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5년 여름.
당시 친한 친구들, 나 포함 4명이 낚시를 가기로 함.
참고로 나는 낚시 단 한번도 안 해봤었고
그냥 쏘가리 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군침 흘리며 따라갔다.
(당시 쏘가리 싯가 kg당 15~17만원 정도)
4명 중 2명은 휴가 중인 군인이었고
1명은 면제. 나는 그냥 미필상태였다.
아무튼, 원주 어디짝에 가면
쏘가리가 물 반 고기 반 뒤지게 잘 잡힌다기에
내 차 끌고 다같이 갔음.
A가 아주 그냥 강태공에 빙의한 것 마냥
쏘가리를 쑴풍쑴풍 잡아올렸다는
대박 포인트 도착.
근데 몇 시간을 죽쳤는데
두 마리 정도밖에 못 건졌다.
다 같이 A 욕 하다가,
B가 자기가 아는 포인트가 있다며
거기로 또 이동하기로 함.
차 끌고 좀 가다가,
여기서 부터 걸어가야 한다고 하더라고
어디 산등성이 넘어 넘어 깊숙한 곳에
흐르는 강물에 당도해야
내가 원하는 쏘가리 회를 뒤지게 쳐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이때 시간, 약 21시 경.
존나 어둑한 밤.
뭐, 파릇파릇 열정 끓어넘치는 20대 초반에
캄캄한 어둠이 대수겠음?
어차피 라이트도 다 챙겨왔고.
내 차 트렁크에서 정글도 3자루 챙겨서
바로 등산로 없는 등산 시작.
와. ㅆ1발 벌레 진짜 뒤지게 많음.
라이트가 밝다곤 하나
범위가 좁아서 바로 앞밖에 안보임.
정글도 뒤지게 휘두르면서
거친 숲속 헤치고 열심히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었다 가기로함.
“아 ㅅㅂ 쏘가리 회가 뭐라고 이지랄이냐?”
“ㅋㅋ 근데 진짜 존나 많이 잡을걸?
쏘가리 회로 배 함 터져보셈ㅋㅋ”
“아 애초에 밝을 때 여기로 올걸 ㅅㅂ”
뭐 이런 대화 하면서 담배 한대 피우면서 떠들고 있었음.
근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림.
뿌시락! 뿌시락!
“??”
“엉? 뭔소리냐?”
“너가 뭐 잘못 밟은거 아님?”
“ㄴㄴ 좀 멀리서 들렸는데?”
오밤중에 산속에서 듣기엔
상당히 소름끼치는 소리였지만
20대 장정 4명이나 있었기에
생각보다 그리 무섭지는 않았음.
우리는 혹시 사람이라도 있나~ 하고
라이트를 이리저리 막 돌렸음.
근데 나무가 존나 우거진 탓에
사각지대가 존나 많아 잘 안 보이더라.
아 뭐 바람 쎄게 불어서 그런갑다~ 하고
다시 일어나서 막 걸음..
한 5분 더 걸었나?
방금 들었던 그 소리가 또 들림.
이번엔 좀 크게.
뿌쉬락!!! 뿌쉬락!!!
“아 시1발 깜짝이야. 이거 먼 소리임?”
“우리말고 사람 또 있나?”
하고 또 라이트를 좀 돌려봄.
조금 올라와서 그런지 공간이 좀 넓어지고
시야 방해하는 나무도 별로 없어서
좀 탁 트인곳이었음.
그리고.
“어…!! 어어! ㅆㅣ발! 뭐야 저거!!”
친구 한명이 라이트를 한 쪽에 발사한 채로 가볍게 소리를 지름.
그래서 나도 라이트를 그쪽으로 돌림.
근데,
[고라니 사진 나옴]
ㅆㅂ
진짜 눈깔에 초점 나간
딱 저렇게 생긴 고라니 한마리가
우리를 꼬라보고있음 ㄹㅇ
등치도 무슨 가젤만한 게 소름이 쫙 돋더라
다른 친구들도 고라니를 발견하고
“와 시1발 고라니다!!! 이 산속에 고라니가있네”
“고라니가 쉬발 산 속에있지 강속에 있을까 병.신아”
뭐 이런식으로 우와 우와 하면서
약 15~20초 정도 아이컨택을 함.
근데.. 이 고라니 새기가.
저벅- 저벅-
하더니 우리랑 정면으로 마주보고 섬.
이때 뭔가 아차싶긴 했는데
큰 걱정은 없었음.
원래 사람 보면 도망가는 애들이잖아.
고라니는 호전적인 성격이 아니니까.
근데 이새끼는 전투민족의 피가 섞여있던 걸까
푸다다다다다다다다닥!!!!!!!!
“어! 어어어어!! 어어어!!!????!”
고라니가 우리쪽으로 진짜
존나 저돌적으로 달려옴 ㄹㅇ
제로백 최소 4초대는 거뜬히 찍을 것 같은 속도.
빠아아악!
“꾸엑!”
맨 앞에 서 있던 친구 C와 정통으로 몸통 박치기 함.
바로 옆에 서 있던 친구 A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기절.
(진짜 기절함)
친구 B는 언제 축지법을 배웠는지
그 험한 산등성이를 빛의 속도로 달려서 내려가더라..
씨1발놈..
그리고 마찬가지로 엄청 놀란 나.
상황 판단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음.
그때 친구 C가 소리지름
“꾸억! 꾸억!! 야!! 우억! 도와줘!”
고라니가 친구 위에 올라가서
셔플 댄스를 추고 있더라.
그리고 이빨로도 존나 뭄.
(나중에 안 건데 고라니 이빨이 상당히 날카롭더라)
아무튼, 친한 친구의 급한 비명에 정신을 차렸다.
대책을 강구하고 지랄이고
상황이 존나 급박했기 때문에,
친구 몸 위에서 날뛰고 있는 고라니한테
무작정 스피어 박음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사진)
그렇게 고라니랑 함께 날아가고
살짝 비탈진 그 산 중턱에서 한두 바퀴 데굴데굴 구름.
반바퀴 더 못 구른탓에
고라니가 내 위에서 마운트를 잡아버림.
으아아아아!! 하면서 고라니랑 존나 싸우는데,
짐승새끼라 그런지
아니면 이새끼가 특수 개체 인건지
힘이 진짜 뒤지게 쎄더라.
이대로면 진짜 죽을수도 있겠다는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음.
그 순간 생존본능이 발휘되면서….
왼쪽 건빵주머니에 들어있던 정글도를 꺼내서 역수로 쥠.
(당시 캠핑용 카고바지 입고 있었음)
으아아아아아!!!!
푹! 푹! 푹푹! 푹푹푹! 푹푹! 푹푹푹푹!
하면서 그냥 정신없이 고라니 존나 찌름.
진짜 미친 살육전이었음.
뜨끈뜨끈한 피 존나 흘러나오고,
그 칼끝이 뼈랑 장기에 부딪히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함..
배때지가 걸레짝이 되어버린 고라니는
결국 쓰러졌고,
내 옷은 고라니의 피와 내장으로 물들여져 있었음.
그 자리에 누워서 진짜 아무것도 못하고,
30분~40분 가까이 숨만 헐떡였던 것 같음.
친구 A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고
C도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
그냥 30~40분동안 한 3분 간격으로
“야. 깨있냐?”
“어.”
이 대화만 계속 반복함.
그러다가 인기척이 느껴짐.
“야 살았냐???!!!!”
아까 빛의 속도로 산을 내려갔던 B였음.
산에서 내려가서 119 신고하고 구급대원들이랑 같이 옴.
구급대원들이 진짜 존나 대단하다면서
박수쳐줌. 고생했다고.
대충 그렇게 수습 잘 하고
쏘가리고 지랄이고
바로 모텔방 잡아서 푹 자고
다음날 집으로 복귀함.
몸통박치기 한 C는 갈비뼈 골절나고,
나는 그냥 여기저기 좀 심하게 까진 거랑
역수로 막 쑤시면서
손목 염좌 좀 생긴거 말고는 큰 이상 없었음.
산에서 고라니 만나면 조심해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