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기 전 헤어졌던 전여친을 다시 만났다는 아재의 글

대학생 때 있었던 일입니다.

군대가기 전 2학년 시절

한 학번 아래 여자 후배와 사귀게 되었는데

당시 과 CC 이기도 했고

여친이 20살 제가 21살이였지요..

아무튼 여친과 알콩달콩 지냈는데

여친은 생애 첫 남친이 저였고

저는 첫여친은 아니었지만

순수, 순진 가득한 여친을 건들진 않았습니다.

아니 건들지 못한거겠죠.

그렇다보니 키스 이후로는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대의 위기인 영장이 날라왔죠.

군대가기 전의 커플이 다 그렇듯

남친인 저는 영장을 받은 후

매우 방탕하게 살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는 그걸 보면서 자꾸 삐지고 소심해지고

그렇게 우리는 자주 싸우며

살얼음판 같은 관계를 이어가다가

결국 입대 3~4개월 전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입대 전날에 전여친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밥이나 한끼 하자고요.

그렇게 매일 먹던 술이 아니라

점심에 피자헛에서 피자 먹고 커피 마시고

이제 뭐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하길래

같이 롯데월드 가서 재미있게 놀고 헤어졌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커플 같은 느낌이 아니라

입대하는 불쌍한 전남친 배려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 저는 전여친을 잊지 못했었고

아 나만 마음이 남아있구나를 느낀 뒤

입대하고 편지 한통 쓰지 않고

휴가 때도 조용히 있다가 복귀하고,

한번은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수첩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별말은 없었고

“잘지내지?”

“응 잘지내지”

이정도 대화가 끝이었습니다.

그렇게 의미 없는 전화를 몇번 더 걸다가

전여친에게 새 남친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는

유일한 연락이었던 전화마저도 걸지 않았습니다.

전여친이 밉진 않았습니다.

그 미모에 새남친이 안 생길리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제대하고 3학년으로 복학했더니

전여친은 4학년이 되었더군요,

입대를 마지막으로 2년 반만에 보는 전여친이었는데도

군대 전역한 남자들은 아시겠지만

군대 전역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사람이 능글 맞게 변합니다.

그래서 전여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나 제대했다고

그러니까 나랑 한잔 먹자고요.

의외로 전여친은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연애하던 시절 키스 이상의 진도는 나간적 없기 때문에

뭔가 여사친 보다 약간 못한 관계 같았지만

그렇게 인천 주안 뒷역에서 만나서

그간 쌓여왔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헤어진 원인은 내 잘못이 크단 것과,

군대에서 써놓고 보내지 못한 편지가 수십장이라는 것,

전화를 걸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다는 것들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안하다고 했는데

전여친은 군대에 끌려가는데 그럴만 했다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좋은 추억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했던 전여친의 새남친 여부를

술기운을 빌려 물어봤더니

내가 새남친이 있었으면 여기 나왔겠냐고 되묻더군요.

저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끝난 상태로

너무나 차분해진 2년 반이라는 공백이 있었기에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전여친이 바다를 보러가고 싶다고 했고

저는 나중에 바다 보러 가자고

그 앞에서 회 떠서 소주한잔 먹자고 했는데

전여친이 지금 당장 가자고 하더라고요.

마치 2여년전 피자 먹고

롯데월드를 즉흥적으로 갔던 것처럼

그렇게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택시타고 5만원이 넘게 들어서 도착했고

술 좀 깰겸 깜깜해진 해변가를 걷는데

전여친이 신발과 양말을 벗더니

얕은 바다로 들어가더군요

저보고 들어오라 하면서요.

그렇게 한참을 발만 담그고 걷다가

파도가 넘실거리며 해변가로 몰아치는걸

전여친과 저는 둘다 피하지 못했고

둘 다 옷이 젖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바닷바람이 있다보니

저도 추웠고 전여친도 추워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민박집으로 향했고

민박집에서 먼저 씻으라고 하는 동안

횟집에서 회를 뜨러 다녀왔습니다.

편의점에서 소주 몇병도 사고요.

전여친은 옷을 빨았는지 여기저기 널어놓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널어놓은 옷가지 중에 속옷도 보였습니다.

보려고 한건 아니고 대놓고 보였습니다.

‘아 지금 맨몸으로 이불 속에 있구나’

이 느낌을 받는 순간 저도 남자라 자리를 피한 뒤

얼른 저도 샤워를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뭘 하려던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샤워 후 옷이 다 젖어있는 상태라

수건으로 밑부분만 가린채 나왔는데

우리는 우리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긴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었고,

전여친은 이불 속에, 저는 배개로 가리고 앉아

방바닥에 광어우럭회 접시를 깔고 소주를 마셨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한잔 두잔 먹다보니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지더라구요.

그러다 전여친이 엄청 신나게 웃으며

“오빠 어차피 가려도 다 보이거든”

라며 베개를 뺏었고

저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서

이불을 확 제낀 뒤 키스를 하게 되었고

그걸로 시작하여

전여친을 사귄지 거의 3년만에 관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회와 소주는 절반도 안 먹은 채.

아침에 일어나서는 몸도 가리지 않고

드라이기로 옷들을 말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민박집에서 나와

해장국을 먹고 인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탄 뒤

햇빛이 쨍쨍한 창문 밖을 보는데

솔직히 사귀자는 말은 안 했지만

우리 다시 사귀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전여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 이게 제 착각이었고요.

그 이후 보고 싶어서 매일 연락했는데

전여친은 일이 있다, 과제가 밀려있다 등

수많은 이유로 잘 만나주지 않았고

1-2주일에 한번 정도는 만나주었습니다.

그때마다 만나면 밥먹고 모텔가고,

술먹고 모텔가고, 영화보고 모텔가고,

그렇게 지내는 와중에도

모텔이 아닌 다른 장소에선 스킨십은 하지 말라고 했고

그냥 지나다닐 때는 여사친 보다 못한 사이였습니다.

그냥 모텔 가려고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모텔에서 누워 있는데

정말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말을 하더군요.

자기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알바하는 곳에 있는 오빠인데

그 오빠 앞에만 서면 자꾸 떨리고

얼굴도 자꾸 보고싶다고 하더라고요.

나체로 누워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눈물이 미친듯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아 끝이구나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눈물 닦는 내 모습을 본 전여친은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자나 ㅎㅎ”

라고 하며 제 얼굴에 가슴을 대며 안아주더군요.

그리고

“내 첫사랑은 오빠야.

좋은 모습으로 기억할 수 있게 멋있게 보내줘.”

라고 했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전여친과의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지만,

충격이 커서 꽤 오랫동안 연애를 못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