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에 한창 대학교 생활을 하다가
휴일이라 부모님 계시는 본가에 잠깐 내려왔었음.
할게 없어서 집에서 누워서 티비보고 있는데
잼민이들이 어린이날이라고
비글처럼 뛰어다니는게 티비에 나오더라고.
“나도 ㅅ1발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면서 보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깐
내 모교에서 어린이날 마다 무슨 잔치 한마당 같은
행사 하던게 갑자기 생각이 남.
민속놀이 같은거 하면 종이에 도장 찍어주잖아
그거 가지고 가면 스케치북 주고 윷놀이 세트 주고..
그때 딱 고민에 빠지기 시작함.
머리 좀 굴려보면 용돈 좀 벌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고민 하다가 배고파서
친구들이랑 우리 엄마 치킨집에서 모이기로 하고
엄마 가게가서 치킨 뜯고 있었음.
한참 치킨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닭을 튀기는 모습이 보였음
자식새끼는 친구들까지 데려와서 공짜로 처먹고 있고
엄마는 약한 몸으로 일하고 있고
집구석 존1나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효심이 불타 오르더라고
순간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감.
그때 당시에 우리 가게에 콜팝치킨이라고 있는데
이게 진짜 기가막힌놈이었거든
당시 콜팝 인기가 어마어마 했었음
아래는 콜라 위에는 치킨볼이라니 신세계였지.
그래서 엄마한테 자신있게 말했음
그거 100개만 만들어달라고.
엄마가 갑자기 뭔소리 하냐고 배 많이 고프냐고 하더라고
그때 콜팝 가격이 2000원이였는데
엄마한테 2000원에 팔아올테니까
팔고 남은 500원은 내가 가진다고 했음
그래서 친구들이랑 내일부터
콜팝 100개 튀겨서 엄마 차 마티즈에 싣고
초등학교 가서 잼민이들 코묻은 쌈짓돈 뺏어올 계획을 세움
다음날 진짜 존나 놀랬다;;
콜팝 100개가 미친듯이 팔려나감.
처음에 잼민이 하나가 콜팝사서 들고 가는 순간
그걸 본 다른 애들이 눈이 돌아가지고
너도나도 먹고싶다고
사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콜팝 100개 파는데.. 한시간?
그정도 걸린 것 같음.
그렇게 4일동안 총 400개 좀 넘게 팔았음.
마지막 날에 엄마가 고생했다고 생맥주 주셔서
근처 공터가서 친구들이랑
남은 콜팝으로 맥주 마시고ㅇㅇ
아무튼 한 60만원정도 엄마 가져다 드리고
친구 두명 3만원씩 주고
남은 돈으로 내 사리사욕 채웠음.
사실 크게 번 돈은 없었는데
이 일이 있고나서
내 사업적 본능에 눈을 뜬거 같음.
이게 뭐가 대단하냐 생각하는 애들 많을텐데
나는 그렇지가 않았거든.
그때 내 나이 20살이었고
살면서 아버지 구두닦아 주고 번돈 말고는
내 힘으로 십원짜리 하나 벌어본 적이 없었음.
알바 같은거 하려해도 아버지가 정말 싫어하셨고
아버지 마인드가
원래 자식들은 부모 피를 팔아서 크는거라고
알바할 시간에 책 한글자 더 읽어서
장학금 타고 하는게 훨씬 이득이라고
어리석은 짓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
아무튼 그때 일이 계기가 돼서
군대 가기 전까지 몇가지 알바 비슷한
소규모 사업을 하게 됐음
또 하나 기억나는게 장사가 있다면
군대 전역하고 바로 한 일이 책을 만드는 일이었음.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님.
그냥 파워포인트 같은 걸로
‘군생활 팁 책자’를 만드는 거였는데
훈련소 들어갈때 깔창 그런거 안사도 된다.
시계 필요하다.
안에 들어가면 ㅈㄴ 심심하니깐
이 책 뒤에다가 심심풀이로
오목판이라던가, 홈런게임,
재밌는 이야기, 노래가사, 그런거 적고
아무튼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만들고 안에다가
진짜 군대갔다온 경험자로써
존나 유익한 정보 그런거 써주고
논산훈련소 앞에 가서 팔았음.
저 갓 전역한 사람이라
이거 사서 들어가면 많은 도움 될 거라고.
제가 겪은 팁들 전부 적어놨으니 속는셈 치고 사라고.
그렇게 권당 3천원에 팔았는데
그거 원가가 300원도 안 되던 거라
마진이 ㅈㄴ 잘 남았음;
혹시 이거 사갔던 애들 있었으면
유익했을거라고 장담한다.
책자 말고 또 돌핀시계도 같이 팔았는데
순이익으로 한 150만원 벌어간듯ㅇㅇ
그 뒤로도 뭐 할거 없을까 하다가
겨울에 대학로에서 학생들이 붕어빵 ㅈㄴ 사먹길래
기계 일주일에 35만원인가 주고 한달 빌려서
팥 먹다 뒤지라고 존나 넣고 팔았더니
구라 안치고 하루 순이익
20~30만원 정도 벌었던거 같음.
국립대학교라 등록금이 200만원 정도 됐는데
번돈 부모님 드리면서
“이걸로 등록금 해주세요” 했다가
칭찬 받을 줄 알았는데
아빠한테 싸닥션 당했음.
한 번만 더 공부 안 하고 이딴 짓거리하면
호적 파일 줄 알라고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승승장구 할 줄 알았던 내가
인생이 나락으로 가게 된 시점이 옴.
일 쉬면서 할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게임을 좀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됨.
이때부터 게임에 미친놈이 되는데 진짜 스펙타클하다.
“리니지” 진짜 절대 하면 안되는 게임임.
아직도 리니지 단어만 들으면
손이 덜덜 떨리면서
컨트롤+1 을 누르고 있는 나를 보게 됨.
(PK 동시에 물약빠는 단축키)
게임에 점점 빠지면서
원래 아버지한테 드리려고 했던
대학 등록금까지 다 끌어모아 현질하고
장사로 조금씩 모았던 돈 전부 현질했는데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더라
그때 당시 200에 31짜리 원룸에 살았는데
그것마저 빼고 무보증에 한달 20만원짜리
고시원 골방으로 옮겨서 보증금까지 현질했음.
돈만 생기면 현질하느라 밥은 당연히 못 먹고 살았고
한 3일동안 잠도 안자고 렙업만 하면서
굶으니까 진짜 마우스 클릭할 힘도 없어져서
선풍기 바람도 위험한 수준으로 말라버림
그나마 이런 병1신 같은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친구가 보다못해서
라면이랑 햄 만두 이런거 사다주면
버너에다가 냄비 올려서
라면 3봉, 만두 한봉지, 햄 한봉지, 다 넣고 끓여놓고
배부를 때까지 먹고 남긴 다음에
한숨자고 일어나서 게임하다가 배고프면
먹다 남긴거 라면 다 불어 터진거
다시 데워서 또 끼니 때웠음.
그렇게 반년 살았더니
고시원 3층계단 오르는 것도 각오하고 올라야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병1신처럼 살다가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내 인생 갑자기 왜 이렇게 됐나 싶고..
그때 게임 끊고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먹으니까
예전처럼 다시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는데
건강해진 육체와 건강해진 정신을 이용해서
다시 리니지 시작했음ㅋㅋ
사람 절대 안 변함 ㅇㅇ
낮에는 읍사무소에서 무슨 근로 알바 하는거 있었는데
방학시즌에 대학생들.. 공공근로인가..? 암튼
그거 하면 100만원쯤 주고
주말에는 과외 뛰고 이렇게 번돈으로
다시 또 리니지에 현질 시작함.
근데 나도 사람인지라 나이를 먹었더니
예전보다는 좀 올바르게 생각하더라고
‘내가 지금 템 맞추려고 게임에서 노가다를 뛸 시간에
차라리 일을 더해서 번 돈으로
템을 맞추는게 빠르겠다.’
이 생각이 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ㅅ발 아직도 웃기네
그때 “5투망” 이라는 아이템
(착용하면 캐릭이 안보이는 투명망토)
가격이 현금으로 약 50만원이었는데
하루일당 6~7만원짜리
노가다 10일 뛰어서 장비사고 그랬음.
대체 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음.
그런데 어느순간 게임만 하는데도 돈이 벌리기 시작함.
인생을 ㅅ발 게임에 쳐박았으니
게임흐름도 알고 인맥도 넓어지다 보니깐
앉아서 게임만 하는데 돈이 벌리는거야
내가 돈냄새는 좀 잘맡았거든
안타라스라고 게임상에 있는 용이 있는데
그때 2010년 인가 2009년인가
아무튼 그때 처음 나왔는데
혈맹원들이랑 같이 죽어가면서 공략했음
그 용을 일주일에 2번 잡을 수 있고
한 번 잡을 때마다 32명이 같이 잡는데
잡으면 개인당 현금으로
3~4만원정도의 아이템이나 돈을 받았음.
일주일에 2번 잡을 수 있으니깐
약 7~8만원의 돈과
주말에 예식장 아르바이트 일당 3만 5천원씩
(뷔페 남은거 싸가게 해줘서 한거임) 해서
주당 14만원의 고정 수익이 생겼고
게임하다가 보스탐 전문적으로 뛰어서
주은 아이템 팔면 주당 평균으로
약 20만원 정도 벌었음.
이렇게 하다보니 생활비 제외하고도
한달에 약 80만원 이상 저축을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모은 돈으로 친구와 결탁하여
리니지 사무실을 차림ㅋㅋ
투룸에다가 컴퓨터 20대 설치하고
한대당 4개 자동 돌렸음.
컴퓨터 20대 자동 돌리는데
한달 계정값만 거의 500만원 가까이 들었음.
(자동 하나당 6만원정도)
그렇게 아 내가 게임쪽 사업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빌드업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
이제 인생 상승곡선 그려보자 했더니
얼마 안가서 엔씨소프트에서
자동 대대적으로 단속해서 다 잡혀들어갔음.
ㅈ살충동 느끼고 눈물로 하루를 지새우다가
잠들고 깨서 멍때리다가 술마시고 잠들고
그렇게 다시 폐인새끼로 돌아감.
지금 생각하면 참 병1신같다.
어쩜 그렇게 생각이 짧았는지 모르겠고.
그 이후로 그냥 일자리 구하다가
공장 취직해서 그럴저럭 평범하게 살고 있음.
솔직히 게임에 미쳐살았던 때는 내가 좋아서 했으니까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지금은 웃으면서 후회도 없는데,
근데 게임 때문에 떠났던
여자친구는 생각이 많이 나더라.
세월이 흘렀는데도 미친듯이 남.
왜 맨날 헤어진 후에야 후회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착하고 좋은 여자를
게임 때문에 떠나보낸건 진짜 후회된다.
그때 조금이라도 빨리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았더라면 아직도 옆에 있었을텐데,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후회 중임.
PS – 나 아직도 리니지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 절대 안 변함 ㅇㅇ
끝