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해도 집사 기분 드는 “고양이 키우면 생기는 일들”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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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시골에 계실때 여러 동물들을 키워보셨는데,

그 중에 고양이도 물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키웠다기보다

꼬박 밥을 챙겨줬다고 하는 게 맞지만

그 시골고양이가 밥주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매일 할머니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엄마의 증언이 있었으니

할머니는 짬밥으로 짬타이거를 연성하신 셈이다.

할머니는 콩이를 데려왔을때

안 그런척 하시면서 꽤 관심을 보이셨는데,

맨날 방울달린 쥐 낚시대로 콩이랑 놀아주거나

심심하실 때마다 말을 걸거나 하셔서인지

성묘가 된 지금도 콩이는 다른건 안해도

할머니가 하지 말라는건 꼭 지켜주곤 하는

나름 효녀고양이로 성장했다.

예를들어 콩이가 할머니 방 장롱 위에 올라가면

할머니가 항상

‘거기 올리가면 안돼. 착하지. 내리온나~’ 하고 말씀하시고

그럼 콩이는 그걸 듣고 할머니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으레 다른 방으로 가고는 한다.

그러니 할머니가 콩이를 예뻐할 수 밖에.

(정작 밥챙겨주는 우리 말은 쥐똥만큼도 안들으면서..

개같은..아니 고양이같은..)

다만 할머니가 항상

‘야는 다 조은데 털이 막 날려싸서 그게 흠이다!’

라고 말씀하시는만큼

털날림은 할머니와 고양이 사이를 갈라놓는 홍해바다였는데,

콩깍지의 기적으로 홍해바다를 잠시 갈라놓을수는 있지만

그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리의 등장은

할머니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겐 귀여운 아기고양이의 입양이었지만

할머니 눈에는 그저 ‘불어난 털뭉치’에 가까웠던 것이다.

보리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무적의 캣초딩이 되자

콩이에게 장난을 건다고

다양한 레슬링 기술을 선보이게 됐는데,

뒤에서 덮쳐서 목덜미 물기,

배를 붙잡고 뒷발로 갈기기,

매달려서 꼬리 씹어먹기, 뛰어올라서 등에 업히기 등등

보리에게 장난일지언정 보고있는 우리 가족에게서

‘콩이 불쌍해…’가 절로 나오는

강력한 프로레슬링 기술을 사용했으니

콩이를 아끼던 할머니 눈에는

보리가 그렇게 아니꼬울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보리는

온 집안을 우다다 뛰어다니면서

오만데에 털을 뿜고, 캣중딩이 될때까지 쉬야만 못가려서

이불에 쉬하기를 몇번이나 하고,

반은 길고양이 출신이라 그런지

식탐이 엄청 많아 콩이 먹을 것까지 뺏어먹는 경우가 많아서

콩이가 최애캐인 할머니에게 보리는

‘털 더럽게 많이 날리는 놈’,

‘콩이 밥 뺏어먹는 놈’,

‘콩이 괴롭히는 놈’,

‘이불에 오줌싸는 놈’ 정도의 이미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항상

‘큰거(콩이)는 집고양이 종자라 말을 잘 듣는데

저거(보리)는 도둑고양이 종자라 말도 안 듣고

털이 날려싸서 미아죽겠다!’ 하시면서

보리만 보시면 혼을 내거나

꿀밤을 꽁 주시기 때문에

보리가 할머니만 보면 와앙! 하면서 도망가기 바쁜 것이다.

지금도 보리를 안고있으면 가만히 안겨있다가도

할머니 방에만 들어가면

와아앙! 와아아앙! 갸앙! 하면서 울고,

할머니 얼굴을 보여주면

할머니는 아직 아무것도 안했음에도

꺄앙!! 하면서 풀쩍 뛰어 도망을 간다.

한번은 엄마랑 할머니가 외출했을때

내가 할머니 방 침대에 누워있었더니,

쭈뼛쭈뼛 보리가 다가와

할머니가 없는 걸 확인하고

내가 덮은 이불 안으로 쏙 들어와서

같이 누워있다가

할머니가 돌아오시자마자 내가 깜짝 놀라서

긴급탈출 했는데,

내가 나가면 같이 나올 줄 알았던 보리가

전기장판에 홀렸는지

이불 속에 계속 들어앉아있는 것이다.

내가 거실에서 할머니 방을 보고 실없이 웃으면서

‘지금 할머니 침대에 보리있어’ 하니까

엄마랑 할머니가 방에 들어와서 이불을 확 걷었는데,

이불이 걷히자마자 할머니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보리가

침대커버가 벗겨질만큼 빠르게 도약해서

도망가버린적도 있다.

꽁무니 빠지게 도망간다는 표현이 이럴때 쓰이는 것 같다.

그래도 어제 들은바로는

요즘 집에 아무도 없을 땐

보리가 할머니 옆에 가거나 할머니를 따라다닌다고 하고,

할머니도 미운정이 들었는지

오뎅꼬치나 쥐돌이로 보리랑 같이 놀기도 하신다.

집나간 콩이 ssul

시위하는 고양이 콩이 (2세/무직)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던데

시꺼먼 콩이는 영맛살…아니 역마살이 끼었는지

어릴 때부터 틈만나면 밖에 나가고 싶다고

현관문을 벅벅 긁어대는 취미가 있었다.

사실 콩이가 나가고 싶어하는 ‘밖’은

저 넓은 세상밖이 아니라 우리집 옥상인데,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바깥동네와 달리

옥상은 아늑하고 조용한데다

참새나 까치를 방충망 너머

화질구지 영상이 아닌 아이맥스로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족들 중 누군가 외출하려는 낌새가 보이기만 해도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와앙! 하면서

발바닥으로 현관문을 밀며

빨리 문열어라 1묘 시위를 하곤 하지만

문을 열어준다 한들

옥상으로 곱게 올라가지않고

계단참에 뒹굴며 먼지샤워를 하는 콩이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내보내주고싶지 않은게 사실이다.

(질병 문제도 있으나 보통 옥상나들이 후

콩이 목욕은 내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매우힘듦.)

사건은 무더운 작년 여름,

엄마에게 온 한 통의 카톡으로 시작된다.

콩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던 콩이는

장롱 안에서 퍼질러져 자다가

방울달린 쥐낚싯대 흔드는 소리를 듣고

불꽃처럼 뛰쳐나와 수사가 종결되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엄마는 집안 전체를 모두 수색하고

낚싯대를 수십번 흔들었음에도

콩이가 나오지 않아 나에게 카톡을 보냈던 것이다.

우리집 현관은 번호키가 아니어서

가끔 문이 덜 닫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나간거 아냐? 현관은 닫혀있었어?” 하고 물으니

“닫혀있었지 창문도 다 멀쩡하고. 어딜 간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데,

아니 이 놈이 무슨 프로 탈옥러도 아니고

고양이 발바닥 가지고

무슨 재주로 밖을 나갔단 말인가?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갈즈음

내 머릿속을 번개같이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OO (동생)가 아침에 문 덜 닫고 나가서 콩이 탈출하고

할머니가 뒤늦게 문 닫은거 아니야?”

설마가 고양이 잡는다더니 예상이 맞았다.

할머니가 아침에 화장실 가다 현관이 열려있길래 닫았다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되는거 한순간이라더니

이 더운날 밖에 나가서 일사병이라도 걸리면 어쩌지?

동네 길고양이들이랑 싸워서 어디 다쳤으면?

차나 오토바이에 치이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어떡하지?

콩이가 나갔다는 확신을 하자마자

엄마가 옥상으로 달려가봤지만 콩이는 없었다.

아마 옥상에서 실컷 놀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으리라.

엄마가 낚싯대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콩아 콩아 불러봐도 콩이는 나오지 않았고,

난 마음속으로 무사히만 발견만 되길 빌었다.

약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엄마에게서 “찾았다!”라는 카톡이 왔다.

“어디있었어?”라고 물어보니

엄마는

“옆집 담벼락에서 옆집 개 쳐다보고 있어.”

라고 했다.

뭐?

알고보니 더위에 약한 엄마가

동네를 몇바퀴를 돌아도 콩이가 안보여

잠깐 쉬러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옆집 개가 미친듯이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

창문가에서 콩아!! 하고 부르자

담벼락에서 엄마를 쳐다보며 응?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다급히 달려나가보니 안 잡히려고 옥상을 향해 쌩 달려가길래

일단 다른데 못 가게 옥상 문을 닫아놨다고 했다.

“아우 힘들어! 더워 죽는 줄 알았어.

콩이 저 나쁜씨끼. OO(동생)오면 데려다가 목욕 시켜야겠어.

OO도 오면 죽었어. 문 좀 잘 닫고 다니지.”

그렇게 탈주범이 되어 집안을 발칵 뒤집어둔 콩이는

탈주한지 반나절만에 검거되었고,

그 후로 나를 비롯한 우리집 식구들은

문 제대로 닫았나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그 후로 콩이의 탈주는 없었고

대신 옥상나들이 횟수를 달에 한두번으로 제한해서

콩이의 욕구를 풀어주고 있다.

물론 감시와 목욕은 내 몫이다. 젠장.

보리의 식탐과 콩이의 빵탐

콩이와 보리는 거의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는 식탐에서도 차이가 난다.

콩이는 식사량도 스스로 조절하고

자기가 먹고싶지 않은건 절대 먹지 않는 반면에

보리는 긍지 높은 먹보 고양이여서

아무도 참치풍선을 쏴주지 않는데도

꿋꿋하게 먹방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흡사 고양이계의 먹방BJ를 연상케한다.

만약 보리 먹방을 아프리카TV 컨텐츠로 이용했다면

부수입이 짭짤하니 들어왔을테지만

앵벌이라고 욕먹을까 시도는 해보지 않았다.

혹시 우리집 고양이 새기는 집에서 하는 것도 없는데

잘 처묵고 잘 싸는건 기가 막히게 잘한다 하면

한번 나대신 고양이 먹방을 시도해보라.

그리고 얼마 벌었는지 후기좀.

생각해보면 보리는 우리집에 온 첫날부터

콩이가 먹는 성묘용 사료를 까드득 까드득

씹어먹어 온 가족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렸었다.

이렇게 떡잎부터 될성부른 보리.D.애지는 사료와 간식은 물론

식탁의 밥풀때기부터

조미김을 비롯한 일부 반찬류,

내 간식으로 사다둔 떠먹는 요거트까지 습격하는

무시무시함으로 밥의 의지를 계승하고 있고

특히 주식캔이나 간식캔 등 캔종류만 보면

환장을 해서 제 몫을 다 먹고

콩이가 남긴 것까지 싹싹 긁어먹어

이 놈은 몸뚱이는 작은게

위장 대신 도라에몽 주머니가 들었나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다.

(중성화 후 콩이 살찐시절. 지금은 살이 많이 빠졌다.)

콩이는 식성이 까다롭고 입이 짧은 편이어서

한번에 많이 먹는법이 없고

자기가 먹기 싫은건 죽어도 안먹기에

주식캔이나 간식등을 고를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지만 구매에 성공할 수 있다.

(보통 구매실패로 콩이가 안먹는 캔과 간식은

아무거나 잘먹는 보리의 차지가 되곤한다.)

그렇다고 콩이가 식탐이 아예 없는건 아니고,

한번은 콩이가 좋아하는 참치캔을 따서

잠깐 선반에 올려뒀는데,

콩이가 그 잠깐을 못참고 캔을 낙하시켜

보리와 사이좋게 노나먹는

훈훈하고 빡치는 장면을 연출한적도 있다.

다만 이렇게 까다로운 콩이가

미치도록 좋아하고 조건없이 잘 먹는게 하나 있는데,

바로 파리바게트 모카빵이다.

뚜레쥬르도 안되고 동네빵집도 안되고

무조건 파리바게트여야한다.

이걸 왜 좋아하는지는 나도 모르고

엄마도 모르고 콩이 똥꼬도 모르는데

하여튼 이걸 제일 좋아한다.

거짓말 아니라 파리바게트 모카빵은

봉투소리만 들어도 달려와서 와아앙하고 운다.

엄마가 앉아서 빵먹는데

콩이가 뒤에서 슬그머니 다가와

몰래 뺏어먹은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뭔놈의 고양이가 빵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게다가 쓸데없이 취향도 확고하다.)

콩이가 워낙 잘먹는게 없고

식성이 까다롭다보니 막 말리기도 뭐하고

가끔은 일부러 모카빵을 사가곤 하는데,

가끔 전용 간식은 안먹고

빵먹고 있는걸 보면

그래 내가 빵보다 못한 간식을 사왔구나 하며

왠지 모르게 울컥하곤 한다.

고양이가 빵 훔쳐먹는.Sull

이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콩이는 파리바X트 모카빵을 엄청 좋아한다.

만약 콩이에게 참치캔과 빵을 동시에 준다면

이놈은 주저않고 빵을 참치에 찍어먹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빵처럼 속이 부드러운 빵이라면

대부분 가리지않고 먹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가족들이 빵을 먹고 있을 때면

콩이가 슬그머니 뒤로 와서 말도 안하고

빵을 베어무는 기절초풍의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

사건은 몇달 전 저녁,

가족들이 나 빼고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엄마가 사온 빵을 나눠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악!!하는 엄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내가 할매한테 궁디맞은 보리마냥

후닥닥 뛰어나가서 왜!! 하고 거실을 보니

엄마는 반쪽만 남은 빵을 들고 울상짓고 있고

남은 반쪽의 빵은 바닥에 떨어져

시커먼 고양이에게 유린 당하고 있었다.

엄마의 절규 뒤로 울리는 촵촵소리는

엄마가 빵을 구출하려는 의지를 상실케하기에 충분했고

엄마는 망연자실한 채

콩이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현장포착 사진제보. 제공:엄마)

놀랍게도 이런 사건은 한두번 일어난게 아니다.

이제는 엄마 손에 들려있는 빵을 뺏어먹는 것도 모자라

식탁에 놔둔 빵봉지를 물고 내려온다던가

심지어는

빵봉지에서 빵을 꺼내 먹고있는 모습을 목격한적도 있다.

이 사실을 콩이 검진날 수의사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었는데,

“이놈이 그렇게 빵을 좋아합니다 선생님” 하니까

선생님이

“진짜요? 콩이 빵이 좋니?” 하면서

눈을 땡그랗게 뜨고 콩이를 쳐다보셨다.

물론 콩이는

중성화수술 집도의였던 선생님을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선생님은 약간 상처를 받은듯 했다.

건강에 이상은 없는건지 물어봤는데

콩이가 빵을 좋아하긴 하지만

콩이 자체가 뭔가를 많이 먹는 타입도 아니고,

자기가 먹을만큼 먹는데다

횟수가 잦은것도 아니니

봐서 별일없어 보이면 괜찮은거라 하셨다.

다행이군. 실제로 아직까지 큰 이상도 없다.

물론 우리도 빵을 잘 먹지는 않는데다

콩이가 달래도 아주 조금씩 준다.

혹시 모르니까.

탄수화물은 고양이를 살찌게 하는 주범이라지만

빵 사와놓고 안주면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봉투 뜯어 처먹는 콩이.

콩이 때문에 방문 걸어잠그고 먹자니

고깟 고양이 따위 때문에 방에 갇혀 빵을 씹는 인간의 모습이

굉장히 비굴하고 처량하게 느껴지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콩이와 빵을 나눠먹는다.

세줄요약

1.아니 여기 빵먹는 고양이가 있다는디!?!

2.남의 빵을 뺏어처묵는다니 고놈 참 신기하고만,,~~!!

3.건강에 이상은 없다지만 그래도 적당히 먹고 행보카게 살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