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병 복무하다 전역한지 한달 됐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서 받아보니 통신과 하사더라.
아니, 갑자기 군대에서
새벽 1시 반에 민간인한테 왜 전화하냐고 물어보니까
단자 어쩌고 저쩌고 얘기하는데
지금 부대내 통신과에 있는 서버실 선이 다 잘렸다는 거임.
대체 뭔 봉창두들기는 소리냐고 하고 얘기 들어보니까
나 전역하고 바로 들어온 신병이
자기 경영관리학과 나오고 px관리병 지원했는데
왜 통신병 왔냐고 바꿔달라고 쥐랄하다 안된다니까
통신병 난 도저히 안 맞는다고, 못하겠다고
항의표시로 대형사고 친거임
원래 우리부대 구식 단자함 쓰다가
나 말년쯤에 내가 주축이 되고
짤같은 형식의 최신 서버실로 개고생해서 업그레이드 했는데
저 미친 놈이 저거 서버 들어가는 케이블 위도 아니고
밑바닥에 저 선올라오는거 뿌리를
니퍼로 전부 다 잘라버린거임.
이거 완전 초대형 사고라 저녁부터 간부, 통신병 다 달라붙어서 복구하는데
저거 주기된 것도 아니고
쌩케이블 뿌리 싹둑 자른거라
지금 몇시간째 아무도 감도 못잡고
상급부대 유선망, 부대내 cctv, 유선망,
인터넷, 인트라넷, 싹 다 정지되고 패닉상태 빠졌는데
후임이 ‘이거 전역한 xx병장이 처음부터 다 해서
그 병장 아니면 복구 못 시킵니다,’ 이러고
통신 간부들도 작업은 맨날 병사들한테 짬 때리다보니
구형 단자함이랑 서버실 링크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나한테 전화했다는 거임.
오밤중에 영상통화로 얼마나 좃된 상태인지 보다가
최대한 기억 되살려서 사단망만 찾아서 복구 시켜줬는데
“xx야, 돈 줄테니까 부대와서 좀만 도와주면 안될까?
내가 내일이라도 직접 데리러가고 집에 데려다줄게” 이러는데
일단 졸려서 내일 얘기 하자고 끊었는데
너무 황당해서 오던 잠도 싹 달아나네 하
군대 다시 다녀온 후기
간부한테 물어보니
부대번호, 사진, 정보만 안 올리면 괜찮다는 말 듣고 후기 올림.
결론부터 말하자면
1.아침에 차 타고가서 선 복구는 3시간만에 끝냈고
2.돈은 25만원 받았고
3.간부가 집근처 중식당에서 저녁 사주는 거 먹고 배웅 받아서 집에 옴.
부대내 사진이나 자세한 내용은
절대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 못 올리지만
일단 부대 도착해서 저거 보고 든 첫 생각은 리얼 좃됐네..였음
저건 퍼온 짤이고
실제 부대 서버실은 대대급이라
케이블이 수십개는 아니고
안에 25p (1p당 라인 1개, 총 선 25개 짜리라는 말)
50p 든게 여덟개는 됐는데
그게 부대내 cctv, 신막사 구막사 연결, 전화, 내부망,
비상벨 다 연결 되는 거라 어떻게 복구 시켜야할지
직접 보니까 막막해서 감도 안 잡히고
가설병이, 부대 정문이나 경비 초소에 야밤에 방차통 매고
긴급가설해서 임시라인 만들었다는 거 듣고 2차로 멘붕 옴
어떻게든 평일 시작전에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냐고
간부가 사색이 돼서 묻는데
라인만 일곱개, 안에 선까지 다 합하면 325p가 부대 내 단자,
부대 밖 단자 어디에 대응되는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라인잡고 찾아서 복구 시키는건
사실상 그냥 불가능한 일임.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묘수를 하나 생각해냈는데
쟤가 서버 연결되는 선부분을 자른게 아니라
뿌리 부분을 잘랐다는 거에 주목해서
뿌리부분 케이블, 서버함에서 꽁다리 튀어나온 케이블 색깔,
선피복 갈라진거나 노후화 상태, 절단각도 같은거 봐서
대충 이건 이 줄인 것 같다 싶은 그룹끼리 묶고
그렇게 묶은 그룹대로
양쪽 케이블 피복 벗겨서 순서대로
흰주, 주, 흰파, 흰녹, 녹, 대충 이런식으로 해서 전부 물리고
전화 들어오는지 확인함.
통신 관련 일 안하는 사람은 이해 잘 못할텐데
그냥 꼼수 쓴거라고 생각하면 됨.
첫 시도에 cctv, 구막사 신막사 연결 복구되고
나머지는 침묵해서, 나머지들 다시 그룹 바꾸고
선 물려서 하는 식으로 해버리니까
3시간만에 라인 전부 복구 완료,
이 때 통신 과장이 “오! XX이! 역시 일 잘한다,
니 장기 해볼 생각 없나?” 이러고
후임들은 “오오, xx병장님, 감사합니다 진짜 영창가는 줄 알았습니다.”
다른 간부들도 “너 말뚝 박아~” 이러는데
솔직히 좀 뿌듯하긴 하더라
다행히 광케이블은 안 건드려서 저것만 하고 작업은 끝났고
대대장이 봉투주고 통신과장도 주던데
합해서 총 25만원 받았더라
일이 길어지고 빡세졌으면 솔직히 이 돈 가지고 되겠냐고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꼼수 하나 써서
일은 애들한테 시키고 일 하는거 구경하면서 커피 마시고
노가리 까다가 돈 받은 거라 그냥 만족하기로 함.
그 병사가 어떻게 됐는지는 자세히 알려줄 수 없지만
대충 그냥 개 좃 됐다는 거만 알면 됨
간부차 타고 집근처에서 저녁까지 얻어먹고 왔는데
꽁돈 생긴 기분이라 얼떨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