴더니 날 끌어안고 다행이다 다행이야,

그 말만 중얼거리더라고.

꿈은 그렇게 짧게 끝났는데 뭔가 평소보다 더 기억에 남는 꿈이었어.

지금의 나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져서 그런지,

친구들이 지나치게 부지런히 살았던 부작용이냐고 할 정도로

나태하게 살고있는데…ㅋㅋㅋ

다소 미래없이 벌고 쓰고있지만 마음은 전보다 오히려 풍족해진거 같아.

엄마랑 연을 완전히 끊던 날에 몇년간 특근 빠짐없이 나갔는데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이 마침 전날에 나온 월급 300만원 밖에 없던걸 보고 현타가 왔거든.

그래서 사무직 알바로 옮겨서 월세 내고 최소생활비 할 돈 빼고 하고 싶은 공부하면서 지내는데 문득 깨달은거야.

내 꿈에 2개월간이나 그 아이가 나오지 않았던걸.

사실 간간이 그 애를 떠올렸지만 언젠가 찾아오겠거니 싶었거든.

내가 자기 전에 간절히 바라면 그 애가 꼭 꿈에 나오긴 했는데 그 2개월간은 내가 그러지 않았던거지.

그 사실에 너무 놀라서 자기 전에 그 애를 엄청 생각하면서 잤는데도 꿈에 안나왔어.

몇번이나 시도했는데도. 이러다가

그 아이를 영원히 못 만날까봐 예전에 고쳤던 어릴 적 나쁜 습관도 나오고 초조해했는데

그러다가 꿈에서 드디어 그 아이를 다시 만났어.

어른이 된 모습으로 어릴때 살던 동네에,

그 애랑 처음 만나서 놀았던 놀이터 그네에 그 애랑 같이 앉아있었어.

내가 왜 안 왔냐고 막 그러더니까 너한테는 이제 내가 필요없다고 그랬어.

나는 아니라고 네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애는 나한테 그러더라고.

이제 그네에 앉아도 발이 닿을 정도로 크고 단단해졌으니까 괜찮다고. 보이지 않아도 같이 있을거라고.

그래서 나는 영원히 널 못 보지 않냐고 그랬거든.

그랬더니 “아니다. 네가 늙어서 자연사하면 날 볼 수 있다. 네가 100세까지 살아도 기다리겠다.” 고 했어.

이별이라는 예감이 들었던거 같아.

꼭 가야 돼?

울먹이면서 물었는데 걔가 나한테 가는거 아니라고,

네 곁에 있는데 다만 네가 날 볼 수 없을 뿐이라고. 그리고 넌 이제 내가 없이 잘 살 수 있을거고 또 조만간 새가족이 생길거라고도 했어.

내가 이대로는 보내기 싫어서 그럼 오늘은 나랑 좀 더 오래 있어달라고 했거든.

가고 싶은 곳 있냐고 하길래 이번에는 그애한테 이번에는 네가 가고 싶은 곳에 날 데려가달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손을 잡고 우리 동네를 뛰다가 왠 숲에 도착했는데,

저번에 꿨을 때랑 똑같이 별똥별이 수없이 떨어지는 들판 위였어. 그때 같이 들판 위를 걸어다니고 별이랑 꽃구경했어.

그때 나눴던 대화가 기억에 남아.

여기서는 어떤 소원이든 이뤄지니까 좋겠다.

왜, 네 꿈속이라서?

아니. 저렇게 별똥별이 쉬지 않고 떨어지잖아.

그럼 얼른 소원 빌어.

나는 딱히 바라는게 없는데.. 너는?

내 소원은 항상 네 행복이지.

그러다가 내가 소원이 생겨서 별똥별에 소원을 빌었어.

이 애가 항상 날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진짜 백세인생 다 사는 동안 날 잊지 않고 기다리게 해달라고.

조금 이기적인 소원이지만 그게 내 솔직한 소원이었어.

그리고 곧 꿈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게 느껴져서

민들레 꽃을 엮어서 팔찌를 만들어서 그 아이 손목에 끼워졌어.

정작 현실에선 꽃반지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꿈속에서는 어떻게 뚝딱 만들어지더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아이 이름을 한번 물었는데 깨고나니까 역시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이름에 ㅎ자가 들어갔던건 기억나.

그 뒤로는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꿈에 나와준 적이 없어.

내가 힘들어하면 올거 같아서 일부러 안 좋은 생각만 했는데도..

처음에는 어쩌다가 하루만 그 애를 안 떠올려도 당황스러운데

요즘은 그런 날이 많아져서 많이 불안해. 진짜 흐릿해지면

나조차도 그 애가 진짜 그냥 꿈이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사실 내가 엄마를 놓으면 엄마가 죽을까봐 무서웠거든.

그래서 이모한테 물어보니까 실은 엄마가 술마시고 엄살 부리듯이 자꾸 자기는 죽고싶은데

누가 방해하는거 같은 느낌 든다고 말하더래.

아무래도 자기는 살 팔자인거 같다고.

차 타고 나가서 아무거나 박고 죽으려고 했는데 차에 기름이 갑자기 떨어지고,

베란다에서 목 메고 죽으려고 하는데 밧줄이 단단하게 묶었는데도 풀렸다고 그랬대.

이모는 네 엄마 그런거 한두번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그러고,

엄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또 진짜라면 정말 그 아이가 막는건지는 모르겠어.

어쩌면 끼워맞추기일 수도 있지만…

이 글을 쓰게 된게 이모가 아는 분이 아들이 간 대학을 맞춘 용한 무속인이 있다면서 내가 걱정된다고 하셔서 점을 보러 같이 갔었거든.

날 보자마자 어쩜 이렇게 박복한 팔자가 다 있냐고.

어리다지만 애가 세상 모진 일 다 겪었다고. 인생이 울분으로 가득찼다고 그러는데,

난 괜찮은데 이모가 엉엉 우시더라..

근데 무속인분이 사주팔자 자체는 아주 사납고 가시밭길 가득인데

사주랑 상관없이 산처럼 크고 좋은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어서 큰 화는 피할거고

이제 이전보다는 팔자가 나아질거라고 하셔서

그 분이 누구냐고 이모가 물었는데 말 자르고 다른 말을 하시더라고.

그러면서 남편 덕은 못 볼 팔자라고 하시길래 내가 웃으면서 저 어차피 결혼 안할거예요

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그럼 사람이 아닌 걸 계속 붙잡고 살 거야?” 이러시더라고.

이모는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시는거 같은데 나는 괜히 그 아이가 생각났어.

이름이라도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거의 7개월이 지났는데 그 후로 그 아이를 꿈에서 본 기억은 없어. 오히려 요즘은 꿈도 전혀 안꿔.

그 애가 진짜 귀신이고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늙어 죽어서 꼭 다시 만나고싶어. 그럴려면 그 애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고.

내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